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이 미래라더니”… 폐과 늘고 명칭만 바꾼 융합학과
KEDI ‘대학의 융합교육, 현황과 과제: 융합학과 운영을 중심으로’ 발표 “신입생 충원율 낮고 폐지 잦아… 지속 가능한 융합교육 설계 필요”
[한국대학신문 윤채빈 기자] 대학 현장에서 융합형 인재 양성이 강조되면서 융합학과가 빠르게 신설됐지만, 폐지 역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기존 학과의 명칭만 바꿔 융합학과로 신설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24일 온라인기자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KEDI 브리프 제14호 ‘대학의 융합교육, 현황과 과제: 융합학과 운영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에서 신설된 융합학과 다수는 기존 학과 체계를 유지하거나, 교육 편제단위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학과 또는 단과대 명칭만 바꿔 운영되고 있었다. 또한 최근에는 비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융합학과 폐지가 늘고 있다.
설립유형별로는 국·공립대학에서 개설 및 폐지 비율이 모두 사립대보다 높게 나타났고, 지역별로는 수도권 대학의 개설률이 비수도권보다 높았지만 폐지율은 비수도권이 더 높았다. 2019년 이후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개설률 격차가 더 벌어졌다.
유예림 연구위원은 “융합학과가 대학 구성원의 자발적 추진보다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대응하기 위해 양적으로 확대되면서, 장기적인 운영이 어렵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융합학과의 신입생 충원율은 2014년과 2023년을 제외하면 전체 학과 평균보다 높지 않았고, 2020~2022년에는 평균보다 낮았다.
개설된 융합학과는 공학계열, 그중에서도 정보통신공학, 응용소프트웨어공학, 전산학·컴퓨터공학 등 ‘컴퓨터·통신’ 분야에 집중됐다. 유 연구위원은 “AI, 빅데이터, 네트워크 등 IT 기반으로 서로 융합되는 학문분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결과”라고 분석하면서도, “과거 대학재정지원사업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모두’가 융합교육에 참여해야 한다는 기조로 추진돼 단일의 정책목표를 상정한 경우가 많았다. 대학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교육모델 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유 연구위원은 “융합학과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COSS, HUSS 등의 대학 간 융합교육 컨소시움 사업을 중장기 계획에 기초해 시행하기 위해 관련 재정을 확보하고, 대학들은 상호 자원 공유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 간 협력 문화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융합학과 소속 학생들은 다른 이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불안감과 진로·취업 탐색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선배나 졸업생이 후배들을 지원하는 제도나 융합교육 과정별 경력 로드맵을 개발·제공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브리프는 국가승인통계인 「고등교육기관 교육기본통계조사」와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의 지난 10년간(2014~2023년, 단, 강좌 운영 방식은 2022년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