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카이스트, ‘실시간 프로그래밍 접이식 로봇 시트’ 개발

종이처럼 얇고 유연한 로봇 시트… 사용자 명령 따라 접힘 위치·방향·크기 실시간 제어

2025-08-06     이정환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정환 기자] 경북대 기계공학부 정용록 교수가 카이스트 김정·박인규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접힘 위치, 방향, 크기를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현장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접이식 로봇 시트(field-programmable robotic folding sheet)’를 개발했다.

왼쪽부터 KAIST 기계공학과 박인규 교수, 경북대 기계공학부 정용록 교수, 삼성전자 박현규 박사, KAIST 기계공학과 김정 교수

접힘 구조는 로봇 설계에서 직관적이면서도 효율적인 형상 변형 메커니즘으로 활용되며, 우주·항공 로봇, 유연 로봇, 접이식 그리퍼(손) 등 다양한 응용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접힘 메커니즘은 접는 위치나 방향이 고정돼 있어 환경이나 작업이 바뀔 경우 구조를 새로 설계·제작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 프로그래밍(field-programmability)’ 개념을 접이식 구조에 성공적으로 도입했다. ‘접힘을 어디서,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크게 할지’라는 사용자의 명령을 소재 형상에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소재 기술과 프로그래밍 방법론을 통합적으로 제안했다.

접힘 위치, 방향의 실시간 재설정을 통한 형상 프로그래밍 로봇 종이 개요;
(a) 개발된 로봇의 구조- 형상 프로그래밍 로봇 종이는 크게 실시간으로 온도분포를 변화시키기 위한 미세 금속 저항 네트워크와, 온도에 따라 변형을 일으키기 위한 변형 구조체로 구성되어 있다. 로봇 종이를 평평하게 만드는 온도 기준으로, 온도가 낮아지면 낮아진 부분은 변형 구조체쪽(그림 기준 아랫방향)으로 휘며, 온도가 높아지면 높아진 부분은 미세 금속 저항 네트워크쪽(그림 기준 윗방향)으로 휜다.
(b) 개발된 로봇의 구동 원리-해당 구조체를 기반으로, 실시간 로봇 종이의 현장 프로그래밍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크게 두 가지의 기반기능이 삽입되어 있다. 첫 번째는, 미세 금속 저항 네트워크에 높은 전류가 흐를 때, 줄 히팅을 통해 전체적인 온도 변화를 만들고, 이를 통해 로봇 종이의 변형 구조체를 기반으로 하는 형상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능이고, 두 번째는, 미세 금속 저항 네트워크에 줄 히팅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의 낮은 전류를 흘리고, 이를 통해 내부의 전기장을 모니터링하여 전체 로봇 종이의 현재 온도를 추정하는 기능이다. 실제 로봇 종이의 형상은 온도 분포와 밀접한 연관을 갖기 때문에, 온도 분포에 대한 폐루프 제어를 통해 로봇 종이의 현장 프로그래밍을 구현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로봇 시트는 얇고 유연한 고분자 기판 내에 미세 금속 저항 네트워크가 배치된 구조로 각 금속 저항이 히터이자 온도 센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를 통해 별도의 외부 장치 없이도 접힘 상태를 감지하고 제어할 수 있다.

또한, 유전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과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을 결합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접힘 위치와 방향, 강도를 입력하면, 시트가 스스로 가열과 냉각을 반복해 정확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온도 분포에 대한 폐루프 제어(closed-loop control)를 적용해 실시간 접힘 정밀성을 높였으며,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을 보정하고 기존 열 기반 접힘 기술의 단점이던 느린 반응 속도 문제도 개선했다. 이를 통해 복잡한 하드웨어 재설계 없이도 다양한 로봇 기능을 실시간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단일 로봇 종이로부터 유도되는 다양한 형상 변형 및 이의 활용 예시;
(a) 힌지의 위치, 방향, 그리고 너비의 변경 예시-형상 프로그래밍 로봇 종이 내부의 온도 분포 변화를 통해, 힌지의 실시간 재설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재설정을 응용하면, 힌지의 위치 (좌측 상단), 힌지의 방향 (우측), 힌지의 너비 (좌측 하단) 등 힌지의 특성을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음이 검증됐다.
(b) 힌지의 변형을 통해 구현된 다양한 쥠 예시-이러한 힌지의 형상 변형을 기반으로, 로봇 종이의 다양한 부분에 힌지를 정의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쥠 방법을 구현해낼 수 있다. 해당 그림에는 4점쥠(Quadrapod grasp)과 말아쥠(Winding)이 대표적으로 소개되어 있으며, 본문에서는 3점쥠(Tripod grasp), 꼬집어쥠(Pinch), 감싸쥠(Wrap) 등의 방법이 추가로 소개돼 있다.
(c) 힌지의 변형을 통해 구현된 종이의 다양한 이동 예시-힌지의 형상 변화를 통해, 쥐는 형상에 더하여, 로봇 종이 자체의 다양한 이동 방법 또한 구현해낼 수 있다. 해당 그림에는 기어가기(Waving)와 걸어가기(Walking)이 대표적으로 소개되어 있으며, 본문에서는 꿈틀거리기 (Crawling), 끌어가기 (Dragging) 등의 움직임이 추가로 소개돼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단일 소재로 다양한 물체 형상에 맞춰 어떻게 잡을지 결정하는 파지(grasping) 전략을 적용할 수 있는 적응형 로봇 손(그리퍼)를 구현했으며, 개발한 ‘로봇 시트(얇고 유연한 형태의 로봇)’를 이용해 보행하거나 기어가는 생체 모방형 이동 전략도 선보였다.

정용록 교수는 “기존의 소프트 로봇 기술은, 하나의 로봇이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하나의 로봇이 여러 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나아가 새롭게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소프트 로봇을 다양한 환경, 특히 페이로드 등의 제한이 심각한 우주 탐사 등에서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의 공동 제1저자는 정용록 교수와 카이스트 박현규 박사(현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 교신저자는 카이스트 김정 교수와 박인규 교수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8월 온라인판에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