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을 JOB다! ①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환경공학, 융합의 힘으로 진로의 지평을 넓히다”

행정·산업현장·ESG로 확장… 융합 통해 실용학문으로 자리 잡은 환경공학 “환경공학은 먹거리 산업… 더 넓고 깊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2025-04-28     윤채빈 기자
11일 서울시립대 시대융합관에서 [전공을 JOB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의 좌담회가 열렸다. (맨 가운데) 한민정 진로교육 객원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좌담회는 (왼쪽부터) △이지혜 롯데케미칼 환경팀 사원(16학번) △김수현 환경부 자원순환국 사무관(16학번) △공병수 포스코이앤씨 환경해양설계그룹 차장(03학번) △오희경 환경공학부 학부장(90학번) △박건하 환경공학부 학생회장(21학번)이 패널로 참석해 전공이 진로로 구체화되는 과정과 경험을 공유했다. (사진=윤채빈 기자)

[한국대학신문 윤채빈 기자] 전공과 직업의 연결은 단순한 학문적 선택을 넘어, 사회 진출 이후의 진로 만족도와 직무 역량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졸업생이 전공과 무관한 진로로 향하거나, 전공에서 익힌 전문성을 실무에 제대로 녹여내지 못한 채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본지는 기획 연재 <전공을 JOB다!>를 통해 다양한 학과를 조명하고, 전공과 직무 간 연결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 회는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다. 지난 4월 11일 서울시립대 시대융합관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교수, 졸업생, 재학생이 참여해 ‘전공이 직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공유했다. 좌담회는 한민정 인재개발실 진로교육 객원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참석자는 △오희경 환경공학부 학부장(90학번) △공병수 포스코이앤씨 환경해양설계그룹 차장(03학번) △김수현 환경부 자원순환국 사무관(16학번) △이지혜 롯데케미칼 안전환경부문 환경팀 사원(16학번) △박건하 환경공학부 학생회장(21학번)이다.

[Part1. 전공, 기회가 되다] “환경공학부, 인프라 설계의 독보적 강점과 실무에서의 가치”

오희경 학부장 (사진=윤채빈 기자)

오희경 학부장 : “지난 30~40년간 환경공학의 주요 업무는 하수처리장, 소각장, 매립장 등 환경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는 이들 인프라가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해를 끼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예컨대 수돗물을 마셨는데 새로운 물질이 검출되거나, 관로에서 유해 물질이 흘러나오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인프라 자체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로,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로운 연구 아이템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화학공학이나 생명공학에서도 이런 문제를 바라보지만, 인프라를 직접 설계하고 구축하는 건 오직 환경공학부의 몫이다. 다른 분야와 협업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 하수처리장을 이전하거나 해당 부지를 개발하려는 논의가 있을 때, 환경공학은 정책·경영·도시계획 등과 협업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하며 환경 인프라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다.”

박건하 학생 (사진=윤채빈 기자)

박건하 학생 : “전공수업을 통해 상하수도 시설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측면에서 다각적 접근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특히, 설계과목을 수강할 때 탄소중립을 위한 아이디어로 도시 간 탄소세를 부과하는 국가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교내 건물별 탄소 제한을 제시해, 이론이 실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배웠다. 또한 공학통계 수업과 컴퓨터프로그램 수업을 통해 빅데이터와 코딩을 활용해 환경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환경공학은 연계된 분야가 매우 많다.”

김수현 사무관 (사진=윤채빈 기자)

김수현 사무관 : “종합설계 과목은 현직에 계신 분들이나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과목으로 꼽힌다. 이 과정을 통해 직접 모형을 제작해보며 그 실효성까지 검증해야 했다. 현재 환경부 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정책을 국민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지, 또 기획재정부 등 유관 기관에 정부 투자의 필요성을 어떻게 전달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종합설계를 수강하며 얻은 배움이 지금의 업무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느낀다. 꼭 필요한 수업이었다.”

