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인터뷰] 이주열 대학혁신지원사업 총괄협의회장(충청권 사업단장) “1·2주기 사업성과 점검… 시그니처 단위과제, 각 대학·권역·대학유형별 특화사업 발굴할 것”
십수 년간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위기 심각…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단비 같은 역할 자율혁신 성과 기반 사업비 집행 자율성 향상… 138개교와 긴밀 협력, 사업 발전방안 마련 라이즈사업은 산학협력 중심으로 지역혁신에 집중,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교육혁신에 집중 사립대 등록금 인상 요인 고려, AI 대전환 미래사회 준비… 학습자 중심의 학사구조 개편 ‘교육혁신’ 가속화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1,2주기를 거치면서 대학에서는 혁신에 대한 설렘이 사라지고 있다.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교육혁신 성과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가겠다.”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 총괄협의회장이자 충청권 회장(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이주열 대학혁신사업단장(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이 전한 당찬 각오다.
이주열 회장은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대학의 새로운 가치와 역할을 창조하는 과정”이라며 “대학혁신은 개별 대학을 넘어 전체 대학에서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라이즈사업과 대학혁신지원사업에 대한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기존 중앙 중심 대학재정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지자체 주도로 지역대학과 산업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라이즈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대학혁신지원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점을 제기한 것. 라이즈사업은 산학협력 중심으로 지역혁신에 방점을 두면서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교육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이 궁극적으로 혁신하고자 하는 방향은 어디에 있으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4일 제주에서 열린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 총괄협의회 실무자 워크숍에서 이 회장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 올해 3주기에서 특별히 중점적으로 추진·주력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 어떤 측면에서 노력해야 할까.
“3주기에서는 학생 중심의 교육혁신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2학기부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라이즈사업은 산학협력 중심으로 지역혁신에 집중하고,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교육혁신에 집중해야 건강한 대학구조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집중해야 할 교육혁신 영역은 학습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유연한 학사제도 도입과 교육과정 개편이라고 생각한다.”
- 지난 2주기와 비교해 3주기 사업에서 변화하는 점이 있다면.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개편하면서 2019년부터 시작돼 2021년까지 1주기 사업을 마쳤고, 2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은 117개 대학이 참여해 2022년부터 3년간 대학별 자율혁신을 통한 체질 개선으로 양질의 대학 교육 및 미래 인재 양성을 목표로 추진됐다.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의 목표는 대학별 자율혁신을 통한 체질 개선으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및 지속 가능한 고등교육 생태계 구축이며, 자율성과 책무성의 조화,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한 교육혁신, 적정규모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세부 추진전략으로 삼고 있다. 그간 대학의 자율혁신 성과를 기반으로 교육‧연구 분야에 보다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세부 내용이 변경됐다. 특히 사업비 운용에 있어서 관계 법령에 따른 집행기준 외 규제가 최소화돼 대학의 집행 자율성이 향상됐다.”
-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이 대학가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나.
“1,2주기를 거치면서 대학에서는 혁신에 대한 설렘이 사라지고 있다. 진짜 혁신사업보다는 기존 대학재정으로 지원되던 사업을 혁신사업비로 대체해 운영하는 사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간 대학등록금 동결로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에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단비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혁신지원사업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비상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참여대학들이 교육혁신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 전체를 아우르는 총괄협의회장이자 충청권 회장을 맡고 있다. 향후 계획을 각각 나눠서 들려주신다면.
“부족한 사람이 충청권 회장과 총괄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돼 마음의 부담이 크다. 총괄협의회 회장은 대학 현장의 애로사항을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 담당 부서에 충실히 전달하고 각 권역 간 원활한 소통이 되도록 가교역할을 하는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달리 권역별 회장 역할은 권역 내 대학 간 원활한 정보교류와 협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소통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남서울대에 24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그간 대학에서 자체평가·연구·교무·취업·대학혁신 업무 중심으로 보직을 맡았다. 대외적으로는 중앙정부의 성과관리 및 평가와 관련된 활동에 주로 참여했다. 저의 대학행정 및 성과관리 경험을 활용해 향후 3년간 전국대학의 혁신사업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이 처음 시작된 2019년부터 대학 간 원활한 네트워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협의회를 조직했고, 각 권역별 회장교와 부회장교 총 10개 대학의 대학혁신지원사업단장으로 총괄협의회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행정팀장으로 구성된 총괄협의회 실무위원회도 있다. 총괄협의회 사무국에는 상근 직원 3명이 있어서 총괄협의회 운영위원회가 전체 사업 방향을 결정하고 사무국이 총괄협의회 실무위원회와 협조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저는 1·2주기 동안 조직된 운영체계를 유지하면서, 그간 미흡했던 총괄협의회 활동을 보완해 운영하려고 한다.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충청권은 24개 대학, 전국적으로 138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2주기보다 21개교가 증가했는데, 신규로 진입한 대학들이 각 권역 내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대학혁신지원사업 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수행애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직원 선생님들의 직무역량 향상이 중요하다. 이 분들께 필요한 실무교육과정도 운영할 예정이다.”
