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정부 고등교육정책 수립을 위한 모색 (1)

유기홍 제21대 국회 교육위원장(사단법인 미래교육희망 이사장)

2025-05-04     한국대학신문
유기홍 제21대 국회 교육위원장(사단법인 미래교육희망 이사장)

우리 대학의 현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교육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국회 교육위원장 재임 시 가장 역점을 두었던 분야가 교육재정, 그 중에서도 고등교육 재정문제였다. 오랜 교육위원회 활동에서 얻은 교훈 중 하나가 교육재정의 뒷받침 없이는 교육 발전도, 혁신도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세계 대학 경쟁력 순위가 급상승한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1년 예산(2021년 기준 약 3조 원)이 서울대와 카이스트 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 대학재정과 경쟁력 간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잘 보여 준다. 서울대와 카이스트가 이런 형편이라면 우리 대학의 전반적인 상황은 어떤가? 세계적으로 높은 대학등록금 때문에 반값등록금 정책이 15년째 지속되면서 대학은 만성적인 재정난을 겪고 있다. 특히 전체 대학의 80%가 넘는 사립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신입생 미달사태와 폐교 위기로 지역소멸이 현실화되고 있다.

여전히 고액인 등록금을 이제 와서 자율화할 수 없는 조건에서 반값등록금 정책을 이어온 정부가 책임있게 대학을 지원해야 하는데, 정부의 대학에 대한 지원은 OECD 펑균인 GDP 1%에 한참 못 미치는 0.6%에 불과하다(2022년 기준). 그러다보니 대학의 연구 및 교육역량은 점점 뒤처지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도 첨단분야 교수진도 초빔하기 어려우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 대학의 경쟁력지수(IMD, QS 등)는 40~50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교육위원장 시절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위해 <고등교육 특별회계법>, 서울대와 지역 국립대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립대학법>, 대학 후원금에 세액공제를 적용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비협조로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되고 말았다.

사실 윤석열 정부 3년간 고등교육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소위 글로컬대학 정책으로 대학 간 격차는 더 커지고 교육부의 통제가 더 강화됐다. R&D 예산 삭감, 의학교육 파행, 기초학문 분야의 위축 등 대학의 위기는 더 심화됐다. 특히 만성적인 대학 재정난은 전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악순환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이다.

대학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다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6월 3일이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회복과 정상화’일 것이다. 지난 3년간 망가진 대한민국의 교육과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를 제 자리로 돌리는 일이다. 특히 뒷걸음친 성장동력을 회복해 다시금 국가경쟁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 국가경쟁력의 주요 지표가 교육경쟁력, 특히 대학경쟁력이다. IMF 국가부도의 상황 속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교육예산을 아끼지 않았다. 정부 예산 대비, 교육 예산이 재임 5년 평균 20.52%를 기록했다.(아래 표 참조)

노무현 대통령도 재임 5년 간 연평균 8.7%씩  교육 예산을 증액했다. 위기일수록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교육에 투자한 두 분 대통령의 혜안에 다시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계각층 교육전문가들과 함께 결성한 [비상시국 교육원탁회의]가 지난 4월 11일 발표한 ‘11대 교육정책과제’에서도 대학경쟁력 강화와 교육재정 확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균형성장 대학체제 대개혁”을 표제로 1)서울대 10개 만들기+지방 사립대, 국립 강소대 혁신체제 구축, 2)산업계-지자체-대학 동반성장형 지역 대학 혁신체제 형성, 3)한국형 국립대-사립대 연합체제 구축 등을 제시하고 있다. 대학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로는 고등교육 재정의 확충을 위한 노력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에도, 사립대까지 포함한 지역대학 혁신 생태계 조성에도 재정적 뒷밭침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정부 지원 외에 대학에 대한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늘려야 한다. 외국에 비해 우리 대학 예산 중 기부금 비중이 너무 낮다. 기부금, 후원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주장하는 이유이다. 세번째는 대학 자체의 혁신과 대학 구조개혁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다. 새 정부와 교육계, 더 나아가 산업계와 지방정부, 시민사회까지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과제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