이지혜 사원 (사진=윤채빈 기자)

이지혜 사원 : “환경공학부의 강점은 설계 과목이 많다는 점이다. 이론은 학교 바깥에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고, 환경공학과가 아니어도 기사 자격증을 통해 취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무에 들어가면, ‘이론적인 부분과 왜 맞지 않는가’를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역설계가 필요한 거다. 환경공학부의 수질, 대기, 기초 설계 등 실무형 수업이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줘 실무에서 큰 도움이 된다.”

공병수 차장 (사진=윤채빈 기자)

공병수 차장 : “환경공학은 생물부터 대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학문이다. 특히 환경공학은 기초화학을 많이 배워 폐기물, 물, 소진동 등을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종합적 관점에서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전공생보다 높다. 토목 전공자는 생물학적 요소를 배우지 못해 미생물 기반의 하수 처리 분야를 따라가기 어렵고, 화학공학도는 폐기물 처리나 물 관련 공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점이 있다. 환경공학은 기초화학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환경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전공에 비해 큰 장점이 있다.”

[Part2. 전공을 JOB다] “환경공학부, 융합적 전문성으로 커리어 넓힌다”

김수현 사무관 : “환경부에서 근무해보니 수질 같은 전공 지식은 익숙하지만, 행정학 전공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들은 생소하다. 예산이나 법적 절차 같은 행정 업무는 약한 편이다. 하지만 환경공학도로서 분명한 강점도 있다. 환경부에 있기 때문에 다른 전공자들보다 제도와 정책의 목적을 이해하는 데 유리하다. 특히 민간 기업이나 타 부처 공무원들과 대화할 때 환경공학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설명을 풀어가면 상대가 더 쉽게 이해하는 것 같다. 또 R&D 관련 업무도 많다 보니 연구원이나 교수님들을 만날 일이 잦다. 이분들이 사용하는 용어는 저희에게는 익숙하지만, 행정 전공자들에겐 생소한 경우가 많다. 환경공학 전공자가 행정 분야에서도 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지혜 사원 : “현재 석유화학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기업 종사자로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매우 적다. 실제로 저희 팀에 5명이 있는데, 환경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저 혼자다. 환경 분야에 대해 조금 더 빠르게 이해하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은 환경공학을 전공한 사람만의 강점이다. 특히 회사 특성상 화학물질을 많이 다루다 보니 유해성 평가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환경공학부에서는 물질이 위험한 이유를 배우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는 물질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시설 개선에 집중하게 된다. 물질에 대한 시각과 시설 중심의 시각 사이에서 괴리감이 있지만, 전공에서 배운 ‘물질 중심’의 시각을 통해 물질이 왜 위험한지 실험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오희경 학부장 : “환경공학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프라 구축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디지털, 지속가능성, 공공성이라는 키워드로 재정의되고 있다. 환경 관련 특허를 다루는 변리사, ESG 관련 회계법인 컨설팅, 기술컨설턴트 등 새로운 길도 많이 열렸다. 나아가 교직 이수를 통해 초중·고등학교에서 환경교육을 담당하는 환경선생님의 길이 열려, 환경공학의 정체성이 강화되면 좋겠다.”

[Part3. 선배들의 조언]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려면, 넓고 깊게 경험하라

김수현 사무관 : “환경공학은 미래가 유망한 학문이다.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의 강점과 부족한 점을 체감하려면 어학연수든 여행이든 외국의 사례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요즘은 환경분야가 수익성을 따지지 않는 분야가 아니다. 환경으로도 먹거리가 된다. 환경 분야 아이템이 전자·기계공학과 결합돼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다. 환경공학 전공자로서 스타트업이나 정부 정책에도 도전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지혜 사원 : “환경공학은 분야가 너무 넓다. 플랜트 설계도 가능하고, 김수현 사무관처럼 행정 업무, 저처럼 사업장관리를 할 수 있고, 사기업에서 환경정책들을 기획하거나 ESG에 대해서 보고서를 발행하거나 방향성을 정할 수도 있다. 방향성이 너무 넓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을 접하고 교수님들과 상담을 하며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분야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소거법을 통해 맞지 않는 분야를 제거하면, 자신의 방향을 더욱 명확하게 정할 수 있다.”