- 권역 간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총괄협의회의 핵심 역할은 대학 간 소통을 통해 대학혁신에 필요한 정보교류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실시간으로 필요한 소통을 위해 권역별 단장 단톡방과 행정팀장 단톡방이 운영되고 있고, 5개 권역의 회장교와 부회장교가 참여하는 총괄협의회 운영위원회와 실무위원회도 단톡방을 운영하고 있다. 단톡방으로 필요한 정보나 현장 의견이 빠르게 소통되고 있다. 회장인 제가 소통 채널에 제시된 현장의 애로사항을 교육부 또는 한국연구재단 담당 부서에 전달하고 있다. 총괄협의회 대면 회의는 연 2회 개최를 기본으로 하며, 필요한 경우 온라인 회의를 추가로 개최하려고 한다. 매년 권역별로 성과보고회가 진행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전체 대학이 참여하는 성과보고회가 있다. 3주기부터는 각 권역별 성과보고회 일정을 총괄협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여 관심 있는 타 권역에서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혁신하려는 바는 무엇인가.
“혁신은 시대적 키워드다. 혁신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고 운영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단순화, 효율화, 표준화시키는 과정으로 보시면 된다. 혁신의 핵심은 실행이다. 멋진 계획은 누구나 작성할 수 있지만, 실행은 아무나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혁신 내용은 각 대학별 여건과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AI 대전환 미래사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학습자 중심의 학사구조 개편은 공통적으로 추진돼야 할 혁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권역 내 회장·부회장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기존의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달리 대학의 자율혁신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개별 대학 차원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 대학으로 바라볼 때 과연 대학혁신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 지역대학은 혁신보다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학은 어떤 혁신을 선택해야 할까? 계속 앞으로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번쯤은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저는 올해가 그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만 보고 달리는 속도를 조금 늦추더라도 1,2주기 모든 대학의 사업성과를 분석해 유형화시키고, 이를 근거로 전체 대학 차원에서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혁신은 개별 대학을 넘어 전체 대학에서 이뤄져야 한다.”
- 남서울대에서 국책사업단장과 라이즈사업단장도 겸직하고 있다.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다.
“저는 우리 대학에 대한 마지막 봉사가 대학혁신이라고 생각하고 단장 보직을 맡았다. 업무를 맡고 보니,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제가 대학본부의 여러 보직을 거쳤기 때문에 학과 및 행정부서들과 협조해 큰 어려움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작년에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지방대학활성화사업이 추가되고, 이 사업이 라이즈사업으로 연계·발전되면서 대학혁신지원사업단과 라이즈사업단을 모두 맡게 됐다.
개인적으로 지난 5개월을 돌아보면, 라이즈 기반을 구축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라이즈가 추구하는 방향은 대학이 기존에 수행했던 사업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대학이 지역발전의 주체가 되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타 대학과 컨소시엄을 하거나 광역 및 기초단체와 협업도 진행해야 한다. 지역혁신은 대학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은 라이즈 성과 도출에 큰 부담을 갖고 있다.
대부분 대학은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라이즈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총괄협의회 회장 입장에서 보면, 현재 대학의 분위기로 볼 때 대학혁신지원사업이 위축될 수 있어서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대학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추진 방향에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제가 3주기 회장을 맡은 이후 성과관리와 관련해 고민 중인 사항이 있는데. 대학혁신지원사업 시그니처 단위과제 발굴과 각 대학별, 권역별, 대학유형별 특화사업으로 적절한 과제 발굴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교육부의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예산을 지원하는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사업내용의 적절성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사립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운영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 총괄협의회는 138개 대학과 긴밀히 협력해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학 간 정보교류를 넘어 대학혁신정책 방향을 교육부에 제안할 수 있도록 국회 교육위원회와 협력해 정책세미나도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