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도 사탐 인정… 늘어나는 '사탐런' 속 내일부터 수능 원서 접수
과탐 이탈 심화, 2등급 이내 인원 대폭 감소… 사탐 응시 급증 수시 수능 최저 충족 비상, 지방 의대 합격 더 어려워질 듯 원서 접수 21일 시작… 응시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주목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접수가 21일부터 시작된다. 올해 수능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다. 그동안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과학탐구(과탐) 대신 사회탐구(사탐)를 택하는 수험생이 급증하면서, 수능 최저 충족과 정시 합격선 모두에 큰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국 의대 상당수가 사탐 응시를 인정한 것도 이 같은 흐름에 불을 붙였다.
■ 과탐 이탈 본격화, 사탐 응시자 증가 = 20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고3이 치른 3월·5월·7월 전국연합학력평가와 6월 모의평가에서 과탐 과목 응시자 감소가 뚜렷하다.
2등급 이내 인원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과탐을 선택한 학생은 1만 1000명이 줄었지만 사탐을 선택한 학생은 1만 7000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고3 3월, 5월, 7월 전국연합학령평가에서 2등급 이내 인원 중 생명과학1은 평균 1671명 줄었고, 지구과학1은 1656명, 화학1은 1562명 감소했다. 6월 모평에서는 지구과학1이 3641명, 생명과학1이 1997명, 물리학1이 1966명, 화학1이 1878명 줄어드는 등 모든 과탐 과목에서 ‘만 명 이상 감소’라는 경고 신호가 나타났다.
반대로 사탐의 경우 6월 모평에서 2등급 이내 인원 중 사회문화는 8643명(46.5%), 윤리와사상은 1473명(36.8%)이 늘어나는 등 응시자 급증 현상이 뚜렷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과탐은 난도가 높고 점수 변동폭이 커 안정적으로 2등급 이내를 받기 어렵다. 반면 사탐은 상대적으로 고득점 확보가 쉬워 수시 최저 충족에 유리하다”며 “의대와 주요 자연계 학과까지 사탐을 인정하면서 최상위권의 선택 이동이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 의대 수시 최저 충족 ‘빨간불’ = 사탐런은 특히 의대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연세대, 고려대, 가톨릭대, 중앙대 등 14개 주요 의대의 수시 수능 최저 충족률 평균은 각각 학생부교과전형 33.3%, 학생부종합전형 46.3%, 논술전형 35.9%에 불과했다. 지방권 의대의 경우 충족률이 20% 안팎에 그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올해 과탐 이탈로 수능 최저 충족이 더 어려워지면 지방권 수험생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전국 의대 수시에서 수능 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전형은 전체 모집인원 1943명 중 205명, 10.6%에 불과하다. 논술전형은 예외 없이 모두 최저를 요구한다. 지방권에서는 건양대 지역인재(면접), 강원대 미래인재면접 등 일부 전형만 수능 최저가 없을 뿐이다. 수도권에서도 서울대 일반전형, 고려대 계열적합전형 등 제한적인 경우만 해당된다. 결국 수험생 대다수는 ‘최저 충족’이라는 벽을 넘어야만 의대 문턱에 설 수 있다.
■ 오는 21일부터 원서접수 시작…선택 과목 유불리 변수 = 한편, 수능 원서접수는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진행된다. 접수 결과에 따라 사탐과 과탐 간 응시 인원 격차가 드러나면서, 실제 수능에서의 유불리가 확정될 전망이다.
입시 관계자는 “반수생이나 중하위권 학생들까지 사탐으로 이동할 경우, 응시 패턴이 예년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실력과 관계없이 선택 과목에 따라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큰 유불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과탐 응시생은 남은 기간, 특히 긴 추석 연휴 동안 치밀한 단기 학습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탐은 응시 인원이 줄수록 변별력이 높아져 상위권 학생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높은 난도를 극복하지 못하면 오히려 수능 최저 충족에 실패할 위험이 커진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고3이 치른 모의평가 추이를 보면 본수능에서도 과탐 2등급 이내 인원이 만 명 이상 줄고, 사탐은 1만7천 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전국 의대 수시 전형 가운데 수능 최저를 요구하지 않는 비율이 10% 남짓에 불과해 지방권 수험생일수록 충족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수험생과 학부모는 탐구과목 선택이 대입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남은 기간 학습 전략을 면밀히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