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단] 10년 뒤 유망직업, 전문대학에서 시작된다

조덕현 한국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장(전주기전대학 부총장)

2025-07-02     한국대학신문
조덕현 한국전문대학산학협력처단장협의회장(전주기전대학 부총장)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2035년, 세상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풍경을 마주할 것이다. 기술은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며, 산업의 지도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 그려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등 주요 기관들은 앞으로 10년 이내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 경고한다. 인공지능(AI) 윤리 전문가,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스마트시티 매니저, 디지털 치료사, 탄소중립 컨설턴트. 지금은 낯설게 들리는 이 이름들이 머지않아 우리의 일상과 산업을 주도할 것이다. 변화는 이미 우리 곁에서 조용히, 그러나 거세게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다.

낡은 믿음은 무너지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는 좋은 대학, 좋은 학위가 좋은 삶을 보장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구글, 테슬라,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더 이상 학위를 묻지 않는다. ‘어디를 졸업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긴 이론보다 문제 해결 능력, 스펙보다 실전 경험이 중요해진 시대다. 특히 AI, 디지털 헬스케어, 탄소중립 같은 신산업 분야에서는 머리로 익힌 이론보다 직접 부딪혀 얻은 실행력이 생존을 좌우한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 대회를 휩쓴 상위 입상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정규 대학 졸업자가 아니라는 분석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배운 지식의 양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속도였다. 이 작은 사례 하나가 우리 교육 패러다임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강하게 시사한다.

전문대학, 시대를 읽는 가장 빠른 플랫폼
이런 전환기에 전문대학의 가치는 새롭게 빛난다. 전문대학은 빠른 학습과 현장 중심 교육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실전형 인재를 길러왔다.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적용하는 능력,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하는 힘, 협업과 실습을 통한 현실 감각은 이제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됐다.

해외 사례를 보자.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는 졸업생 취업률이 80%를 넘는다. 특히 일부 IT,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2년제 학위만으로 연봉 8만 달러를 받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호주의 TAFE 과정에서는 일부 기술직 졸업자가 의대 졸업자보다 더 높은 초기 연봉을 받으며 사회 진출을 시작하고 있다. 실용교육이 국가 경쟁력을 만든다는 사실을 이들은 이미 증명했다.

이처럼 실습과 현장 중심의 탄탄한 교육은 단순히 취업률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생존력, 지역의 활력,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힘이 된다. 변화를 예측하는 것보다, 변화를 준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다. 그리고 그 플랫폼은 전문대학이 될 수 있다.

미래를 여는 문, 전문대학
하지만 전문대학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단순한 자격증 취득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AI 융합, 스마트시티 기획, 디지털 헬스케어, 탄소중립 전략 등 신산업 분야에 맞춘 심화 커리큘럼을 구축해야 한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 산업체와 연계된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살아 있는 경험을 쌓게 해야 하며, 졸업 이후에도 평생 학습과 커리어 전환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제는 좋은 대학이 아니고, 좋은 실력을 갖춘 사람이 미래를 만든다. 학부모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아이의 미래를 학벌로 재지 말고, 생존력과 확장성으로 재야할 시대가 왔다. 그리고 기업은 이미 전문대학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산업계는 학위보다는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10년 뒤, 세상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준비하는 대학은 새로운 기회를 잡고, 주저하는 대학은 과거에 머물게 될 것이다. 전문대학은 단순한 학교가 아니다. 전문대학은 미래를 여는 문이다. 그 문을 두드릴 준비가 돼 있는가.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