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수 ‘빛의 속도’ 증가… “30·40 외국인력 확보 必”
지난 3월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 지정 예고 “양성대학 입학으로 비자 심사할 때 연령 높여야” “업무 용어 낯설어”… 한국어 교육 지원 목소리도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정부가 외국인 요양·돌봄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30·40대 외국인 비자 발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교육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이들 연령대가 실제 지역에 정주하며 요양보호사로 근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지난 3월 정부가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전문연수 과정 운영과 양성대학 지정을 예고했다.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은 광역지자체와 협력해 지역 대학 가운데 지정된다. 정부는 유학생 유치부터 학위과정 운영, 자격취득, 취업까지 전체 과정을 ‘양성대학’ 형태로 관리할 계획이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 지정·운영은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협업으로 이뤄진다. 법무부는 운영지침을 수립하고 관계부처 협업 체계를 구축한다. 보건복지부는 양성대학 선정 기준을 수립해 교육과정 설계와 관리를 맡는다.
교육계에서는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이 ‘산업 맞춤형’으로 설계된 점에서 실효성이 있다는 긍정적 반응이 이어진다. 다만 외국인 유학생의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가능성과 지역 정주를 이끌기 위해서는 비자 발급 대상과 교육과정에서 일부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
신덕상 서정대 국제교류처장은 “요양보호사 양성대학 운영지침에 비자 심사 관련한 개선이 필요하다. 요양보호사 양성대학 입학을 위한 비자 신청을 할 때 연령, 경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명문화해야 한다”며 “30대, 40대도 요양보호사 양성대학 입학이 가능해야 한다. 실제로 양성대학 졸업 후 관련 기관, 분야에서 근무하고 지역에 정주하려면 30~40대가 교육을 받고 자격증 취득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경옥 경인여대 국제교류원장은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미래 한국 취업 목적이 더욱 뚜렷한 만큼 30~40대 외국인의 비자 발급도 고려해야 한다”며 “노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만큼 20대보다 30~40대가 적합할 수 있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해 지역에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격증 시험 합격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응할 수 있는 한국어 능력도 필수다. 현지에서 한국어능력시험(TOPIK, 토픽) 자격 취득 후 대학에 입학해도 유학 생활 중 한국어 활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 현장에서는 한국어 교육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대학 국제교류 관계자 A씨는 “언어가 중요한 문제다. 일본도 외국인들의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일본어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학위과정이나 향후 양성대학에 입학하면 좋겠지만 중앙아시아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어학당에 가기 위한 비자 발급이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A씨는 “대학에서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한국어 교육을 확대하고 있지만 앞으로 양성대학 형태로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한국어 교육이 확대되면 양성대학 제도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요양보호사 양성과정을 들은 유학생들도 한국어 활용에 대한 어려움을 전했다. 지난달 서정대에서 ‘외국인 유학생 요양보호사 양성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참석해 본 과정을 이수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요양보호사 시험에 합격한 응우엔 탄 후엔(베트남, 24) 씨는 “시험을 준비할 때는 한국어로 된 용어가 너무 많은 게 힘들었고, 실습에선 어르신들의 사투리를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탁순자 서정대 요양보호사 교육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어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학생들도 예를 들어 지사제, 정서 지원, 배뇨 등 시험에 나오는 전문 용어는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어로 용어를 설명하는 교재를 발간하거나 교육 과정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85세 이상 인구가 113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2045년에는 372만 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돌봄 인력 증가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요양보호사 인력 규모는 주종사자 연령인 50·60대 여성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 맞춰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현재 요양보호사 1명이 1.5~1.9명의 서비스 대상을 돌보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043년 99만 명의 요양보호사가 추가로 필요하다. 학계에서는 해외 현지에서 관련 분야 경력이 있는 인력도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태경 동의과학대 국제협력처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외국인 인력 양성에서 비자 발급이 관건이지 않나. 본국에서 요양·간병 돌봄서비스 전공을 공부했거나, 해당 분야 경력이 있으면 비자를 발급한다든지 비자 심사에서 가산점을 주는 형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특정 활동 비자(E-7)에 요양보호사 직종을 신설하고 외국인 유학생들의 요양 분야 취업을 허용했다.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유학(D-2), 구직(D-10) 비자로 유학 후 노인의료복지시설에 취업하며 E-7 비자로 변경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E-7 비자를 발급 받고 노인요양시설에 취업한 사례가 나왔다. 요양보호사 직종으로 E-7 비자 전환이 가능해진 만큼 외국인력 확보를 위해 교육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유관 부처 협력과 대학과 산업계, 지자체 간의 소통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