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부도 사라져야 하는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3주가 지났지만, 교육부 장관 임명은 여전히 미정 상태다. 정부 각료 후보자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여전히 비워둔 채로 남아 있다. 단순한 인선 지연으로 보기 어려운 말 들이 돌고 있다. 교육부 조직 자체에 대한 정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며, 교육부 기능의 대대적 재조정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교육부의 대학 및 평생교육 기능과 초·중등교육을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청으로 이관한다는 말들이 돌고 있고 연구지원 기능도 넘겨줄 것이라 한다. 이렇게 되면 교육부는 사실상 이름만 남게 되거나, 전면적인 해체 수순을 밟게 되는 셈이다.
아직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이나 청사진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구상이 정권 핵심부에서 밀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교육계는 깊은 혼란에 빠져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스스로를 ‘교육대통령’이라 자임하고, 교육을 국가 미래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실무 부처인 교육부를 해체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움직임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교육부에 대한 개편 필요성이 갑작스럽게 나온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오랜 시간 현장과의 괴리, 관료주의적 정책 추진, 부처 간 기능 중복 문제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고등교육과 연구개발(R&D) 기능은 과학기술정책과 중첩되고, 평생학습과 직업교육은 고용노동부, 지자체와의 역할 충돌이 반복되어 왔다. 이에 따라 기능 재조정의 필요성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핵심은 어떻게 재조정할 것인가이다. 지금처럼 청사진도 없이, 교육부 장관 인선조차 미루며 조직 해체를 기정사실화하는 방식은 정책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더구나 교육부의 기능을 쪼개 여러 부처로 넘길 경우, 중장기 교육철학과 정책의 일관성을 담보할 ‘국가 컨트롤타워’가 실종될 우려가 크다.
아직 설로 떠돌고 있지만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이관 받을 기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실행력이 검증되지 않은 기구다. 위원회 중심으로 대학 정책을 이관한다 해도, 현재와 같은 자문기구 수준의 구조로는 현실적 한계가 뚜렷하다. 과기정통부로 R&D 기능을 넘긴다고 해도, 대학의 자율성과 교육 목적은 과학기술 진흥 논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또한 초·중등교육을 시도교육청으로 완전히 넘길 경우, 지역 간 교육 격차와 국가 교육 기준의 해체라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정부조직 개편은 정권의 철학을 담는 상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민 삶에 직결되는 구조적 사안이다. 교육은 특히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정책 흐름이 필요한 분야로, 단지 정부 효율화를 이유로 분절화할 경우 사회적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오히려 교육부를 전략 조직으로 전환하고, 핵심 기능을 슬림하게 재편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며 책임 있는 방식이다.
예컨대 고등교육 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와 연계하되, 교육부가 대학 재정, 구조조정, 국제화, 인재 양성 등 실질적 운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초·중등교육 역시 교육청 중심으로 기능을 이양하되, 교육부는 국가 교육 기준과 평가 시스템, 교육격차 해소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 식의 재정립이 바람직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교한 기능 조정과 명확한 역할 분담이지, 교육부의 무책임한 해체가 아니다. 교육의 미래를 국가 전략의 중심으로 놓겠다는 정부라면, 그 중심축인 교육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교육대통령’을 표방하며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예고해왔다. 그렇다면 그 구상은 실무 조직의 부재가 아니라 정교한 거버넌스 설계 위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교육을 국가의 핵심 과제로 강조하면서, 정작 교육을 담당할 부처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교육 현장에 커다란 혼란과 곤혹스러움을 안겨주고 있다.
정권 초기부터 교육부 해체라는 메시지가 무분별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현실. 그 속에서 정책은 방향을 잃고 있고, 교육 현장은 불안만 커지고 있다. 교육의 본질은 시스템보다 지속성에 있다. 해체가 아니라 정비, 파편화가 아니라 통합적 조정이 지금 교육정책이 지향해야 할 기본이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