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通] 대학의 우선순위와 성과관리
윤정용 아주대 첨단ICT융합대학교학팀장(교육학 박사)
지난 5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관하는 기획 업무 연수에 강의를 의뢰받아 다녀왔다. ‘대학평가와 성과관리’를 주제로 한 강의였는데, 연수에 참여한 여러 대학의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과관리가 대학 현장에서 쉽지 않은 과제임을 다시금 느꼈다. 성과관리 시스템의 부재, 전담인력의 부족, 구성원들의 무관심, 처리하기 바쁜 현안들로 인한 시간 부족 등 여러 이유로 대학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대학의 성과관리란 비전과 전략을 바탕으로 교육과 연구 등에서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달성 정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평가·환류함으로써 내부 혁신과 경쟁력을 높이는 체계적 활동을 말한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첫걸음은 당연히 좋은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써 수립한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는지, 또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점검하지 않는다면 대학의 비전은 구호로 그칠 수 있다. 따라서 누군가는 권한과 책임을 갖고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전통적으로 기획 부서가 전교 차원의 성과관리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각 부서의 계획 실행을 점검하며 성과 창출을 유도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나아가 성과관리를 통해 대학의 정책적 방향 설정과 전략적 의사결정을 돕는 것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대학가에서 성과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된 데에는 대학혁신지원사업도 한몫했다. 해당 사업은 혁신적인 계획뿐만 아니라, 자율 성과지표 관리 및 환류 실적, 즉 ‘자체 성과관리’를 핵심 평가 요소로 채택했다. 최근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정교한 성과 분석이 가능한 IR(Institutional Research) 센터를 구축해 성과관리의 책임을 맡기는 대학도 점차 늘고 있다.
성과관리의 핵심은 조직이 얼마나 내실 있는 일에 노력과 자원을 투입하는지를 확인하며 조직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있다. 사실 대학의 업무 중에는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 크게 내실이 없거나 중요성이 떨어지는 일에 여러 사람의 노력과 자원이 소모되는 때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잘 눈에 띄지 않거나 간혹 외면되면서 아까운 자원이 낭비된다. 사람들은 더 가치 있고 생산성이 높은 일에 몰입할 때 일의 보람도 느끼고, 조직도 활력을 띠게 된다. 반대로 내실이 없거나 비생산적인 일이 우선시되면 조직은 활력을 잃고 기대하는 성과나 발전과도 멀어지게 된다.
따라서 성과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의 우선순위를 잘 설정해야 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일을 잘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을 파악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것이다. 대학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사실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수립한 발전계획에 근거해 설정하면 된다. 물론, 급변하는 교육환경을 고려하면 한 번 정한 계획을 무조건 유지하기보다는 정기적으로 성과와 필요성을 점검하며 조정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업을 대신해 새로운 사업으로 대체하거나 방향성에 변화를 주면서 일의 우선순위 역시 필요하다면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우선순위의 조정은 구성원 간의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 개인의 선호나 단기적 유행을 따라 사업이나 일의 우선순위가 자주 뒤집히면 성과관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즉흥성’에 관대해질수록 오랜 시간 논의와 검토를 거쳐 세운 계획은 흔들리고, 그때그때 발생하는 일을 우선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면서 정말 중요한 일은 뒤로 밀리게 된다.
대학의 성과관리를 위해서는 시스템과 인력, 그리고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계획과 명확한 우선순위를 통해 내실 있는 일에 노력과 자원을 모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성과관리의 핵심이자,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확실한 방법이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