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 기획 인터뷰①] 김종영 교수 “이재명은 교육대통령”
김종영 교수가 본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철학과 출발점 “서울대 하나로는 안 돼”… 교육이 병목, 대학이 해법 학벌 구조 바꾸지 않으면 어떤 입시개편도 무의미해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교육지옥을 해소할 유일한 출구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단순한 고등교육 정책 구상을 넘어 한국 사회의 지식·권력 구조를 전환하자는 대담한 제안이다. 이를 처음으로 체계화한 인물이 바로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다. 그는 학벌 구조가 한국 사회를 옥죄는 핵심 병목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고, 이후 이 구상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공식 채택되며 현실 정치로 진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정책을 통해 ‘학벌 타파’를 전면에 내세운 유례없는 교육 개혁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김 교수는 그를 “교육대통령”이라 부르며, 이 구상이 단순한 교육 정책이 아니라 국가 개조를 위한 구조 개혁이라고 강조한다. 본지는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철학, 배경, 실행 전략을 2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서울대 하나로는 더는 안 됩니다.”
김종영 교수는 단호했다. 단지 대학의 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서울대 중심의 서열 체제를 허무는 구조 전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단순한 ‘수치’나 ‘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과 권력의 독점 구조를 해체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그가 이 구상을 내놓은 배경에는 오랜 사회학적 탐구와 현실 개입 사이에서의 치열한 고민이 있었다. “교육은 한국 사회의 병목입니다. 병목을 해소하지 않고선 인구도, 지역도, 사회도 지속 가능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그는 입시제도의 변화보다 ‘대학 구조’의 변화가 먼저여야 한다고 본다. “병든 입시 구조 위에 대학 서열이 그대로 있으면, 그 어떤 입시 개편도 무력합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제 단순한 담론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채택됐고, 2025년 이후 고등교육정책의 뼈대를 이룰 공산이 크다. 김 교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재명 대통령이 교육대통령임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대학이 달라져야 교육이 달라지고, 교육이 달라져야 나라가 바뀐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종영 교수의 철학과 구조, 실행 전략을 직접 들어봤다.
-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구상을 제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배받는 지배자』라는 책을 2015년에 냈다. 그 책에서 한국 사회의 지식권력, 학벌, 서열 체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했는데, 이 주제가 교육 문제, 특히 고등교육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았다. 책이 사회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각종 고등교육 토론회, 정책 자문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이 결국 서울대 중심의 서열 체제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단지 교육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 지방 소멸, 사회 양극화, 심지어 정치적 불안정성까지 다 연결되어 있다. 교육이 한국 사회의 병목이고, 대학이 그 중심이다. 그러면 이 병목을 해소하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고, 그 답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건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재설계다.
이 구상이 의미 있는 것은, 단지 학자적 비판을 넘어서 실질적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대안이 정치권에서 실제로 수용되고 실행 의제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단지 비평을 넘어 실천의 담론으로 확장된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저는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의 사회 참여가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 ‘서울대 10개’라는 표현이 굉장히 강렬하다.
“사실 의도적으로 '어그로'를 끌기 위해 만든 구호는 아니다. 오히려 가장 핵심을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었다. 서울대 하나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국가 구조가 되었고, 전국적으로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시대적으로 강해졌다. 공교롭게도 거점국립대가 10개이고, UC 시스템도 10개 캠퍼스 체제다. 그래서 ‘서울대 10개’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이 표현이 대중과 정치권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는 점이 매우 중요했다. 복잡한 제도 개편이나 교육행정 용어보다, 시민들에게 정책의 그림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언어였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미지와 상징이 정책 설계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이 표현은 하나의 기획 언어로도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 구상을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다. 그 과정은 어땠는지.
“공식적으로 이 구상을 승인하고 정책 공약으로 채택한 최초의 정치인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였다. 2024년 2월 충북 방문 때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총선 공약으로 채택해서 무척 반응이 좋았고, 이후 2025년 대선 공약으로도 자신감 있게 채택했다. 제가 놀란 건, 이재명 후보가 이 구상의 철학과 구조를 상당히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일반 교육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인데, 이 후보는 맥락과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단순히 슬로건만 따온 게 아니라, 진정성 있게 학벌 타파와 고등교육 체제 개편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었다. 대통령 후보가 승리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굳이 논쟁의 소지가 있는 정책을 채택했다는 건, 그만큼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한 강한 의지와 결단력이 있다는 의미다.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도 이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 정책으로 반영되면서 본래 구상에서 달라진 점은 없었는지.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이 정치권에서 받아들여졌을 때, 일부 변형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원본에 가까운 형태로 채택됐다고 본다. 10개의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제안, 그리고 공동학위제 도입이나 예산 확대 등 주요한 골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건 단지 아이디어를 넘어 제도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정치권에서 받아들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향후 입법 과정이나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흐름만 보면,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핵심 철학, 즉 대학의 상향 평준화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방향성은 훼손되지 않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구상이 법과 제도, 그리고 행정체계로 실현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저는 여전히 원안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의 논의에서 중심을 잡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정치적으로 통과된 이유는 뭐라고 보는지.
“가장 큰 이유는 국민적 지지였다. 제가 분석한 결과, 2021년 말부터 대선 직전까지 3년간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다룬 언론 보도 중 약 95%가 긍정적인 보도였다.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보도는 5% 정도였다. 이는 단순한 여론의 흐름이 아니라, 교육 체제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과 변화 욕구가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다. 특히 학부모와 청년층 사이에서 이 구상은 ‘교육지옥 탈출’의 실질적 대안으로 받아들여졌다. 기존 입시 개혁 담론이 주로 시험 방식이나 전형 방식에 머물렀다면, 이 구상은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접근이었다. 그 점이 언론과 시민사회로부터 호응을 얻었고, 정치권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담론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 “누구 예산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예산 문제는 언제나 정책 실현에서 걸림돌처럼 등장하지만, 사실은 논점을 비껴간 질문일 수 있다. 지금 한국 사회가 겪는 위기는 교육 문제를 넘어 인구소멸, 지역소멸, 국가소멸로 연결되고 있다. 이런 거대한 구조 위기 앞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같은 구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구 돈이냐”가 아니라 “이 구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다. 사교육비만 해도 연 29조 원이다. 그 10%만 공교육에 투자하면 서울대 10개는 충분히 가능하다. 국가예산 700조 중 3조면 된다. 전체 예산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한 해 100조 원 적자를 보는 예산 운영에서 보면, 이건 오히려 절약에 가깝다. 즉 이 정책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고, 교육을 통해 구조를 바꾸자는 요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