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고등교육정책 리포트①] 尹정부, 정책 방향성 빼곤 효과·실행 ‘모두 낙제점’

윤석열표 고등교육정책 방향은 ‘탈(脫)규제’와 ‘지역’… 구조적 제약·행정적 미비 지적 대학가, 차기 정부에 재정의 안정성 확보 등 고등교육정책 실질적 변화 기대 재정 구조 근본적 개편 필요성 제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요구 높아, 고등직업교육 전략적 투자도 이뤄져야 대학 위기 “여전히 진행 중”… 교육부가 ‘조정자(coordinator)’ 역할 강화하고 대학 협력 플랫폼 전환도 지원해야

2025-05-05     김준환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윤석열 정부는 교육 개혁을 3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내세우며 출범했다. 고등교육정책과 관련해선 ‘대학의 자율성 확대’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대학 기능 강화’를 전면에 제시했고, 이에 따라 다양한 정책 사업이 추진됐다. 그러나 2022년 5월 출범 이후 불과 3년 만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퇴진하게 되면서, 그 정책의 지속성과 실효성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학 현장에서는 기대와 실망, 가능성과 한계가 교차하는 가운데, 새 정부를 향한 근본적 정책 전환 요구가 고조되고 있다.

■ ‘자율·지역’, 尹 고등교육정책의 두 축 =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고등교육정책의 핵심 기조는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규제를 완화하고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대학을 지역혁신의 거점으로 전환해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상징하는 정책이 바로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다. 라이즈는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해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으로, 교육부는 이를 통해 대학이 지역 내 실질적 거버넌스의 중심축이 되도록 유도했다. 글로컬대학30은 비수도권 중견 대학 30곳을 선정해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으로 선정된 대학에는 연간 200억 원씩, 5년간 총 1000억 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글로컬대학30은 아직도 법적 근거 없이 시행되는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다보니, 향후 정권이 교체될 경우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설치(2023년 신설), 디지털 혁신공유대학 사업, 링크 3.0(LINC 3.0),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Ⅲ유형) 확대 등도 추진됐다. 이들 정책은 고등교육의 국가전략적 기능을 강조하고, 4차 산업혁명 및 인구절벽 시대에 맞는 대학구조개편을 뒷받침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특히 디지털 혁신공유대학 사업은 2021년에 시작된 사업이지만 윤 정부 들어 성과 중심 평가체계를 강조하며 대학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 정책 방향은 맞았으나… 제도·행정적 뒷받침 안돼 = ‘탈(脫)규제’와 ‘지역’이라는 윤 정부의  정책 방향은 명확했지만 실행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구조적 제약과 행정적 미비가 드러났다. 

우선, 자율성 확대를 강조하며 설립 기준 완화, 정원 규제 유연화,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 등이 추진됐으나, 이에 따른 책임 구조나 질 관리 장치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컨대, 일부 대학들은 정원 감축 없이도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되면서 정원조정 정책이 사실상 무력화됐고, 자율적으로 신설한 학과가 산업 수요와 괴리되는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교육부의 사전 심의 권한이 약화되면서, 비전문적 기획에 따라 개편된 학과나 부실 운영이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온라인 중심 학과 신설이 급증했으나 고용 연계성이 불분명하거나 현장성과 괴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한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교육 질 담보라는 책무를 대학 자율에 맡기는 구조 하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특히 재정과 인력 여건이 취약한 지방대·전문대의 경우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방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한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의 역할은 줄었지만 지자체의 역량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고, 그 공백은 결국 대학이 고스란히 떠안는 형국이 됐다”며 “지역혁신 플랫폼과의 연계 또한 일부 지자체 중심으로만 진행돼 제도적 불균형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 고등교육 재정지원 확대됐나… 대학가 기대에 못 미쳐 = 윤 정부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실제로 확대됐을까. 일례로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는 2023년 3조 6000억 원 규모로 신설됐고, 이는 직전 연도보다 약 1조 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였다. 그러나 이 재원은 대학 구조조정 사업, 평생직업교육, 디지털 전환 지원 등 다양한 목적에 분산돼 실질적으로 개별 대학이 체감하는 지원은 제한적이었다. 

