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전문대학과 융합교육
양광모 유한대학교 교무처장
2025년 시작된 제3주기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은 ‘지속성장 가능한 고등직업교육 생태계 고도화’를 비전으로,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가치창출형 전문기술인재 양성’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본 사업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수립한 발전전략과 연계된 자율혁신계획의 안정적인 추진을 지원하고, △디지털 전환 등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미래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또한 다양한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진로·경력 개발을 통해 전문대학을 지역 평생직업교육의 중심기관으로 육성하며 △사업 운영의 자율성과 책무성 또한 강화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문대학은 기존의 단일 기능 중심 교육에서 탈피해, 융합적 문제해결 역량을 갖춘 실무형 인재 양성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융합교육을 통해 전문대학은 학생의 취업률을 제고하고, 현장 적응력과 평생직업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산업 간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다양한 기술과 직무가 융합되는 현재의 산업 환경에서는 복합적 사고와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융합형 실무 인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취업이나 글로벌기업 진출을 위한 융합능력 또한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아울러,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입학자원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융합교육은 필수적인 전략이 된다. 유사 학과 간 통폐합을 통한 교육과정 효율화, 미래지향적 융합전공 개설, 성인학습자·재직자 대상 교육 활성화는 전문대학의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정부는 제3주기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에서도 융합교육을 중점 과제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많은 전문대학이 스마트제조, 빅데이터, AI 기반 디지털 리터러시 등 새로운 융합전공을 적극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융합교육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전문대학의 강점인 실무 중심 교육이 융합에 치우쳐 얕고 넓은 형태로 변질될 경우, 핵심 전공 교육시간이 축소되고 전문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제한된 교육 시간 안에 융합과 전공 교육을 모두 충실히 운영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며, 융합형 교수 인력이나 실습 인프라 부족 또한 실질적인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단일기술에 능숙한 숙련형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융합전공 이수자가 애매한 인재로 평가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전공성과 융합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1학년에는 기초 전공 역량을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2학년부터 융합 및 선택형 교과를 운영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모듈형 융합교과 구성으로 학생의 학습 선택권을 확대하고, 정규학기 외 단기 집중과정(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도입해 시간적 제약을 보완할 수 있다.
둘째, 시스템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교과 연계와 중복을 최소화하고, 융합교육에 필요한 교수 연수와 인프라 확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두 개 이상의 전공 교수가 공동 강의하는 융합 과목을 운영하는 공동 교수체계를 마련하면 전공 기반은 견고히 유지하면서도 융합 교육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산업 현장과의 연계를 강화해 융합교육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전공 간 협업 팀을 구성해 산업체 수요에 기반한 융합 캡스톤디자인과 현장실습을 운영하고, 산업체의 실제 직무 수요를 반영해 융합 분야를 설계하고 교육하는 방식은 현장 밀착형 인재 양성에 효과적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전문대학은 산업 융복합 시대에 맞춰 융합형 인재 양성을 적극 추진해야 하며,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문제해결력, 창의력, 직무 유연성을 중심으로 한 융합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다양한 한계와 문제점이 존재하지만, 전문대학이 경쟁이 아닌 협력과 공유를 통해 이를 해결해 나간다면, 전문대학은 미래 고등직업교육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