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지방대학 생존과 지방 소멸 대응, 외국인 유학생 지역 정착이 해법이다

임동진 한국이민정책학회장(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2025-05-21     한국대학신문
임동진 한국이민정책학회장(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2024년 합계출산율이 0.75명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약 230년 후인 2250년 경에는 국가가 소멸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비록 출산율이 1.0명으로 일부 상승하더라도,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대체출산율인 2.1명을 회복하지 않는 이상 인구 감소는 불가피하다. 국가의 존속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외국인 인구의 유입이 불가피하며, 선진국들은 이미 1990년대부터 이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이민정책을 도입해 왔다. 이민정책은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수단이 아니라, 어떤 인재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다.

현재 저출생과 고령화로 학령인구와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으며, 특히 지방대학의 존립 기반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고등교육의 지속성과 지역 균형발전, 그리고 중장기적 노동력 확보의 실질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20만 8962명으로 전체 고등교육 재학생의 약 9%에 해당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비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의 86.5%가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을 희망하며, 단순 생산직을 포함한 다양한 직종에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하기 위해서는 특정활동(E-7) 비자를 취득해야 하는데, 2023년 기준 해당 비자를 발급받은 유학생은 576명(전체의 0.38%)에 불과하다. 실제 취업률 또한 6%로 매우 낮다.

반면 캐나다(약 100만 명)와 호주(약 85만 명)는 졸업 유학생에게 직종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열린 취업 허가 제도(Open Work Permit)’를 운영한다. 캐나다의 ‘졸업 후 취업비자(PGWPP)’는 최대 3년간, 호주의 ‘졸업생 임시비자(subclass 485)’는 최대 4년간 취업을 허용한다. 졸업생들은 단순노동부터 전문직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하며, 정착에도 성공하고 있다. 특히 호주는 대도시권이 아닌 지방대학 졸업 유학생에게 체류 기간을 최대 6년까지 연장하고, 근로 시간 상한도 완화하는 등 인구과소 지역 정착을 유도한다. 또한 영주권 신청 시 최대 15점의 가점을 부여하며, 캐나다는 주정부추천프로그램(PNP)을 통해 지역대학 졸업 유학생을 우선 선발하거나 우대하고 있다. 이 결과, 캐나다 유학생의 88.6%, 호주는 82.8%가 졸업 후 해당 국가에서 취업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고용주나 직종 제한이 없는 ‘Open Work Permit’의 제도적 유연성에 기반한다. 유학생은 생계를 유지하면서 노동시장에 단계적으로 적응할 수 있고, 초기 일자리 경험이 장기 정착과 사회통합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제조업, 서비스업, 돌봄 분야 등 인력난이 심각한 산업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제도는 영주권과 연계되어 외국인 유학생을 국가의 중장기적 인재로 유치하는 이민 전략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외국인 유학생을 ‘등록금 수입원’으로만 보는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유학생을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고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정 요건을 갖춘 유학생에게 졸업 후 자유로운 취업이 가능한 체류 자격을 부여하고, E-7 비자 제도 확대 및 지방대학 졸업생에 대한 체류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기회의 문을 여는 것은 이들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하는 첫걸음이다.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심화하는 시대에 교육과 이민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외국인 유학생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