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교육개혁 30주년 “정책이 역사로 넘어가는 순간”

5.31 교육개혁 30주년 맞아 학계 연합 성찰의 장 열려

2025-05-31     백두산 기자
31일 연세대학교 교육과학관에서 '5.31 교육개혁 30년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6개 학회 연합학술대회가 열렸다. 남수경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장이 고등교육재정에 대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1995년 발표된 5.31 교육개혁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하고 성찰하기 위한 학술대회가 31일 연세대학교 교육과학관에서 열렸다. 한국교육정치학회를 비롯한 한국교육행정학회, 한국교원교육학회,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한국지방교육경영학회, 한국교육사학회 등 6개 학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연합학술대회는 ‘5.31 교육개혁의 역사와 의미’를 되짚고, 교육개혁 30년의 궤적을 돌아보며 미래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개회식 축사에 나선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5.31 교육개혁은 개인적으로도 교육 행정 실무의 출발점이자 큰 배움의 현장이었다”며 “그 정신은 오늘날 국가책임 교육 돌봄, 디지털 교육혁신, 지역 중심 대학 지원 체계인 ‘라이즈’ 정책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 차관은 특히 “5.31 교육개혁은 정부가 바뀌어도 교육정책의 근간으로 작동해 온 중요한 자산”이라며 “앞으로의 교육정책 역시 정책과 학술이 통합되는 기반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도 축사를 통해 “정권 변화에 따라 교육정책이 흔들릴 때도 5.31 교육개혁은 중심을 지켜왔다”며 “과도한 경쟁과 교육격차를 심화시켰다는 비판 속에서도, 장기적 비전과 철학을 담은 교육개혁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지방정부 또한 교육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정책 현장에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각 학회는 5.31 교육개혁 이후 교육 분야별 변화를 조명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는 5.31 개혁 이후 교육재정이 양적 성장을 이뤘으나, 고등교육 공공투자는 여전히 OECD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중등 교육의 학급당 학생 수는 줄고, 고등교육 취학률은 크게 증가했지만, 고등교육 질 제고를 위한 재정 투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국지방교육경영학회는 지방교육자치의 확대를 강조하며, 교육행정과 일반행정 간 협력체계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교육발전특구’ 사례를 중심으로 협력 행정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하고, 실질적 지방교육자치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교원교육학회는 교원양성체제 개편과 교직환경 변화에 주목했다. 사범대·교대 통폐합 논의,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사의 역할 변화 등 현안들이 교원정책 전반에 구조적 대응을 요구한다고 분석했다.

한국교육정치학회와 교육사학회는 해방 이후 교육자치 논의의 역사적 맥락을 조명했다. 특히 교육자치제 운영에 대한 이호성의 저작을 중심으로 과거 논의를 재해석하고, 1950~60년대 교육자치제 논의가 오늘날 교육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행사의 마지막은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서울대 명예교수)의 기조강연으로 마무리됐다. 김 전 부총리는 5.31 교육개혁의 역사적 배경과 당시 사회적 기대를 소개하며, “개혁의 원론에는 대체로 동의했지만, 소통 부족과 일방적 추진, 인프라 미비 등으로 실행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당시 개혁이 정보화와 세계화에 치중하며 민족·민주주의적 과제를 소홀히 했다는 점도 재고돼야 한다”며, “향후 교육개혁은 지속적 추진기구를 통한 상시 점검과 조정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합학술대회는 학계가 지난 30년의 교육개혁을 자평하고, 미래 10년, 30년을 준비하기 위한 정책적·학문적 통찰을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 인구구조 변화, 지역소멸, 디지털 전환 등 새로운 시대적 도전에 직면한 오늘, 교육개혁은 다시금 '다음 세대를 위한 약속'으로 재구성돼야 할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