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재정확대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방 국립대의 역할
송하철 국가중심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장(국립목포대 총장)
전국 19개 국공립대로 구성된 국가중심 국·공립대 총장협의회(이하 국중협)는 최근 한국대학신문과 공동으로 ‘국가중심 국·공립대학 UCN 프레지던트 서밋’을 개최했다. 이틀간 진행된 서밋에서는 앞으로 들어서게 될 새 정부가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정부 정책에 담아야 할 고등교육 정책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본 기고문은 이번 국중협 프레지던트 서밋에서 논의된 고등교육 재정 확대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국립대의 역할에 대한 정책 제언을 정리한 것이다.
‘고등교육 재정 확대, 재정지원 방식 혁신’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의 대학재정은 지난 16년간의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규모의 축소로 정상적인 대학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고등교육 지원 비중은 국가 GDP 대비 0.7%로 OECD 국가의 평균치인 1.0%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심지어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우리나라 중등교육(연간 1만 7000달러)에 비해서도 한참 낮은 1만 2000달러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더해 2040년까지 학령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인 25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학의 재정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국립대에 대한 재정지원 방식 역시 인건비, 시설비, 경상비, 국립대학육성사업이 분절적으로 지원되는 칸막이형 예산으로, 대학이 상황별로 예산을 탄력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그림자 규제로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 일반 재정지원사업보다는 목적성 재정지원사업이 많아 대학의 재정 운용에 대한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의 경쟁력 저하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상황에서 건강한 고등교육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재정 확대와 재정지원 방식의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고등교육 재정 확대를 위해서는 중단기적으로는 2023년 신설된 고등교육·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이하, 고특회계)가 지속돼야 한다. 2025년까지 설정된 고특회계의 시한을 없애고 세입원 등의 다각화를 통해 규모를 확대시켜야 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초·중·등교육에 편중된 교육예산의 일부를 고등교육으로 전환시켜 OECD 국가 중에서도 선진국에 해당되는 한국의 교육재정의 건전성과 균형감을 만들어가야 한다.
국립대의 재정지원 방식 역시 교육부 등 관련 부처에 대학재정 총괄부서를 지정해 통합적 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고, 일반재정지원 방식의 재정을 늘려 대학으로 하여금 자율적인 예산 운용을 통해 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학의 교육과정은 한번 수정이 되면 최소 7~8년간 지속돼야 하는 특수성이 있는 바, 혁신을 추구하는 국립대 운영에 필수적인 인건비나 경상비 정도는 미리 예측이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지원돼야 함은 물론이다.
지방 국립대 살리면 지역이 산다
최근 민주당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서울대(연구중심대학) 10개 만들기’가 화두다. 이번 UCN 프레지던트 서밋에 참가한 국중협 총장들은 이에 대해 초격차 기술 확보를 통한 국가의 미래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국중협은 청년이 남지 않는 중소도시는 그나마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지역 청년들이 육성되어 정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역 균형발전을 보다 심도 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력산업이 입지한 중소도시의 대학 캠퍼스 육성은 필수적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더불어 ‘지역균형발전 캠퍼스 혁신도시 20개 만들기’와 같은 정책이 꼭 필요하며, 작은 현 단위에 국립 강소대학을 육성해 지역의 산업과 균형발전을 꾀하고 있는 일본을 우수 사례로 들었다.
중소도시에 입지한 국가중심 국공립대학은 지역과 밀착된 지산학협력을 통해 지역소멸을 막으면서 중소도시에 청년을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지역 주력산업에 특화된 우수한 연구인프라와 연구진 역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대기업의 유치나 이전을 통해 지역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중소도시 소재 국립대를 중심으로 특성화 분야를 설정해 기업의 기술과 현안 지원, 전문인력 양성,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정한 지역산업 특화연구소를 운영, 청년들의 문화복지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건강하게 어우러진 자족형 캠퍼스 혁신도시의 육성이 지역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국립대학은 열악한 재정 여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의 학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사회의 편향적 시각 속에 단기적인 목적사업을 수행하며 그 본연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앞으로 들어서게 될 새 정부에서는 불합리한 고등교육 정책들이 수정되고 보완돼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지방의 국립대가 공공성과 책무성에 기반, 국가의 미래인재를 육성하며 지역소멸을 막는 고등교육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