의대생 복귀 막던 ‘족보’, 대학별 ‘족보 제공센터’ 설치로 해소되나
수업 복귀의 가장 큰 걸림돌 ‘족보’… 학교 차원에서 제공 논의 학생회가 ‘족보’ 관리하면서 학생 의지와 상관 없이 참여 필수 “학생‧교수 족보에 매몰돼서는 안 돼”… “다양한 문제 출제해야”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의대생 수업 복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의대 족보’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기 시작했다. 의대의 수업 내용과 주요 기출문제 등이 정리된 이른바 ‘의대 족보’는 그간 수업 복귀 의사가 있는 학생들도 단체행동에 나서게 만드는 ‘족쇄’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이를 학교 차원에서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계획이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와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 등은 지난주 회의를 열고 대학별 ‘족보 제공센터’ 설치 및 심리치료 등 의대생 지원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족보를 동아리나 학생회에서 관리하지 않고 학교에서 관리하게 되면 수업 참여 의사가 있는 학생들이 보다 원활하게 복귀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시험 범위가 PPT 수만 장에 달할 정도로 공부량이 많은 의대에서는 의대 족보가 개별 과목 시험은 물론 의사 국가고시 통과에 필수적이었다. 문제는 암암리에 떠돌던 의대 족보를 이번 의정갈등 사태를 겪으며 각 의대 학생회가 관리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에 수업 참여 의지 여부와 관계 없이 학생회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의 한 의대에서는 학생들에게 수업 집단 거부에 참여하지 않으면 족보를 공유하지 않고 족보 접근권도 제한하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수업 참여 의사가 있던 학생들의 경우에도 ‘족보’를 얻기 위해 동맹 휴학에 참여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에 의료계, 교육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공식적인 공유센터가 생겨야 학생들이 개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다만, 교육부 측은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족보와 관련된 지원방안은 다음 주 중 계획에 없다”며 “KAMC와 여러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족보 관련 논의에 대해 교육 관계자들은 다양한 견해를 내놓았다. 학생들이 족보에만 매달리면서 공부를 다양하게 하지 못하고, 교수들 또한 그 내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전문가도 있었으며, 차라리 오픈북 형태로 모든 걸 공개한 후 다양한 문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도권 대학의 한 교육학과 교수는 “10여 년 전에 한 의대에서 족보에 나오지 않은 내용을 시험에 출제했다가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다”며 “족보는 공부량이 방대한 학생들을 돕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목적을 잃어서는 안 된다. 시험에 출제하는 문제를 발전시켜 더 뛰어난 인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교수의 역할인데 지금 족보 체제에서는 교수 또한 족보에 매몰돼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육 전문가는 “족보를 마냥 나쁘게 볼 문제는 아니”라며 “미국의 오픈북처럼 시험에 출제될 전체적인 내용을 학생들에게도 공유해 그 안에서 다양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 학생들이 족보에 있는 내용들은 공부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