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문학, 붕괴 위기 직면”… 국회서 학술생태계 회복 논의

인문학·문화예술 신규 박사 40% 무직, 70%가 연 4000만 원 미만 소득 이공계 연구비 10배 차… 인문사회 연구자, 1인당 과제·예산 극심한 열세 학문 후속세대 고갈·지원 불균형 심화… “국가적 회복 정책 시급”

2025-05-28     백두산 기자
(사)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와 더불어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선대위 잘사니즘 위원회, 관광여가행복위원회는 지난 2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문사회 및 문화예술 분야 학술생태계 회복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한국 인문사회 및 문화예술 분야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 아래, 학술생태계 회복과 사회 통합 방안을 논의하는 국회 간담회가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와 더불어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선대위 잘사니즘 위원회, 관광여가행복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간담회에는 각계 인문사회 분야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정책 대안을 모색했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인사총)는 ‘한국인문학총연합회’, ‘한국사회과학협의회’, 전국 국공립·사립대 인문대학장협의회, 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등 인문사회 및 문화예술 분야의 학회와 대학 단체들이 연대한 대한민국 대표 학술단체다. 전임·비전임 연구자와 디자인학회 등 문화예술 분야까지 아우르며,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의 학술생태계 회복과 정책 제안을 주도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인문학 분야 교원 수는 22.6%나 감소했고, 2024년 신규 박사 중 인문학 및 문화예술 분야 무직자 비율은 40.1%에 달하는 등 학문 생태계가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취업에 성공한 신규 박사조차도 25.5%가 연 소득 2000만 원 미만, 71.7%가 4000만 원 미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신규 박사 10명 중 8명이 40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희망하는 현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예술 및 인문학 분야 박사의 연봉 6000만 원 이상 비율은 13%에 불과해, 정보통신기술(60.9%)이나 공학(54.2%) 등 타 분야와 큰 격차를 보인다.

대학원 정원 감소에도 불구하고 인문사회 및 문화예술 분야는 지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학문 후속세대가 고갈되기 시작한 분야도 있어, 우수 인재 유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연구 지원의 불균형도 심각하다. 2024년 기준 중앙정부 전체 R&D 예산 29조 5968억 원 중 인문사회 R&D 예산은 359억 원(1.21%)에 불과하다. 자연과학, 공학, 농수해양학 등 이공계 교수 2만 5119명에게 3만 2628개 과제가 배정된 반면, 인문학·사회과학·문화예술학 교수 3만 718명에게는 5886개 과제만 배정됐다. 교수 10인당 과제 수는 이공계 13개, 사회과학 2.4개, 인문학 1.4개, 예술체육학 1.3개로, 이공계 대비 6배 이상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과제별 평균 연구비 역시 자연과학 1억 7345만 원, 공학 2억 180만 원, 농수해양학 1억 8592만 원에 비해, 사회과학은 1969만 원, 인문학 1389만 원, 예술체육학 1175만 원에 그친다.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들은 이공계에 비해 10분의 1 이하의 연구비로 연구를 이어가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의 원인으로는 극심한 공적 지원의 차별, 법률적·제도적 기반의 부재, 국가급 심의·자문기구와 학술정책연구 전문기관의 부재가 꼽혔다. 과학기술 분야에는 25개에 달하는 전문법령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가 존재하지만, 인문사회 분야는 이 같은 제도적 토대가 전무한 실정이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는 △인문사회 및 문화예술 분야 학술연구에 대한 공적 지원 정상화 △대통령 직속 국가학술위원회(가칭) 설치 △인문사회 분야 기본법 제정 및 학술정책연구 전문기관 설립 등을 핵심 정책으로 제안했다. 이는 창의성과 공동체 정신을 갖춘 미래 인재 육성, 문화산업 발전, 한국문화의 세계화, 국민행복 증진 등 사회 전반의 성숙과 통합을 목표로 한다.

유동수 잘사니즘 위원회 위원장은 “인문사회적 가치의 확산 없이는 진정한 국민행복을 실현할 수 없다”며 “이번 간담회에서 제안된 정책을 중앙선대위에 적극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는 정책제안서를 전달하며 차기 정부가 인문사회 분야를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육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