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정부 퇴진하지만 미래형 교육혁신은 지속돼야 한다

2025-04-11     한국대학신문

생성형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은 교육의 판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AI 기반 교육은 이미 세계 고등교육의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교육혁신의 문턱에 머물러 있다. 윤석열 정부의 조기 퇴장은 그나마 추진되던 교육정책의 동력을 약화시켰고, 일부 시도는 ‘시기상조’, ‘실효성 부족’이란 비판에 휘말려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AI 교과서다. 기껏 개발해놨지만 현장 도입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단순 보조자료로 격하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우리는 지금 AI 교과서 자체의 완성도를 논하기 이전에, 교육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사회적 준비와 공감대가 형성되었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나마 인공지능 시대에 부합하는 미래 교육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HTHT(High Touch High Tech) 모델이다. 이는 AI 기반 학습 시스템(High Tech)과 교수자의 정서적 지원 및 학습 코칭(High Touch)이 결합된 교육 방식이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학습 경로를 제공하고, 교수자는 정서적·인지적 지지를 통해 학습 몰입을 유도한다.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습자의 자율성과 참여를 촉진하는 구조다.

해외 유수 대학들은 HTHT를 기반으로 교육 성과를 높이고 있다. 교수자는 강의 중심 역할에서 학습 설계자, 조력자로 전환되고 있다. 국내 대학도 변화의 기류에 동참하고 있다. AI 기반 학습분석 시스템 도입, PBL 수업 강화, 학사제도 개편 등이 시도되고 있으며, 일부 대학은 HTHT 모델 도입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연구와 시범 운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 HTHT 대학 컨소시엄은 AI를 활용한 학생 맞춤형 학습법을 실현해 대학교육 혁신 모델을 제시하고 있으며,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대응하는 학생 중심 교육모델의 조기 확산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참여 대학들은 혁신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자문, 세미나 등을 통해 실무 전문성을 키우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기술 위주의 일방적 혁신이 아닌, 학습자 중심 교육 생태계로 전환을 시도하는 진일보한 흐름이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적 기반은 미비하다. 총장을 포함한 대학의 리더들이 HTHT 모델의 본질과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은 교수의 고유 권한’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이로 인해 HTHT는 일부 교수 개인의 자율적 실험에 머무르고 있으며, 제도적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책 당국도 대학을 미래 교육혁신의 중심축으로 삼으려는 전략적 지원을 하지 못했다.

교수자의 AI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 프로그램은 부족하고, 교수학습개발센터(CTL)의 역할도 제한적이다. 하이터치 기반의 학사 정책, 행정 지원도 미비하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대학생들에게 있어 AI와 교수자의 협업은 교육 효과의 핵심인데도, 이에 대한 정책적 접근은 부족하다.

HTHT는 단순한 교수법이 아니라 대학 교육 전체를 재구성하는 전략이다. 교육, 기술, 인간적 접촉이 결합된 미래형 모델로, 학습자의 몰입과 성장 중심에 있다. AI가 개별 학습 경로를 안내한다면, 교수자는 이를 바탕으로 정서적·인지적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수자 지원은 물론, 전체 학사 구조의 재편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HTHT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행 기반을 조속히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초중등 교육에서 AI 활용이 확산되는 지금, 고등교육이야말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은 성인학습자, 비전통적 학습자, 다양한 진로 지향 학생들을 포용하는 중심지로 거듭나야 한다.

이제 한국 대학은 강의 중심 체제를 넘어, 학습 경험을 설계하고 지원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사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교육혁신을 뒷받침할 정책과 재정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정부는 단기적 기술 공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고등교육 생태계를 위한 전략적 거버넌스를 마련해야 한다. 교육혁신은 한시적 유행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핵심 기반이며, 지금이 그 변화를 제도화할 결정적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