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에 바란다] 한국대학출판협회 “‘대학교재 바우처 사업’ 전면 시행 등 국가 차원의 구매 지원 이뤄져야”
학술 기반 강화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 마련 필요 한정된 인력과 재정으로 디지털 전환 감당키 어려워 학생 접근성 고려해 국가 차원의 교재 구매 지원 나서야 대학교재 및 학술서적의 불법복제도 실질적 해결 주문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현재 전국의 대학출판부 수는 2017년 67개교에서 2024년 44개교로 줄었으며, 그마저도 다수는 인력 1~3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곧 학술 출판 기반의 붕괴를 의미하며, 고등교육과 학문의 질적 후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학출판부의 한 관계자는 “대학출판의 위축은 곧 학문 공동체의 침묵으로 이어진다”며 “차기 정부는 학술 기반 강화를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9일 대학출판계에 따르면 출판 인력 확대, 불법 복제물 등 대학 출판계는 복합적 위기를 겪고 있다. 신선호 한국대학출판협회 이사장(한국외대 지식출판콘텐츠 부장)은 “대학출판은 학문과 교육의 실핏줄이다. 그러나 그 역할과 중요성에 비해 우리 사회의 인식과 정책적 지원은 여전히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한국대학출판협회는 차기 정부에서 △대학교재 바우처 사업의 전면 시행 △대학교재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전략적 투자 △대학교재 및 학술서적의 불법복제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간 유기적 협력 등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차기 정부는 대학출판 및 학술출판이 단순한 ‘출판’이 아닌, 지식 주권의 핵심임을 인식하고 실질적인 정책 지원에 나서야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우선 대학교재 시장을 살펴보면 현재 교과서 시장의 구조는 상업출판 중심으로 되어 있어 학문적 다양성과 전문성이 보장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대학출판부가 개발한 교재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차원의 교재 구매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대학출판계의 중론이다.
대학교재의 디지털 전환 이슈와 관련해선 올해부터 초·중·고등학교에 도입된 디지털교과서 사업처럼, 고등교육 단계에서도 디지털 기반의 학습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선호 이사장은 “전자책은 물론, 오디오북,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 다양한 디지털 형식의 교재는 학습자의 수준과 학습 방식에 맞춘 맞춤형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대학출판부는 한정된 인력과 재정으로 이러한 전환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디지털 출판 인프라 구축 지원이 병행돼야 하며, 이는 미래형 고등교육 체제 구축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교재 및 학술서적의 불법복제 문제 역시 차기 정부가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중요한 정책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대학가에서는 불법 PDF 파일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저작권 침해를 넘어 지식 생태계 전반을 잠식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차단이나 법적 제재만으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신선호 이사장은 “디지털 음원 시장의 전환 사례처럼 정식 콘텐츠가 불법 콘텐츠보다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시장이 자연스럽게 양성화된다”며 “대학교재의 전자책 전환을 전제로 인터랙티브 콘텐츠, 멀티미디어 연동, 오답노트 자동 정리 등 종이책이나 불법 복제본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기능을 탑재한 혁신적 사용자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출판부 관계자는 “이 같은 기능 구현을 가능케 할 전자책 제작·변환 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공공 인프라 또는 SaaS형 도구로 보급할 필요가 있다”면서 “출판사, 대학, 플랫폼 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UI/UX 표준과 콘텐츠-보조자료 연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할 협력적 생태계 조성도 병행돼야 한다. ‘단속’ 중심이 아닌 ‘더 나은 서비스’ 중심의 대응이야말로 대학출판계가 당면한 불법복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