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고등교육 정책 전망 ②] 대학이 바뀌면 AI가 달라진다
4대 권역 AI 교육특구 지정… 생애주기 AI 교육체계 마련 AI 리터러시부터 박사과정까지, AI+X 시대의 고등교육 모델 반도체·로봇·데이터 중심의 지역균형형 인재 육성 로드맵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AI 강국이 되려면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고등교육 개혁 비전에서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구조를 뒤흔들 전략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세계 정세 속에서 AI는 미래 산업의 핵심이며, 고등교육은 이를 뒷받침할 중심축이다. 이재명 정부는 AI 인재 양성의 핵심 수단으로 ‘AI 교육특구’ 지정과 생애주기 기반 교육체계 수립, 고등교육 체계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 ‘AI 교육특구’, 수도권 아닌 지역에서 시작된다 = 이재명 정부의 AI 인재 양성 구상은 수도권 집중이 아닌 지역 분산형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정부는 전국을 4개 권역으로 구분하고, 각 권역의 산업과 대학 역량을 연계해 특화된 ‘AI 교육특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기존의 서울·수도권 일극 체제를 벗어나, 지역 중심의 AI 교육 및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남부는 AI 응용기술과 반도체 인재를 키우는 전초기지로 구상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밀집한 이 지역은 성균관대, 한양대, 카이스트 평택캠퍼스 등과 연계해 산업과 교육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AI·반도체 교육 허브로 육성된다.
대전·충청권은 KAIST와 충남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연구 중심 기관들이 포진해 있다. 정부는 이 지역을 AI 원천기술 개발과 고급연구인력 양성의 중심지로 설정했다.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도 예정돼 있어, 이론과 응용, 인프라가 결합된 고난도 AI 기술 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권, 특히 광주와 전남 지역은 이미 AI 데이터 집적단지를 중심으로 실증형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GIST(광주과학기술원), 전남대, 한국에너지공대 등과 연계해 데이터 기반 AI 실습 교육이 강화되며, 광주에 설립 중인 AI 영재고는 중등단계부터의 인재 육성 출발점이 된다. 이 지역은 AI 반도체 실증, 스마트팜, 에너지 산업과의 융합이 기대된다.
대경권은 디지스트(DGIST), 포항공대, 유니스트 등 이공계 특화 대학과 경북대, 부산대 등이 포진해 있는 반도체·로봇·모빌리티 중심 산업지대다. 대구시는 테크노폴리스, 수성 알파시티, 군위 신공항권을 연결하는 반도체 특화 삼각벨트를 추진 중이며, 지역 대학과 연계한 실습 중심 AI 교육이 가능하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의 AI 교육특구 전략은 단순한 대학 개편이 아니라, 각 권역의 산업구조와 맞물려 교육과 기술, 고용과 창업을 아우르는 구조적 접근이다.
■ 교육도 ‘생애주기’로… AI 교육의 밑그림 = 기존 AI 교육이 대학이나 특정 직업교육에 한정됐던 것과 달리, 이재명 정부는 AI 교육을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설계하고 있다. 미래교육자치위원회가 제시한 AI 교육모델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초중등 단계의 AI 리터러시, 대학 단계의 AI+X 융합, 대학원과 직업 재교육 단계의 AI 개발 및 연구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AI를 교육 도구로 활용하지 않고, 인식과 윤리 교육 중심의 기초 소양을 익힌다. 고학년부터는 음성인식, 간단한 로봇 체험 등을 통해 AI의 개념과 원리를 놀이 중심으로 익히고, 중학교부터는 AI 리터러시와 컴퓨팅 사고 교육이 본격화된다. 고등학교에서는 일반 트랙(사회 활용 중심)과 진로 트랙(AI 개발 중심)으로 나뉘며, 알고리즘 교육과 사회적 영향 분석, 문제 해결 프로젝트가 포함된다.
대학에서는 학생의 전공에 따라 AI 활용 수준을 나눈다. 비전공자를 위한 AI 리터러시 교양과정, 각 전공과 AI 기술을 결합한 AI+X 응용과정, 그리고 인공지능 모델 설계와 구현을 위한 AI 핵심과정이 구분된다. 예를 들어, 교육학과 학생은 교육AI, 법학과 학생은 법률AI, 간호학과 학생은 의료AI로 연계된다.
대학원 단계에서는 AI개발 석사과정과 AI연구 박사과정으로 세분된다. 석사과정은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AI 시스템을 설계·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박사과정은 기존 모델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고 AI 모델을 연구·개발한다.
■ ‘AI+대학’, 산업과 지역을 바꾸는 실험 = 정부의 구상대로 AI 교육특구가 가동되면, 대학은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 산업 전진기지로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경기남부 AI 교육특구는 AI 특성화고-대학-산업 현장이 연결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충청권은 대학-출연연-기업이 협력하는 고급인력 양성 컨소시엄을 준비 중이다.
광주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테스트베드를 중심으로 실증형 교육이 전개되며, 대경권에서는 고교-대학-기업이 연계된 실전형 설계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는 단순 취업 대비가 아닌, 창업과 연구, 산업 전환을 동반한 미래형 인재 양성의 실험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AI 교육특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입시 제도, 교원 양성, 교육과정 자율권까지 특구 단위로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 중이다. 입학생 수 조정, 교육청·지자체 협력, 산학연 거버넌스 구축 등 제도 전반의 변화가 동반된다.
■ 청년 정주와 균형 발전의 키워드 ‘AI’ = AI 교육특구는 단지 인재 양성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전략적 키워드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에서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지역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고 밝힌 바 있다.
고등교육을 통해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와 미래 산업 기반이 만들어지면, 청년의 정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수도권으로의 인재 유출도 줄어들 수 있다. AI 교육특구는 이른바 ‘학·산·정’(대학-산업-정주)의 선순환 구조를 노린 정책이다.
실제로 각 지역의 지자체들은 이 정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교육과 산업을 통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역발전 모델이기 때문이다. 미래교육자치위는 “AI 교육은 기술 교육이 아니라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남겨진 과제는 실행력, 입법, 지속성 = 그러나 이러한 야심찬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는 실행력이다. 지역대학 다수가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AI 교육특구의 설계와 운영을 주도할 인프라와 인력이 부족하다.
둘째는 입법적 기반이다. 특구의 실질적 자율성과 지원을 보장할 ‘AI 교육특구 특별법’은 아직 발의되지 않았다. 교육부와 과기정통부 등 관련 부처 간 조율도 필요하다. 셋째는 지속성이다. 정부의 임기 내에 모든 특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장기적 재정 투입과 교육청·지자체의 지속적인 참여가 필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고등교육의 구조를 재편하려는 전략이라면, ‘AI 교육특구’는 그 기능과 내용을 재설계하려는 정책이다. 이 두 축은 이재명 정부 고등교육 개혁의 쌍두마차다. 수도권 중심 서열 구조를 분산시키고, 지역대학의 산업적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대한민국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AI를 단지 미래 산업의 도구가 아니라 교육을 바꾸고, 산업을 바꾸며, 지역을 바꾸는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는 대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