게다가 등록금 동결 기조는 계속 유지됐고, 국립대 기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600만 원 수준으로, OECD 평균(약 2100만 원)에 크게 못 미쳤다.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 수입이 전체 예산의 60~7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정부 보조금의 비중은 계속 줄고 있어, 재정 악화는 누적되고 있다. 특히 전문대학의 경우 국가장학금 제도에서조차 차별받고 있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대학 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현재 고등교육은 전체 교육재정의 20% 이하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는 OECD 주요국 평균보다 5~1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고등교육 총지출은 GDP 대비 1.1% 수준으로, OECD 평균(1.5%)을 하회하고 있다. 특히 올해 말 일몰될 예정인 ‘고특회계법’은 연장과 함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추진을 통해 대학 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3월 취임한 양오봉 대교협 회장도 “올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고특회계)가 일몰 예정인 만큼, 고특회계의 연장,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도 추진해 대학이 안정적으로 재정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정부, 국회와의 협력을 이끌어 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중장기 교육 정책 설계·거버넌스 ‘미흡’ = 고등교육 정책의 설계와 실행 과정에서 ‘거버넌스의 부재’는 또 다른 핵심 문제로 지적된다.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의 역할 구분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장기 국가교육 발전계획’을 설계하는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 정책 운전대를 잡고 있는 교육부 간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2년 9월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했으나 고등교육 정책 조정 기능은 실질적으로 교육부에 계속 귀속됐고, 위원회의 논의 구조나 전문성·권한 등은 한계가 있었다. 특히 고등교육에 특화된 중장기 전략 수립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으면서, 각 부처나 지자체 중심의 단기 성과형 사업이 난립하게 됐다. 이와 함께 대학 간 연계보다는 경쟁을 유도하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대학 협력 기반의 시스템 설계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컨대, 글로컬대학30은 한정된 예산을 두고 전국 대학이 경쟁해야 하는 구조이기에, 정책 목표였던 ‘지역 연대 기반 혁신’보다는 오히려 ‘선정 경쟁’이 부각됐다. 또한 이 사업이 과도한 선정 중심 기획으로 흐르면서 대학 간 파편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고등교육정책과 관련된 정책 수요자(대학), 실행자(교육부 및 지자체), 자문기구(국가교육위) 간의 역할 정립도 명확하지 않아, 거버넌스 혼선이 지속됐다. 대학총장협의체나 고등교육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비공식적으로 이뤄진 점도 정책 신뢰도를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 획기적 재정지원 대책 필요… 협력형 생태계 조성이 관건 = 차기 정부가 고등교육 정책을 새롭게 설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재정구조의 근본적 개편이다. 이와 관련해 이경희 대교협 사무총장은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획기적 재정지원 대책 필요하다. 이를 위해 특별회계 재원을 확대하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신설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적극 지원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정부에서는 청년과 미래 세대를 위해 일자리 해결을 위한 취·창업 지원 대책도 실행방안을 구체화해, 이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이뤄져야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병규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은 “전문대학과 산업대학을 포함한 고등직업교육체계를 하나의 연계 구조로 통합하고, 이에 적합한 전공개편, 실습 중심 교육, 산업 연계 인증 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산업부 간 정책 연계 체계 구축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을 경쟁의 장에서 벗어나 협력의 플랫폼으로 전환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역혁신은 개별 대학의 단독 생존이 아닌, 공동의 전략 수립과 자원 공유, 공동 브랜드 형성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교육부가 ‘조정자(coordinator)’의 역할을 강화하고, 지역별 고등교육 거버넌스를 제도화하는 방식도 검토돼야 한다. 미국의 ‘주립대학 시스템(State University System)’이나 독일의 ‘라우프렌대학 클러스터’ 모델은 참고할 만한 사례다. 아울러 대학구조개혁과 재정투입의 연계를 보다 명확히 설정하고, 교육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유연성과 다양성을 반영하는 학사제도 개편이 동반돼야 한다. 고등교육이 단지 학위 취득을 위한 공간이 아닌, 전 생애 학습과 기술 축적의 중심 공간이 돼야 한다는 철학이 정책 설계에 반영돼야 한다.

■ 전환점 맞은 고등교육정책… 차기 정부, 대학을 국가 전략의 중심 축으로 =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정책 실험과 시도라는 긍정적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정책 지속성과 구조 설계 측면에서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즉, 정책의 ‘디테일’에서 부족한 점이 드러났다. 대학이 체감하는 실질적 변화는 제한적이었고, 대학 간 양극화와 지역대학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책 추진 주체 간 조율 부재, 예산 집행의 분절성, 대학 현장의 의견 수렴 부족 등은 차기 정부가 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다.

조기대선을 맞아 고등교육정책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차기 정부는 고등교육을 국가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고, 공공성과 자율성, 혁신성과 형평성을 균형 있게 설계하는 정교한 정책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그 첫걸음은 지난 3년의 성과와 한계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데서 시작된다. 고등교육은 단지 청년 세대를 위한 장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정 확충, 정책 실현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