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대학 위기 극복의 실마리 찾아야

2025-08-14     한국대학신문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공개됐다. 국가비전인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 아래, 5대 국정목표, 23대 추진전략, 123대 국정과제가 제시됐다. 아동·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를 포괄하는 정책 방향이 담겼지만, 2030년 학령인구 절벽이 몰고 올 대학 붕괴 시나리오를 고려할 때,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뒷받침은 여전히 부족하다.

계획 속 교육 분야 과제에는 “AI 디지털시대 미래인재 양성”,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 “지역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인재 양성” 등 대학과 직접 맞물린 의제가 포함됐다. 특히 지역대학을 살리는 핵심 방향으로 ‘지역인재 양성’과 ‘지방재정 확충’이 강조됐다. 그러나 국정과제 어디에도 대학 재정 확충의 구체적 규모나 안정적 재원 조달 구조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계획을 뒷받침할 재원 마련 방안 가운데 하나로, 정부는 금융·보험업계에 교육세 1.0%를 부과해 이를 교육 전반의 재정 기반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는 대학 현장에도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그러나 해당 재원이 고등교육에 어느 정도 비중으로 배정될지, 그리고 장기·안정적 지원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이유다. 재원을 마련하는 의지가 확인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 배분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제시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역교육 혁신’과 같은 정책은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실현하려면 지방 거점대학의 연구역량과 시설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지역기업과의 산학연 연계를 촉진할 장기 재정 계획이 필수다. 예를 들어 AI 인재 양성만 해도 첨단 기자재 구축, 학사제도 개편, 교수 충원, 해외 공동연구 네트워크 형성 등 1개 대학당 연간 수십억~수백억 원이 필요하다. 경기 남부권의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대구·경북권 AI 로봇산업 특화 교육, 전북 농생명 융복합 인재 육성, 전남 국립의대 설립과 바이오·백신 전문인력 양성, 강원의 첨단의료·반도체 융합형 인재 양성 등 지역별 공약 역시 모두 재정이 뒤따라야 한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밝힌 ‘26~’30년 210조 원 추가 재정투자라는 총액은 인상적이지만, 고등교육 혁신에 얼마가 배정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등록금 동결 장기화와 정부 재정지원 사업의 단기성 구조 속에서, 대학이 중·장기 혁신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등교육 재정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대학 구조 개편과 교육·연구 혁신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생존 조건이다.

KDI의 『지역대학의 구조적 전환과 발전방안』 보고서는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이 앞으로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미 다수의 지방 사립대가 신입생 미충원과 재정 악화로 존립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원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인재 양성 체계 전반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다.

AI 첨단과학 시대에 ‘인재가 곧 답’이라는 명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AI 강국이 인재 양성과 영입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는 사이, 우리는 정작 인재 양성의 산실인 대학에 대한 투자가 지나치게 인색했다. 다른 대안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면 되겠지만 뚜렷한 대안도 없이 대학의 숨통을 죄는 정책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인재 양성을 대학에 맡기려면 그에 합당한 정책적 배려와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2030년은 대학 위기가 본격화되는 분기점이다. 남은 5년은 단순한 준비 기간이 아니라, 대학 생존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지금 당장 고등교육 구조혁신 특별계정을 신설하고, AI·첨단 분야 교육 전환, 지역대학 특성화, 글로벌 공동연구 지원 등에 필요한 재정을 별도로 배정해야 한다. 특히 금융·보험업계 교육세 재원이 실제 대학 혁신에 쓰일 수 있도록, 법률과 제도를 통해 배분 비율과 사용 목적을 명확히 고정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교육대통령’으로 불리려면 교육을 국가 미래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5개년 계획이 진정한 국가전략 문서가 되려면,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입법 패키지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30년 이후 우리는 “왜 그때 준비하지 않았나”라는 후회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