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스킬’ 미스매치 해소에 정책 뒷받침 필수”

직능연, 지난달 30일 ‘THE HRD REVIEW 28권 2호 조사·통계 브리프’서 한국 노동시장 내 미스매치, 직장·삶에서의 만족도 등 분석 “한국 상당수 고학력자, 교육 수준보다 낮은 직무 종사… 학력·스킬 미스매치로 인한 직장·삶의 만족도 저하 완화에 정책 개입 필요”

2025-07-02     임연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한국 노동시장은 높은 교육열과 학력 과잉으로 인해 상당수의 고학력자가 자신의 교육 수준보다 낮은 직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와 함께 학력·스킬 미스매치로 인한 삶·직장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직무 기반 채용, 역량 중심의 보상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하 직능연)은 지난달 30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계간지 ‘THE HRD REVIEW 28권 2호 조사·통계 브리프(‘한국 노동시장 내 미스매치와 직장과 삶에서의 만족도’)’를 발표했다.

직능연은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 2주기 자료를 활용해 노동시장 현황을 살펴보고 직장·삶의 만족도와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에서 주관하는 국제 조사로, 16~65세 성인을 대상으로 역량을 비교해 평가한다.

한국 스킬 부족 세부 양상: OECD 평균과의 비교. (사진=한국직업능력연구원)

PIAAC 결과, 한국은 대부분의 기술 영역에서 역량(스킬)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OECD 평균과 유사하거나 낮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핵심 역량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의사소통·발표 능력에서 한국 응답자의 33%가 스킬이 부족하다고 답했는데, 이는 OECD 평균인 26%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에 본 연구를 수행한 이수현 직능연 부연구위원은 “한국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환경, 발표 중심의 업무 수행, 자신감 부족 등 요인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응대·대인관계 기술에서도 한국(27%)이 OECD 평균(24%)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읽기·쓰기(한국 15%, OECD 9%), 수리(한국 17%, OECD 14%) 영역에서도 한국 노동자들의 스킬 부족 인식이 다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컴퓨터·소프트웨어 기술(한국 38%, OECD 42%), 프로젝트 관리·조직(한국 22%, OECD 26%), 외국어(한국 19%, OECD 21%) 영역에서는 한국 노동자가 OECD 평균보다 스킬 부족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 부연구위원은 “단순히 기술 수준의 문제를 넘어서 교육·훈련과 직무 요구 간의 일치가 미흡하다는 점을 나타내며, 향후 재교육·직무 기반 훈련 설계에 있어 세부 기술 영역에 대한 근로자의 인식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학력·스킬 미스매치에 따른 한국 노동자의 직장 만족도 수준. (사진=한국직업능력연구원)

학력·스킬 미스매치 유형에 따른 직장 만족도 조사(1~5점 척도)에서는 학력 미스매치의 경우, 학력 과잉 집단이 평균 2.38점으로 가장 높은 직장 만족도를 보였으며 적정 학력이 2.22점, 학력 부족이 2.21점으로 뒤를 이었다.

스킬 미스매치의 경우 스킬 과잉 집단이 2.27점, 스킬 일치 집단이 2.24점으로 비슷한 수준의 만족도를 보인 반면, 스킬 부족 집단은 2.38점으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직장에서 요구되는 능력에 비해 자신이 인지하는 능력 수준이 부족하더라도, 과분한 직장에 속해 있다는 인식과 소속감, 안정감, 심리적 보상 등이 만족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학력 과잉자는 평균적으로 삶의 만족도가 약 4%포인트 낮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미국, 이스라엘,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 스위스에 이어 한국의 경우 학력 과잉자는 8~12%포인트 낮은 삶의 만족도를 보였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학력 과잉·스킬 부족 모두 직장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것은 문화적 또는 조직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해석했다. 즉, 학력 과잉자는 안정적이고 자율성이 높은 직무를 선호하거나, 스킬 부족자는 기대 수준이 낮아 실제 직무 경험에 대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미스매치를 단순히 문제로만 보기보다 개인의 직무 경험과 인식, 조직의 포용성 등을 함께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학력·스킬 미스매치에 따른 한국 노동자의 직장 만족도 수준. (사진=한국직업능력연구원)

이와 함께 학력·스킬 미스매치에 따른 한국 노동자의 직장 만족도 수준에 대한 조사결과도 공개됐다. 학력의 경우 직무 요구와의 일치가 높을 때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반면, 스킬은 자신의 능력이 직무보다 높다고 인식할 때 만족도가 더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반면 역량(스킬) 부족 집단은 삶의 만족도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이에 대해 이수현 부연구위원은 “이는 역량 부족에 따른 직무 스트레스, 불안정감, 낮은 자기효능감 등이 삶의 질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순한 직무 배치의 정합성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주관적 역량 인식과 그에 따른 심리적 자원이 함께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킬 미스매치로 인한 직장·삶의 만족도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이 개입돼야 한다고 조언한 이 부연구위원은 “스킬 미스매치로 인한 직장·삶의 만족도 저하는 단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직무 몰입도 감소와 조직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므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위한 직무 기반 채용·역량 중심 보상 체계를 강화해 스킬 활용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비정규직 고용에서 스킬 활용 가능성과 경력개발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교육기관과 산업체 간 협력으로 전공-직무 연계 강화, 직업교육 커리큘럼의 유연화, 현장 기반 훈련 확대 등을 통해 미스매치 발생 자체를 예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직무 내 재학습과 자기계발을 지원하기 위한 직장 기반 훈련과 중장년층 대상 맞춤형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