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단] 직업계고-전문대학 연계, 이재명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강문상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장(인덕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향후 6년 내 국내 일자리의 90% 이상이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 2030년에는 그 비율이 98.9%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단순 조작이나 반복 기술 중심의 직무가 가장 먼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는 직업계고와 전문대학이 양성해온 전통적 인력 구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더 이상 미래의 일자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경고는 분명하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낮은 사회적 인식 속에서 진로 설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졸업 이후의 선택지는 협소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진입은 여전히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다수의 직업계고 졸업생이 플랫폼 노동이나 단순 저숙련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대학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대학 집중 현상, 산업체와의 연계 약화, 입학 정원 미달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전문대학은 점차 지역에서 소멸되고 있으며, 고등직업교육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직업계고와 전문대학의 동반 위기는 단순히 두 교육기관의 위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대한민국 산업 기반의 구조적 붕괴를 뜻한다. 고졸–전문대졸–전문기술학사로 이어지는 실무형 인재 양성 생태계가 무너지면, 중소기업과 지역 산업은 숙련 인력의 공백을 겪게 되고, 이는 곧 국가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위기를 직시하고, ‘직업계고–전문대학 연계’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 정책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5 전문대학 정책 아젠다’의 일환으로, 직업교육의 실현 가능성과 정책적 연속성을 함께 갖춘 전략이다. 직업계고–전문대학 연계를 잘못 이해한 일부 언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개방대학·원격대학의 의미를 갖는 오픈유니버시티(open university)와는 완전 다른 형태의 직업계고-전문대학의 학제연계다. 직업교육의 트랙을 직업계고와 전문대학의 교육과정을 연계해 직업현장에 더욱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제도다.
필자가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소장 재직 시절 한국직업능력연구원과 공동 연구한 결과를 기반으로 한 이 구상은 직업계고와 전문대학을 분절된 단계로 보지 않고 하나의 유기적 흐름으로 통합하려는 것이다. 핵심은 전문계고에서 석사과정까지 통합하는 가칭 ‘평생직업교육대학’을 설립하는 것이다. 직업계고 2.5년, 전문대학 1.5년, 심화과정 1.5년, 전문기술석사 1.5년 등 총 7년의 통합 트랙이다. 석사과정까지 기존의 9년 소요되던 과정을 7년으로 단축한다. ‘평생직업교육대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국비 기술훈련, 병역특례, 기술 하사관 임관, 해외 연수 등 실질적인 유인책을 제공함으로써 직업교육의 매력을 높이고자 한다. 특히 Vocational Fast Track(VFT)을 통한 전 과정 무상 학비 지원은 ‘평생직업교육대학’ 진학을 유도하는 핵심 유인책이다.
이러한 정책이 추진된다면 학생들은 실력 있는 실무형 인재로서 경력 설계가 가능해지고, 기업은 실무 역량을 갖춘 숙련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지역 산업의 활성화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직업계고와 전문대학은 ‘평생직업교육대학’에서 생애 전반의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지역 거점 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는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적 기반이 될 것이다. 직업교육을 단절에서 연결로, 소외에서 포용으로 전환하는 이 거대한 개혁은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 구조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이재명 정부의 직업교육 학제 연계 정책이 전환의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지금이야말로 직업교육을 재정의하고 국가 전략의 중심에 세워야 할 때다. 직업교육의 혁신은 곧 대한민국 산업의 혁신이며, 청년 세대의 미래를 지켜낼 가장 현실적이고도 실질적인 해법이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