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 68% “AI 디지털교과서 졸속 진행… 폐기해야”

교원·학생·학부모 2만 7417명 대상 설문 진행 응답자 65% “교육 당국의 현장 소통 부족해” “학생들 로그인하느라 20분 지나… 화면만 바라봐”

2025-06-18     김소현 기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15개 교육단체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조국혁신당)

[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육 주체 10명 중 6명은 정책이 졸속으로 시행됐다고 답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15개 교육단체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3월부터 시행된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기간은 지난달 2일부터 18일까지로, 교육 주체(교원·학생·학부모) 2만 741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8.2%는 “정책이 사전 준비 없이 졸속으로 시행됐다”고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응답자의 65.2%는 교육 당국의 현장 소통이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특히 교원의 71.7%, 학부모의 81.1%는 교육 당국이 현장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교육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 평가가 이어졌다. 응답자의 70.8%는 “투자 예산 대비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교원 60.1%는 “수업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3월분 사용료 납부와 관련해서도 “타당하지 않다”는 응답이 79.1%에 이르렀다. 이들 중 60.4%는 “매우 부당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경숙 의원은 “미흡한 콘텐츠로 AI 디지털교과서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음에도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현장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육단체들은 교육부에 △AI 디지털교과서 정책 전면 재검토 △학교 자율 선택이 가능한 ‘교육자료’로 전환 △3~5월분 사용료 환급 및 미사용 콘텐츠 비용 재계산 △교육 주체 참여형 협의체 구성 등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신수정 대구교사노조연맹 대변인은 교육 현장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며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수정 대변인은 “이제 막 공교육 영어가 시작되는 초3 학생들에게 영어 대소문자, 특수문자를 포함한 비밀번호를 만들게 하고, 이를 로그인하느라 수업 시간 40분 중 20분을 소비하고 있다”며 “수업은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 학생 간 소통과 토론을 통해 이뤄지지만, 지금 교실은 화면만 바라보며 클릭만 하는 공간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 대변인은 “그저 기기를 쓰는 것이 곧 수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며 “기초 학력 지원보다 실질적 학습 개선보다 왜 보여주기식 디지털 전환에 먼저 예산을 쓰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AI는 교육 혁신의 도구지만, 현장 의견을 묵살한 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추진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며 “이주호 장관은 2026년도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새 정부가 교육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충북교육연대도 18일 충북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I 디지털교과서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막대한 예산 소요에도 효과성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문제집 수준의 AI 디지털교과서는 폐기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