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라이즈(RISE) 지역 안착 첨병’ 라이즈센터에 힘 실어야
라이즈 체계 전환 뒤 유일한 신규 기관 조직 전국 지자체-대학 가교 역할… 법‧제도 정비 시급 한시적 조직 구성에 인력‧예산 운용 등 난제 산적
[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118년 만에 찾아온 폭염 하루 뒤 찾은 경상북도 안동시 소재 경북라이즈센터. 경북도청 홍익관 2층과 4층에 자리잡은 센터의 선임연구원‧연구원들은 뙤약볕 아래 책장, 회의용 탁자 등 각종 사무용 집기들을 나르면서 구슬땀을 흘리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전국 라이즈센터장 릴레이 인터뷰 기획’차 찾은 경북라이즈센터는 사무실 이전 준비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조만간 계획된 지역대학 간담회 준비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3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시범지역에 선정된 경북도는 지난 2년간 단 8명의 직원으로 센터를 꾸려왔고, 이제 4명 증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사무실 확장 이전에 나선 것. 비(非)수도권 가운데 가장 많은 대학(33개)을 보유한 경북도에 위치한 라이즈센터 사무실이라고 보기엔 공간이 매우 협소했다.
경북 라이즈는 수행대학이 29곳으로, 산술적 수치로만 계산해도 (물론 각자 직원별로 맡은 업무 영역이 별도로 존재하긴 하지만) 직원 한 명당 2~3개, 많으면 4개 대학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첫 국가적 정책 전환 상황에서 이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다. 특히 경북라이즈센터에 주어진 예산 규모를 들었을 때, ‘뜨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 라이즈 예산만 2,679억 원, 5년간 무려 1조5,000억 원 규모가 책정된 경북도 상황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수치였기 때문이다.
라이즈는 대한민국 고등교육재정지원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국가적인 대규모 정책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이미 교육부 예산의 무려 절반 이상을 떼내 각 지자체로 내려보냈으며, 지자체는 매칭비 명목으로 수천억 원을 더했다. 전국 절반 이상의 지역소멸 흐름이 날로 심화하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고심에 지자체가 화답한 형국이다.
그럼에도 각 지자체는 그간 대학과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고, 이로 인해 고등교육정책 추진에 전문성이 아무래도 미흡하다보니, 이를 보완할 핵심 조직으로 권역별로 17곳의 라이즈센터가 신규 구성돼 운영 중이다. 한국연구재단에 꾸려진 중앙RISE센터는 사실상 관리 조직이다.
라이즈센터에 부여된 역할은 명확하다. 처음 시작되는 라이즈에 지자체를 도와 전문성을 더하라는 취지다. 이에 권역별 라이즈 기본‧시행계획 수립 지원, 예산 배분 지원, 대학별 추진상황 모니터링 및 평가 지원 등등 각종 ‘지원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실무 현장에서는 지원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각종 민원(?)의 소통창구 역할까지 떠안고 있다.
결국 라이즈센터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지자체와 대학 간 가교 역할이다. 라이즈 핵심주체 간 원활한 협업은 라이즈의 지역 안착에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일선 대학의 라이즈 관련 새로운 아이디어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고, 협업 시스템 구축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라이즈센터에 힘이 실려야 한다.
현재 라이즈센터는 5년짜리 한시적 조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책 지속의 불확실성 속 가장 일선에서 고등교육사회 각계각층의 우려를 한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기자가 전국을 돌며 만나본 라이즈센터장 이하 센터 직원들은 의욕 고취보다는 사기 저하로 이어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날을 지새우며 국가 정책의 성공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고 있다. 시‧도 지자체와의 미팅, 대학 라이즈사업단장 등 관계자 간담회 진행 등등…
이날 박대현 경북라이즈센터장은 지역 한 군의원과 라이즈 협업을 위한 미팅을 끝내고 인터뷰에 나선 바 있으며, 지난주 만난 반주현 충북라이즈센터장은 타지역 라이즈 벤치마킹을 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경기 센터도 최근 라이즈 수행대학 간담회를 열고, 지자체-대학 연계 방안에 대해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권역별 라이즈센터의 움직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매우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미 라이즈 본격화 이전부터 제기된 ‘센터의 독립성’에 대해 다시 한번 환기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현행 시‧도 출연금으로 센터 운영이 지속되고, 직원 한 명 채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된다면 전국 라이즈센터의 독립성‧자율성은 확보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역할과 책임만 주어지고 권한이 없다면 그 어떤 이야기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책 성공의 여부는 각 주체간 소통을 통한 신뢰‧협력 형성, 이를 통한 미래의 결과물에 달렸다. 즉 주체별로 현재 펼쳐진 상황을 객관적‧합리적으로 인식한 뒤, 향후 청사진을 스스로 그려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라이즈라는 고등교육정책과 연계한 지역혁신을 위한 판은 깔렸다. 이러한 대규모 국가 정책이 성공할지에 대한 여부는 전적으로 지자체-대학-혁신기관 등 모든 라이즈 주체 거버넌스의 판단과 결정에 달렸으며, 이를 지원해야 할 라이즈센터 또한 반드시 한 축으로 작동해야 한다.
라이즈센터의 독립법인화는 현시점 장기적 과제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으로 인한 고등교육정책의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제도적 정비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 차원에서 행정안전부 등 타 정부 부처와의 협의 등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지만, 5년 이상 국가 정책의 지역 안착을 위해서는 필수적 사안 중 하나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