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대학과 로컬 창업

이윤석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창업본부 본부장

2025-06-18     한국대학신문
이윤석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창업본부 본부장.

청년 창업에 있어서 ‘로컬’은 매우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특허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창업은 주로 이공계 전공자들의 도전에 한정되는 영역인데, 로컬 창업은 지역 문제와 지역이 보유한 독특한 자원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술과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 도전하기에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로컬은 개성과 체험을 중요시하는 청년 세대들의 문화와 잘 어울린다. 도시에서는 원도심의 골목 곳곳에 있는 먹거리와 특색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문화공간에서 로컬을 만날 수 있다. 수도권을 벗어나서는 각 지역의 음식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 특산물, 자연환경 등 유무형의 자원이 상품화돼 있다. 소셜 미디어에는 이러한 로컬 공간에서 사진과 감상을 포스팅하는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다.

로컬 창업은 로컬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공급자로서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는 의지와 도전을 통해서 구현된다. 서핑을 즐기는 사람과 해변문화를 소재로 한 양양의 ‘서피비치’,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빌려주는 사업을 한 ‘한복남(한복 빌려주는 남자)’, 제주 지역의 수제맥주와 양조장 체험을 하게 해주는 ‘제주맥주’, 해녀를 주제로 공연과 해산물 메뉴를 제공하는 ‘해녀의 부엌’ 등 다양한 성공사례가 있다. 이 중에는 100억이 넘는 투자를 유치해 성장성 또한 증명한 곳도 있다.

정부도 로컬 창업 활성화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로컬 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행정안전부는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청년 주도로 지역 살아보기, 창업 실험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시는 ‘넥스트로컬’ 사업으로 서울지역 청년이 지역 창업에 나서는 것을 지원한다. 교육부는 지역과 대학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글로컬대학’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등을 마련했다.

지역 대학에게 인구 위기, 지역 소멸 등의 과제는 현안으로 다가와 있다. 또한 로컬 창업은 지역에 대한 이해와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 대학이 로컬 창업 인재 양성에서 최적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대학이 이러한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공동으로 해나가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째, 대학의 로컬 관련 활동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2010년대 초반, 대학 내 창업교육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대학정보공시 내 창업 관련 정규교과 및 비교과 현황과 창업 및 창업지원 현황 등을 집계하도록 했다. 대학의 로컬 관련 활동 실태조사를 연례적으로 실시해 대학의 관심과 노력을 유도하고, 데이터 기반의 정책기획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전국 단위 로컬 창업 경진대회가 필요하다. 기술창업과 로컬 창업은 성장 및 확장 전략에 차이가 있고, 가치 평가의 잣대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트랙을 구분하는 것이 적합하다. 이는 로컬 창업에 대한 대학과 학생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셋째, 로컬 창업을 위한 표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정규교과와 비교과에 활용할 수 있도록 로컬 창업 필요 역량에 기반한 커리큘럼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배포해야 한다. 특히 지역 문제발굴과 검증, 지역 자원을 활용한 해결 역량을 강조해야 한다. 또 현장체험과 실습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 ‘로컬실록지리지(localheroes.kr)’를 고도화해 정규교과와 비교과에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넷째, 권역을 넘어서는 협력 프로젝트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동안 대학들은 대학 간 연합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지역 연고 스포츠 구단의 ESG 활동에 연계한 ‘KBO NINE’과 ‘K리그-11’, 지자체 협력에 중점을 둔 ‘온기스쿨’, 위기지역을 순회하는 경남창업교육네트워크의 ‘문제발굴 캠프’ 등이 대표적이다. 라이즈 체계에서도 학생들이 전국 각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연합 프로젝트를 활성화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 부처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사업이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가 부처 간 이어달리기를 통해 인재양성부터 사업화 및 성장지원까지 지원하는 것과 같이, 로컬 창업도 교육부,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연계가 가능할 것이다. 이미 교육부와 행정안전부는 2024년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가 있기도 하고, 지역 소멸은 어느 한 부처만의 과제가 아니므로 보다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