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공부 못하면 전문대?” 그 말, 이제 바꿔야 합니다
심상혁 전문대학홍보협의회장(수원여대 입시홍보팀)
“공부를 못하는 학생인데 전문대라도 갈 수 있나요?”
몇 해 전 입시 상담 중 필자가 고등학생에게 직접 들은 질문이다. “공부 못하면 전문대 간다.” 이 말,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성적 낮은 학생이 가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아쉽게도 이런 인식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런데 지금의 전문대학은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형 인재를 키우며, 커리어를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전략적인 선택지로 변모했다.
바뀌고 있는 사회, 뒤처진 인식
최근 고등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진로를 먼저 고민하고,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춘 교육과 직업을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그 과정에서 전문대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늘고 있다.
전문대학은 취업에 초점을 맞춘 실습 중심 수업, 현장 실무 연계, 자격증 취득 지원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간호·보건계열, 뷰티, 항공서비스, 반려동물, 게임그래픽, 웹툰,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정비(미래 모빌리티) 등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을 선도하는 학과들이 전문대학에 집중돼 있고 전문 기술을 배운 학생들은 실력을 인정받고 곧장 현장으로 나간다.
일반대학에 진학해서 진로가 불분명한 학생과 전문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바로 병원에 취업한 학생 중 누가 더 성공적인 진로일까? 혹은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서 콘텐츠창작학과에서 실습을 반복하며 데뷔 기회를 잡는 학생과 적성에도 맞지 않는 전공을 억지로 다니는 학생 중 누가 더 자기 삶에 가까이 가고 있을까?
전문대학은 낮은 곳이 아니라 다른 길이다. 그 길은 지금의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 중심, 실무 중심, 직무 중심 사회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맞는 공부가 더 중요하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공부하느냐이다. 자신의 흥미와 능력, 미래 직업을 충분히 고민한 공부는 성적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정리하자면 전문대학은 어쩔 수 없이 가는 ‘대안’이 아니라 처음부터 고려하는 ‘선택지’다. 전문대학은 더 이상 성적이 모자라서 가는 곳이 아니다. 자신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기업에서 원하는 것을 배우고, 현장에 바로 뛰어들 수 있는 돕는 든든한 출발점이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가는 곳’이라는 말은 이제 버려야 한다. 전문대학은 ‘일 잘하는 인재가 먼저 가는 곳’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대학 브랜드홍보 더 확대해야…
결론적으로 전문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브랜드 홍보가 꼭 필요하다. 특히 학부모나 학생들이 전문대학을 바라보는 첫 인식은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브랜드 이미지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전문대학에 대한 공통의 긍정적 인식 형성을 위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 차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문대교협은 그동안 다양한 캠페인과 콘텐츠를 바탕으로 전문대학의 강점을 알리는 데 힘써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문대학 브랜드홍보 활동이 다소 줄어든 듯한 인상을 받는다는 홍보 담당자들의 목소리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대학 홍보 이전에, ‘전문대학’이라는 교육 브랜드 자체에 대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변화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인식을 바꾸는 데는 메시지와 이미지가 필요하다. 전문대교협이 다시 중심이 돼 그 역할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하며, 전문대학홍보협의회도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함께 힘을 보태고자 한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