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조익현 교수 “흑삼, 알츠하이머성 기억력 저하 증상 완화에 효과”
[한국대학신문 박인규 기자]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질환이다. 경희대학교(총장 김진상) 한의과대학 조익현 교수 연구팀은 흑삼의 복합적 생리활성 성분을 활용해 알츠하이머성 기억력 저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동물모델(5xFAD 마우스)에 흑삼 농축액을 장기간 투여한 결과,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유의하게 개선되었음을 보고한 것으로,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Ginseng Research〉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동물모델에 흑삼 농축액을 체중 1㎏당 50㎎ 또는 100㎎씩 16주간 경구 투여헸다. 이후 ‘모리스 수중 미로(Morris Water Maze)’ 실험을 통해 장기 기억력을 평가한 결과, 흑삼 투여군은 숨겨진 플랫폼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각각 28.7초(50㎎)와 25.1초(100㎎)로, 투여하지 않은 모델 대비 단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100㎎ 투여군의 수행 시간은 정상군(22.7초)에 비교적 가까운 수치를 보여, 흑삼이 기억력 저하를 부분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단기 기억력을 평가한 ‘수동 회피(Passive Avoidance)’ 실험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었다. 흑삼을 투여하지 않은 모델군은 전기 자극이 있는 어두운 공간에 진입하지 않는 시간이 평균 104.7초였던 반면, 흑삼 투여군은 각각 288.2초(50㎎)와 264.3초(100㎎)로 증가하였다. 특히 50㎎ 투여군의 경우, 정상군(248.0초)을 상회하는 회피 반응을 보여 주목되었다. 실험 전 기간 동안 흑삼 농축액 투여로 인한 이상 행동이나 독성 반응은 별도로 관찰되지 않았다.
흑삼의 효과는 행동 실험뿐만 아니라 분자 수준에서도 입증됐다. 알츠하이머병 병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Aβ)의 축적이 흑삼 투여 후 대뇌피질과 해마에서 뚜렷하게 감소했다. 조익현 교수는 “흑삼은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뿐 아니라,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와 별아교세포(astrocyte)의 과활성을 억제했다”며, “TNF-α, IL-6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COX-2, iNOS, NLRP3 인플라마좀의 발현도 낮아져 전반적인 신경세포 보호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흑삼은 국내산 6년근 인삼을 100시간 이상 반복적으로 찌고 말리는 전통 방식으로 제조됐으며, 일반 홍삼보다 유효 사포닌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진세노사이드 Rg3, Rg5, RK1 등은 항염증, 항산화, 신경세포 보호 작용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익현 교수는 “흑삼 농축액은 알츠하이머병 모델에서 다양한 병리기전을 동시에 조절하는 복합적 효능을 보여주었다”며,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로 확장된다면, 우리 고유의 인삼을 활용한 치매 치료제 개발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