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근의 대한민국 미래 교육 이슈] ⑭미래 노동 환경의 변화
권용근 충남삼성고 교사
인류는 조금씩 변화를 겪으면서 발전해왔다.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문화가 창출되며, 이전과 같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온 것이다. 기술이 진보하고 삶의 방식이 나아지는 것처럼 보여도, 부의 불평등이나 전쟁과 같은 글로벌 차원의 문제들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2016년에 전(前)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미국 학생들은 모두 컴퓨터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으로 코딩이 쉬워지면서, 이제 그 말은 예전과는 다른 의미가 됐다. 최근에는 AI와 같은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가 등장하고, 이로 인해 구시대적 제도와 직업들은 큰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이 1971년 다보스에서 개최한 유럽 기업가들의 비공식 모임에서 유래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은 세계 경제, 정치, 사회 이슈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다. 이 세계경제포럼에서 지난 1월에 발간한 ‘2025 미래 직업 보고서(Future of Jobs Report 2025 INSIGHT REPORT)’는 이러한 글로벌 격변 시기에 정독할 필요가 있는 좋은 자료다. 이 자료에는 2025년부터 향후 5년 동안 노동 시장에 영향을 미칠 거시적 트렌드에 대한 지역적 분석 결과가 담겨 있다. 국가별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후 미래 일자리 전망, 노동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 등에 대한 분석을 담았다. 이번 칼럼에서 소개할 동아시아 국가 한·중·일의 상황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 공통점과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공통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2030년까지 고령화·생산가능인구 감소, 그리고 경제 성장 둔화가 이 지역 노동 시장 변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동아시아 지역 기업가(고용주)의 64%가 조직 문화와 변화에 대한 저항을 사업 전환의 주요 장애물로 인식했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인 46%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절반이 넘는 53%의 기업이 산업 인재 부족을 미래 노동 환경의 주요 장애물로 꼽았다. 이에 대한 대비로 대한민국과 중국의 기업들은 인력 자동화·보강을 위한 기술 투자에, 일본은 다양한 인재풀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에서는 향후 5년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첨단기술 발전이 노동 시장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왔다. 71%의 기업이 지정학적 긴장 고조를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트렌드로 꼽았고, 53%의 기업은 글로벌 무역 제한 증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노동 시장의 핵심인 산업 인재 차원에서도, 47%의 기업이 산업 인재 부족을 우려하고 있었다. 기업들은 이에 대비해 신기술 인력 채용(92%)과 기술 도입 계획(83%)을 모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의 경우 중국 기업의 절반 이상은 지정학적 분열과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이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했다. 또한 90% 이상의 기업가(고용주)는 AI와 로보틱스를 조직 변화의 핵심 기술로 꼽았고, 43%는 신소재, 19%는 바이오기술을 중요 기술로 지목했다. 산업 인재 부족은 38%의 기업에서 언급된 우려 사항이었다.
일본에서는 69%의 기업가(고용주)가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2030년까지 기업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트렌드로 꼽았다. 다른 차원에서 보면 55%는 문화적 변화 저항을, 49%는 산업 인재 부족을, 41%는 역량 격차를 미래 노동 현장의 주요 장애물로 인식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 환경의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노동 환경의 변화는 직업 구도와 맞물려 있으며, 공교육의 방향성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제 고등학교에서는 인성과 지식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의 노동 환경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진로·직업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