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버린 AI’ 외치며 교육은 뒷전인가…디지털교과서, 정쟁을 넘어야 한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초등 3·4학년, 중1, 고1을 대상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검정 일정 지연, 미흡한 교사 연수, 미완의 구독료 협상 등으로 인해 현장 교사들은 준비 부족을 호소했고, 이로 인한 혼선은 정책 신뢰도 하락과 교육 현장의 피로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행정적 실책이 곧 AIDT(인공지능·디지털 전환) 교육의 방향성 자체를 부정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정책 집행의 오류는 보완하면 되지만, 그 방향 자체를 되돌리는 것은 더 큰 실책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있는 보완과 정교한 재설계다.
이번 논란은 교육정책이 일관된 철학과 원칙 없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흔들려 온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뒤바뀌고, 전문가 의견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되는 결정이 반복돼 왔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정책이 정권의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현실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AI 시대의 AIDT 교육정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초·중등 교육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자, 공교육이 인공지능 시대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선언이다. 이 흐름이 정치적 판단이나 실행력 부족으로 왜곡된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정책적 기반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교육은 국가가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본질적인 거울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혼란스러운 모습은 매우 아쉽다.
한편,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조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7월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인공지능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가, 정작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격하하려는 입법을 서두르는 것은 정책적 정합성 측면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AIDT 교육은 단기 정권 과제가 아니라, 수년에 걸쳐 축적된 정책적 기반 위에 설계된 국가 전략이다. 그 시작점인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 논의는 충분한 숙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한 번 어긋나면 디지털 교육체계 전체가 혼선과 지연에 빠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며, 단기적 정치결정보다는 숙의에 기반한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
정부는 정치적 이해득실보다 미래 비전과 정책 실행력, 그리고 현장 수용성을 우선에 두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본회의 상정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한 번 뒤틀린 교육정책의 복원에는 몇 배의 시간과 비용이 든다. 전 정부가 ‘세계 최초’라는 수사에 집착해 충분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추진했다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 정부가 대안 없이 무작정 실행을 지연시킨다면, 그 책임은 두 배가 될 수 있다.
이번 법안 처리는 ‘소버린 AI’를 국가전략으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디지털 교육정책이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시험하는 중대한 계기다. 다시 묻는다. AIDT가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으로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쟁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