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하버드대 유학생 등록 차단… 미국 대학가 ‘충격’

하버드발 유학생 차단 여파, 미국 대학 혁신·경제·국제경쟁력 ‘흔들’ 법원 제동에도 이어지는 트럼프 행정부와 대학가 갈등, 해외 인재 유치 위기 유학생 정책 혼란에 유학 준비생·학부모 “진로·미래 불확실성 커져”

2025-05-26     백두산 기자
하버드대학교 와이드너 도서관. (사진=하버드대 홈페이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의 외국인 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하는 초강경 조치를 내리면서, 미국 대학가와 국제 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가 정부의 반유대주의 근절 등 교육 정책 변경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전격 취소했다. 이에 따라 하버드대는 더 이상 외국인 학생의 신규 등록은 물론, 기존 유학생들까지 학교를 옮기지 않으면 법적 지위를 상실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하버드대 유학생은 약 6800명으로 전체 학생의 27%에 달한다. 이번 조치는 대학 재정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버드대는 즉각 “외국인 학생 차단은 위헌적이고 위법”이라며 연방법원에 효력 중단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하루 만에 효력 중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하버드대 간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가 “반미, 친테러리스트 활동가들이 유대인 학생 등 다수의 개인을 괴롭히고, 학습 환경을 방해하는 것을 허용했다”며, 이들 중 상당수가 외국인 학생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버드대가 위구르족 집단 학살에 연루된 중국 공산당 준군사조직 구성원을 초청해 교육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실제로 국토안보부는 하버드 측에 외국인 학생의 범죄 및 폭력 행위 이력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하버드대가 “불충분한 응답”을 했다고 판단해 SEVP 인증을 취소한 것이다.

하버드대는 “정부는 펜 한 자루로 하버드 학생 구성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국제 학생들을 지우려 한다”며 “이 학생들은 학교의 사명과 연구, 교육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SEVP 인증은 수천 명의 국제 학생이 학업을 마치고, 학위를 취득하며, 중요 연구를 지속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국토안보부 조치는 명백한 보복 행위이자,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와 절차적 권리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뿐 아니라 컬럼비아대 등 다른 명문대에도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다른 대학에도 외국인 학생 등록 금지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대학가 전체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중국, 인도 등 3개국 유학생 62만여 명이 미국 경제에 미친 효과는 252억 달러(약 29조 원)에 달한다. 특히 한국 유학생의 1인당 경제 기여 효과는 4만 2,100달러로, 중국·인도보다 높게 집계됐다. 전체 외국 유학생의 미국 경제 기여도는 447억 달러에 이르며, 이들이 낸 등록금과 생활비, 소비 등은 37만 8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MIT, 버클리, 뉴욕대, 미시간대 등 미국의 유수 대학들은 우수한 석·박사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이며, 이들 대학의 유학생 비율은 20~40%에 이른다. MIT 샐리 콘블루스 총장은 “국제 학생이 없다면 MIT는 MIT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고,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고등교육연구센터도 “학문적 인재를 미국으로 끌어오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현재 법원 명령으로 일시 중단된 상태지만, 미국 대학의 국제적 위상과 다양성, 국가 혁신 역량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세계 인재의 허브로 남으려면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조치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 유학 준비생과 학부모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하버드대, MIT, 스탠퍼드 등 미국 명문대 진학을 준비하던 학생과 부모들의 문의가 급증했다”며 “미국 유학 자체를 재고하거나, 영국·캐나다 등 대체 국가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고등학생 김모 양은 “어릴 때부터 꿈꿔온 하버드 진학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질까 불안하다”며 “입시 전략을 다시 짜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미국 대학이 외국인 학생을 받아주지 않으면, 아이의 진로 계획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정보 제공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학의 유학생 차단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학생들의 진로 선택 폭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국내 대학의 국제화, 해외 대체 유학 경로 확대 등 다양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