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생 복귀에 달린 의대 ‘수업 정상화’
의대생 전원 복귀했지만 수업 참여는 고학년이 대부분 의사 국가시험이 수업 참여 이끌어…명확한 유인 요인 예과생 수업 참여율 낮아…참여 학생도 불참 학생 눈치 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4월 말까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결정해야 하는 가운데 고학년인 의대 본과생을 중심으로 복귀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저학년인 예과생들은 복귀율이 현저히 낮아 수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들의 복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40개 의대 중 15곳 이상의 의대에서 재적생 55% 이상이 강의를 듣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대다수는 고학년인 의대 본과 3‧4학년으로, 저학년인 의예과 1‧2학년들은 수업 등록은 했지만 실제로 출석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실제로, 서울대 의대의 경우 5명을 제외한 나머지 본과생 전부가 수업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의대 47%, 고려대 의대 63.5% 등 수도권 대학 의대 본과생은 대체로 50% 전후가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반해 저학년인 의예과 1‧2학년의 복귀율은 미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대 학생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수업 거부’ 지침을 고수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부담이 수업 참여를 망설이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과생에 비해 본과생의 복귀율이 높은 이유로 본과생의 경우 의사 국가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채워야 하는 임상실습 기간이 수업 참여를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의대국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의대생 본과 3‧4학년생을 중심으로 (수업에) 많이 돌아오고 있다”며 “본과 3‧4학년의 경우 병원 실습수업이 있고, 4학년의 경우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기준에 따라 병원 실습을 52주 해야 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미룰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의대의 경우 본과 3‧4학년 수업은 병원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 또한 의평원 기준에 따르면 의사 국가시험은 주당 36시간, 총 52주 임상실습 기간을 채워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수업 거부를 유지할 경우 올해 의사 국가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수도권 의대 관계자는 “본과 4학년의 경우 2학기 때 의사 국가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에 52주 실습을 채우기 위해서는 늦어도 4월에는 수업을 들어야만 한다”며 “의사 국가시험은 나라에서 시행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이를 연기하거나 재시험 기회를 줄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본과생은 의사 국가시험이라는 수업 복귀에 대한 명확한 유인 요인이 있는 반면, 예과생을 대상으로는 유인 요인이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 다른 수도권 의대 관계자는 “본과생과 달리 예과생들은 수업을 거부해도 유급이나 제적 외에는 부담이 없는 상황”이라며 “교육부가 수업에 복귀하면 이전 정원(3058명)으로 되돌린다고 밝힌 상황에서 더 이상 이들을 수업으로 끌어들일 유인 요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관계자들은 의대 수업 정상화를 위해서 예과생들의 복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수도권 의대 교수는 “몇몇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수업 거부에 동참하고 있는 학생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편하게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돌아와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학생의 본분은 수업을 듣는데 있다”며 “교육부와 학교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지 불분명한 상황이 됐다. 하루빨리 학생들이 돌아와 모든 수업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브리핑을 열고 정부와 국회에 2026학년도 의대 모집 규모를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확정하고, 의정갈등 해결을 위해 정부‧국회‧의협이 참여하는 대화체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