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에 바란다] 과학기술계 “기술 초격차 외치기 전에… 기본부터 묻는다”
차기 정부 향한 제언… “정치 독립성과 장기 투자 전략 확립해야” “기후위기·AI 전환기 맞아 지속가능성 중심 정책 패러다임 필요”
[한국대학신문 윤채빈 기자] 과학기술계가 차기 정부를 향한 정책 제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인공지능(AI), 기후위기 등 과학기술이 국가 미래를 결정할 의제로 부상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과학기술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지속 가능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사단법인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공동포럼에서 10대 혁신정책 어젠다를 제시했다. 이들은 “차기 정부는 과학기술을 정치 이념으로부터 독립시키고,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개발(R&D) 투자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데이터 기반의 정책 기획, 근거 중심의 평가 체계 도입, 우수 인재 유치 및 연구중심대학 육성, 블록펀딩 등 안정적 지원책 마련을 주문했다.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은 “차기 정부가 과학기술을 단순한 재난 대응 수단이 아니라,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국민 안전을 보장하는 핵심 체계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학계가 정치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과학의 시간’ 속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연구개발 정책과 장기적인 투자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서울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을 지역으로 확산할 방안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과학기술 외교를 국가 생존 전략으로 삼는 방안 △청년·여성·외국인 등 과학기술계 소수자의 연구 자유 보장 등을 제안했다.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는 기후위기와 AI라는 전 지구적 전환기에 대응할 국가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책안으로는 △탈핵 및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저탄소 교통체계 구축 △기후 취약지역 대상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제안했다. 또한, AI 시대를 맞아 △초·중등 AI 리터러시 교육 △비판적 사고와 공동체 윤리를 중심으로 한 교육 개편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 인프라 확충 등을 내놓았다.
과학기술계는 이제 단순히 예산 증액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외치는 ‘AI 3강’, ‘기술 초격차’의 구호 이면에서, 과학기술계는 지속 가능한 과학기술의 기본부터 다시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