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에 바란다] “대학을 다시 국가의 중심으로”… 국공립·사립대 교수들, 차기 정부에 고등교육 정책 제안
국교련-사교련, 재정 확대·자율성 보장 등 공통된 요구…접근 방식은 차이 뚜렷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전국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사교련)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각 차기 정부에 고등교육 정책을 제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양 단체는 대학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인프라임을 강조하며, 재정 확대와 제도 개편,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공통적으로 촉구했다. 다만 국립대의 공공성·자율성 강화에 방점을 찍은 국교련과, 대학 시스템 전반의 구조 재편을 강조한 사교련은 정책의 접근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 “국립대 독립성과 역할 확대”…국교련, 고등교육 국가전략화 촉구 = 국교련은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20일 국민의힘 대선캠프에 각각 고등교육 공약 제안서를 전달했다. 우흥명 국교련 상임회장(강원대 교수)은 “이번 대선은 고등교육을 국가 전략화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때”라며, 교육이 인구절벽, 지방소멸, 세대갈등, AI 시대라는 복합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국교련은 △GDP 대비 1.5% 수준으로 고등교육 재정을 확대하고 관련 법 제정 추진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교육원로 사회공헌체계 구축 △국립대학법 제정을 통한 국립대 독립성·자율성 확보 △학교 수업과 내신 중심의 공정한 대입 혁신 등을 4대 핵심 정책으로 제안했다.
특히 국립대학법 제정과 총액지원제 확대는 국립대학을 지역산업의 거점이자 균형발전의 중심으로 기능하게 하려는 정책 방향으로, 지역 인재 양성과 공공성 강화의 밑그림으로 평가된다.
또한 실버세대의 재능기부와 평생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제 마련, 실버멘토제도 도입 등은 고령화 사회에서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정체성·재원·관리 모두 위기”…사교련, 대학 시스템 전면 재구조화 제안 = 사교련은 지난 8일 ‘새 정부 대학정책 수립을 위한 3대 전략과제’를 발표하며, 대학이 직면한 4대 위기(정체성 상실, 수도권 집중, 관치행정, 재정 위기)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특히 대학의 ‘지식생산 기관’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대학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등교육 재정의 경우 단순한 증액이 아닌 지원 방식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재정 여건상 대규모 예산 증액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기존 소모성 사업 중심의 지원을 줄이고, 대학 운영의 기초체력을 보강할 수 있는 운영비 중심의 지원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이다.
또한 사교련은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초격차대학’ 육성 전략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이는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선도 대학에 집중 지원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으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한 선택적 투자 전략이 강조됐다.
마지막으로 대학이 사회통합과 문화적 균형발전을 이끄는 공적기관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문·사회·예술·과학·기술·교육이 균형을 이루는 ‘정육각형 문화선진국’ 구상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인문사회학술기본법 제정, AI 시대에 적합한 인문사회 전공자 진로 역량 강화, 학술정책 중장기 로드맵 수립 등이 주요 과제로 제안됐다.
■ “재정 확대·자율성 보장”에는 공감…실행 전략은 달라 = 국교련과 사교련은 고등교육 재정 확대, 대학의 자율성과 공공성 보장이라는 원칙에 공감했다. 특히 양측 모두 지금이야말로 고등교육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할 마지막 기회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교련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공공 고등교육의 역할 강화, 사교련은 대학 생태계 전반의 구조 개편이라는 상이한 해법을 내놓았다.
대학을 직업교육기관이나 정부의 정책 실험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국가 인프라로 재위치시키려는 두 단체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이번 대선이 대학정책의 대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는 교육계의 절박함을 반영한다. 고등교육계는 이번 제21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대학이 청년·산업·지역정책의 하위 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