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20일 총궐기대회 개최… 전공의‧의대생들 “우린 할 만큼 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새로운 국면 맞이한 ‘의정갈등’ 전국의사궐기대회 소식에 “돌아가고 싶다” 회의적 반응

2025-04-07     백두산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기점으로 투쟁과 논의 투트랙 접근 방침을 정한 가운데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1년 넘은 갈등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1년 넘게 지속되던 의정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투쟁과 논의 재개 투트랙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인 가운데 전공의와 의대생의 결정에 따라 의협의 협상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7일 의료계, 대학가에 따르면 의협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직후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결과, 오는 13일에 개원의, 의대 교수, 전공의 등 의료계 전 직역이 참여하는 전국 대표자 회의를 열고 의대 증원 정책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이어 오는 20일에는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번 논의에 따르면 의협의 강경한 입장이 많이 반영된 듯 하지만 의료계 관계자들은 정부와의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기 때문에 정부도 강하게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이른바 ‘강온양면 전술’을 구사하리라 예측한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의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한 이후 의정갈등 현안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된 바 있다”며 “그러나 의정갈등의 주체인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된 마당에 의협도 더 이상 소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어졌다. 정부도 이전처럼 강하게 나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의협도 강하게 나가면서 협상은 협상대로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협은 궐기대회 등 강경한 행동을 결정한 것과 별개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직후 낸 입장문에서 “탄핵 인용을 계기로 잘못된 의료 정책들이 중단되고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등을 합리적으로 재논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면서 “현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의료 농단 사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반드시 전문가 단체와 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은 이 같은 두 가지 전략을 통해 그간의 투쟁에서 제대로 된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겠다는 구상이지만 전공의와 의대생이 얼마나 협조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특히, 의대생의 경우 정부가 작년과 같은 학사유연화와 같은 특례는 더 이상 없다고 못 박은 상황에서 수업 거부 등의 투쟁이 길어질 경우 유급 또는 제적 처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수도권 대형병원의 사직 전공의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강경 일변도 투쟁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며 “주변의 동료들과 얘기를 나눠봐도 계기만 마련된다면 돌아가고 싶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서도 사직 전공의로 보이는 이들이 의협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고생은 우리와 의대생들이 하고 떨어지는 콩고물은 의협 차지냐”, “대정부 요구안이 나왔어도 벌써 나왔어야 하는데, 집회가 2주 뒤라니 말이 되냐” 등의 글을 통해 의협의 조치를 비판했다.

의정갈등이 길어질수록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의대생들은 오히려 의협의 제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복학을 신청했다는 한 수도권 대학 의대생은 “의대생들이 수업에 복귀하면 정부에서 내년도 정원을 동결해 주겠다고 한 만큼 학생들이 더 이상 정부와 싸워 얻을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며 “친구들도 그렇고, 선후배들도 1년이 넘는 갈등 상황에 많이 지쳤다. 우리가 정부와 더 각을 세운다고 한들 학생들에게 돌아오는 건 이제 유급과 제적뿐”이라고 자조했다.

또 다른 비수도권 대학 의대생은 “우리(의대생)는 이제 할 만큼 한 것 같다”며 “선배들 말 듣고 휴학에 동참했지만 결국 증원은 이뤄졌고, 더블링 문제까지 벌어졌다. 올해도 기한을 놓치면 내년에 트리플링 사태가 벌어지는데, 여기에 더해 유급, 제적 등 그 여파는 우리가 다 맞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반응은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 여부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대의 경우 의대 본과 학생 대부분이 수업을 듣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연세대의 경우에도 7일 본과 4학년에게 유급 예정 통지서를 보낼 예정인 만큼 다수의 학생이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대 또한 이번 주에 유급 시기가 도래한다.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납부 때처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의대생이 먼저 움직임을 보이면 다른 의대로까지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