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석·박사 신설법안 발의…“예술교육 발전” vs “특혜 논란”
김예지 의원, “예술영재 인재유출 막고 세계적 인재 양성” 한예종, 국립대학 지위 명확화·대학원 신설 등 담겨 예술계 “공정성·형평성 문제” 반발…“특혜 우려” 목소리도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석·박사 학위 과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한예종 설치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예술계와 교육계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이 예술영재의 인재유출을 막고 국내 예술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추진됐지만, 예술대학을 중심으로 ‘특혜법’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예술영재의 인재유출을 방지하고 세계적인 전문예술인을 양성하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의 훌륭한 예술영재들의 인재유출을 말고 K-예술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한예종이 전문적인 실기와 탄탄한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번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한예종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학교로 명확히 하고, 석사 및 박사 학위과정 운영을 위한 대학원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예종 졸업생들이 해외 유학 없이 국내에서 학문적·실기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며, 예술전문사 과정의 학위 인정 문제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한예종은 1992년 설립 이후 실기 중심의 예술교육으로 세계적 평가를 받아왔으나, 현행법상 ‘각종학교’로 분류돼 석·박사 학위 수여가 불가능해 졸업생들이 해외 유학이나 타 대학 진학을 택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전국 예술대학 교수단체와 학생들은 해당 법안이 “한예종에만 지나친 특혜를 주고, 예술교육 생태계의 공정성을 해친다”고 반발하고 있다. 예술대학 측은 한예종이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폭적 지원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우수한 교수진, 시설, 예산 등에서 다른 예술대학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석·박사 학위과정까지 신설되면 ‘예술계 독식’ 및 ‘문화예술계 권력 독점’ 우려가 커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수도권 예술대학 학생 1000여 명이 국회 앞에서 법안 반대 집회를 열었고,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등도 성명을 내 법안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예술대학 측은 “한예종은 실기 중심 교육에 치중해 이론 교육이 부족한데, 석·박사 과정을 신설하는 것은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한예종이 모든 예술교육을 독점하는 ‘원스톱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법안 발의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예종과 김 의원 측은 “실기 중심 교육을 기능 교육으로만 보는 것은 오해”라며, “예술전문사 과정이 사실상 석사 과정에 해당하지만 학위 인정을 받지 못해 졸업생들이 불이익을 겪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박사과정 신설 규모도 제한적이어서 타 대학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국내 예술교육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해외 유학생 유치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예종 설치법안은 현재 국회 소관 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과거에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예술계 반발로 무산된 전례가 있어 향후 논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