공병수 차장 : “지원자들의 학점이나 스펙은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외활동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경험이나, AI와 환경공학을 융합한 분야에서 수상 경력이 있다면 확실히 눈에 띈다. 단순히 대외활동을 많이 했다고 말하는 것보다, 그 활동 속에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 또한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환경공학과 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ESG 업무를 맡아 탄소중립 관련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데, 환경과 관련된 일이 글로벌하게 확장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탄소세 등 국제적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정책과 문화를 함께 고민해 한다.”

오희경 학부장 : “좌담회에 참여한 패널들 가운데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선배도 있고, 막 사회에 나온 동문도 있지만, 모두 깊은 철학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저 역시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현재는 새로운 직업군에 대한 철학을 학문 속에서 쌓아가고 있다. 앞으로 현직에 계신 동문들과 재학생들을 매칭해 현장 속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 환경공학부는 학문적 전망이 밝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 간의 유대감도 매우 깊다. 이제 50주년을 맞이했지만, 앞으로 100년을 내다봐도 이 관계는 계속될 것이라 믿는다.”

좌담회의 사회를 맡은 한민정 교수는 학생들에게 글로벌 진로 탐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전공에서 시작된 진로 고민을 국내에만 국한하지 말고, 유럽과 미국, 오세아니아 등 환경 선진국의 사례를 직접 경험하며 적용하길 바란다. 학교의 ‘UOS 커리어원정대’ 같은 글로벌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의 틀을 넘어 넓은 관점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좌담회를 마무리 지었다.

좌담회가 끝난 후, 좌담회 패널들과 환경공학부 관계자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윤채빈 기자)

[전공 돋보기] 50년 전통의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지속가능한 미래 설계한다

환경공학은 생태계와 인간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오염 요인을 관리하고 환경을 회복시키는 공학 기반의 융합 학문이다. 오염물질의 진단과 처리 기술뿐만 아니라, 산업공정의 청정화,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 기술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돼 실무 적용 범위가 넓다.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환경공학부는 1974년 위생공학과로 설립돼, 1980년 ‘환경공학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2024년 창립 50주년을 맞았으며, 현재까지 약 4천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 배경에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자리잡고 있다. 기초이론 습득을 위해 공학 기본과목인 공업수학과 환경공학 기본과목인 환경생태학, 환경공학개론, 환경화학, 환경미생물학, 환경수리수문학 등의 과목이 설계돼 있다. 또한 △용폐수 처리 기술, 산업폐수처리 등 수질전공 △실내 공기처리, 대기오염 방지 기술 등 대기전공 △폐기물 자원순환 관리 및 오염된 토양의 처리 기술 등 폐기물 토양 전공 △상하수도 처리 및 관리기술의 상하수도 전공 등이 운영돼 환경관리 및 오염물질 처리 실력을 겸비할 수 있다. 이밖에도 △환경요소설계 △대기오염설계 △용수처리설계 △소음진동설계 △종합설계(창의공학기초설계, 환경종합설계) 등 처리시설 설계 과정도 마련돼 있다.

우수한 연구진과 시설도 강점이다. 최진희 교수는 세계 상위 1% 과학자로 선정됐으며, 오희경 학부장은 ‘2025년 세계 물의 날 기념’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현재 학부 내에는 환경공학센터·대기오염연구센터·친환경에너지센터 등 7개의 환경공학 관련 연구센터와 폐자원에너지화·기후변화·탄소중립 등 6개의 특성화 대학원이 운영되고 있다.

오희경 학부장은 “환경공학부는 학부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Kwater, 환경공단,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현장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는 ‘라이즈(RISE)’ 체제 아래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환경공학 인재를 양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처럼 민간기업에 종사하는 동문 선배들을 초청해 특강을 열고 진로 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