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교수 “디지털 대전환 시대, 대학은 문제해결형 인재 양성해야”

대교협, 26일 경주서 2025 하계대학총장세미나 개최 정재승 교수 “대학서 진행되는 중간·기말고사, 챗GPT가 가장 잘하는 것” 사회성·리더십 갖춘 인재 양성해야… 성인 교육 모델 개발도 중요

2025-06-26     김소현 기자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가 2025 하계대학총장세미나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경주=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26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 경주 컨벤션홀에서 ‘디지털 대전환 시대, 미래 인재와 대학 혁신’을 주제로 2025 하계대학총장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요구되는 인재상에 발맞춰 대학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는 “챗GPT는 80억 인구가 인터넷에 올려놓은 문서, 이미지, 동영상을 학습한 세상을 글로 배운 아주 똑똑한 지능체로 이해하면 된다”며 “최근 학교에서 오픈북 시험을 봤는데 챗GPT에게 풀도록 했더니 A+ 수준의 성적을 받았다. 중간고사·기말고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학교 교육 시험은 이제 챗GPT가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교육은 과거 산업인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기말고사·중간고사를 통해 다양한 유형을 풀게 하고 점수로 한 줄 세우는 현 교육은 인공지능이 가장 잘한다. 인공지능이 현재 그 줄 맨 앞에 서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대학이 어떤 교육을 제공할지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전 세대의 교육을 계속해서 진행하다가 4차 산업혁명을 맞았다. 모든 학생에게 같은 지식을 집어넣었는데, 각기 다른 아웃풋을 원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한 줄 세우기에서 조금이라도 앞에 서는 것이 그동안의 교육이었다면, 지금은 인터넷에 없는 각자의 생각을 묻는 시대가 됐다. 우리는 그런 교육을 제공한 적 없고 인공지능 시대에 도태될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대학 교육이 20대 초반 학생들에게 집중되면서 중년층은 양질의 교육을 받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 교수는 “대학은 20대 초반의 학생들만 교육 서비스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며 “학교는 학교대로 위기고, 중년층은 양질의 교육을 받기 어려워졌다. 자신의 커리어를 전환할 정도로 양질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은 대학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 교수는 대학에서 ‘문제해결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머릿속에 지식을 집어넣는 일은 챗GPT로 할 수 있으므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간이 필요하다”며 “지식을 만드는 일은 인공지능이 해낼 테니 사람에게는 사회적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인재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대학은 여전히 강의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해선 어떤 분야를 만났을 때 겁먹지 않고 지적 용기를 갖춘 젊은이를 키워야 한다”며 “학문적인 즐거움, 호기심, 용기를 갖고 이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지적인 성취를 주도적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비판적으로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다같이 풀 수 있는 사회성과 리더십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혁신적인 예시로 정 교수는 MIT와 하버드대학을 사례로 들었다. MIT는 학과 간 벽을 허물고 문과와 이과가 자유롭게 교육받는 틀을 만들었으며, 모든 학생이 인공지능을 도구로 활용하도록 했다. 특히 인공지능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성인학습자를 위한 ‘xPRO’라는 기술 재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하버드대는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환자를 만나도록 해 환자의 질병을 해결하기보다 환자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인식을 전환했다. 이에 따라 커리큘럼을 재구성했으며, 성인 교육 모델도 개발했다.

정 교수는 “이제 우리는 한 번도 가르쳐 본 적 없는 인재를 가르쳐야 한다. 인공지능과 한 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한동안은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인간,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인간이 될 수 있다”며 “인공지능이 못하는 것을 인간이 해내야 하므로 대학 교육도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이스트 융합인재학부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혁신적인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정 교수는 “카이스트 융합인재학부의 특별한 점은 커리큘럼을 학생 스스로 설계하는 것”이라며 “학부는 4년 내내 성적을 부과하지 않아 학생들은 숫자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능력을 증명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공모전에 나가고, 인턴에 나가고,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정성적인 방식으로 본인의 능력을 증명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혁신적인 인재들이 양성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