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 “진정한 봄이 온 것 실감”

윤석열 대통령, 4일 헌법 재판관 8:0 만장일치로 파면 끌어 안고 눈물 흘린 시민들… “상식적 결과 나와 안도” 시민들, 광장에 모인 학생들 어깨 두드리며 “수고했다” “대학, 투쟁·토론의 장 될 것”… 대학의 중요성도 대두 6월 조기 대선 유력… “잠깐의 휴식, 계속해서 지켜볼 것”

2025-04-04     김소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파면된 가운데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주문.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목소리가 4일 오전 11시 22분경 서울시 종로구 안국역 6번 출구 인근에 울려 퍼졌다. 20여 분간 숨죽이면서도 문 권한대행의 문장 하나하나에 “그렇지” “옳소”라며 답하던 시민들은 그제야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우리가 이겼다”고 목 놓아 외쳤다.

헌법 재판관 8인은 4일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청구를 인용했다. 윤 전 대통령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3일, 탄핵 소추된 날로부터 111일 만이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계엄을 선포해 헌법 질서를 침해했다고 봤다. 탄핵 심판의 주요 쟁점으로 꼽힌 5건 모두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되자 A씨는 얼싸안고 환호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그는 “벅차오르고 같이 해냈다는 느낌에 눈물이 났다”며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오늘 연차를 내고 대전에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 판결이 길어지면서 불안하긴 했는데 막상 선고일이 발표되니 불안감이 줄어들었다”며 “모처럼 서울에 올라온 만큼 남은 시간 관광을 이어가다 집에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고일 전날부터 광장을 지키며 철야 농성을 이어간 이들도 있었다. 새벽 1시까지 집회에 참여하다 다시 광장에 나온 B씨는 헌재의 판결을 두고 “선고가 늦어진 점은 아쉽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주권자의 요구대로 헌재 판결이 나온 점은 환영한다”고 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지만,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잠깐의 휴식이 주어졌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B씨는 “그동안 계속해서 광장을 찾으며 집회에 참여했는데, 오늘을 계기로 육체적·정신적 피곤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짧은 휴식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여러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현재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모든 국민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받는 편안한 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겨울부터 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이제야 봄이 온 것을 실감이라도 하듯 햇살을 맞으며 환하게 웃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파면 직전까지 대학생·대학 교수·연구자들이 캠퍼스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등 대학이 다시금 토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날 광장에도 많은 학생들이 모였다. 시민들은 “우리가 승리했다”며 환호하다가도 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을 만나면 “고생했다”며 어깨를 두드리기도 했다.

성동구에서 온 대학생 C씨는 헌재의 판결을 두고 “정말 행복하게 봤다”며 “1990년대 이후로 대학가에서 학생 운동의 명맥이 끊겼는데, 이번을 계기로 학생들이 정치에 활발히 참여하며 학생 운동이 다시금 부활하고 있다”고 평했다.

대학이 다시금 투쟁과 토론의 장이 된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C씨는 “포고령이 떨어진 당시 휴교령이 포함돼 있지 않았는데, 다시 대학이 투쟁의 상징이 된 것 같다”며 “시국선언 과정에서 외부 세력이 참여해 대학에서 충돌이 벌어지는 등의 사건도 있었다. 이는 대학이 스스로 자정해 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광장을 지킨 시민들은 춥고 불안한 시간이었지만, 오히려 광장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가 가슴 깊이 남게 됐다고 언급했다. 서울권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D씨는 “광장에서는 신청한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기 때문에 소수자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며 “무대 위 발언을 들으며 광장에서 나오고 나서 더욱 생각이 많아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포에서 광장을 찾은 직장인 E씨도 “주변에 성소수자 친구들이 있어 무지개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며 “광장에서 여러 발언을 들으며 몰랐던 것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시민들의 시선은 곧 돌아올 대선으로 향한다. 헌법 제68조 2항에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 궐위로 인한 조기 대선의 경우 요일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지만, 주말에 선거가 치러질 경우 투표율이 저조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전투표 일정을 고려한 유력한 선거일은 6월 2일·3일 등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하며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 F씨는 “처음에는 파면만 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윤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아직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며 “주말이면 자주 광장에 나왔는데, 이제 게임도 하고 휴식도 취하며 앞으로의 상황을 주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