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근의 대한민국 미래 교육 이슈] ⑮직업 현장에서 필요한 비판적 사고

권용근 충남삼성고 교사

2025-08-27     한국대학신문
권용근 충남삼성고 교사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자, 이 교육과정 개정 배경의 첫 번째 이유로 인공지능을 제시했다. 이제 학생들은 학습과 과제에서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수많은 콘텐츠를 접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이때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고 가치에 맞는 판단을 하기 위한 필요한 것이 비판적 사고다. 인류는 인공지능을 받아들여 편리함을 얻었지만, 동시에 모든 지식과 정보를 예전보다 더 논리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불편함 또한 떠안게 된 것이다.

비판적 사고는 약 2400년 소크라테스의 교육에서 활용된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닌 교육 개념으로, 서구 문화권에서 글을 쓰고 토론하는 행위 속에서 자주 발견되곤 한다. 일반적으로 미국 교육은 글을 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분석하고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비판적 사고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한민국 교육에서는 비판적 사고라는 개념이 어려운 문제를 풀 때 필요한 능력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선택형 문항이 거의 대부분인 대수능 평가에서도 비판적 사고(력)이 언급되는데, 맥락상 고난도 지문이나 문제를 풀어내는 사고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비판적 사고가 언급되지만 그 실체가 모호하다. 고등학교 교양 과목군에 개설된 ‘논술’ 과목은 과목의 기본 방향성에 비판적 사고를 상세하게 명시했다. 반면 다른 과목들에서는 비판적 사고가 교과 내용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잘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미래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은 인공지능이 생산한 지식과 정보의 진위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며, 윤리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읽고 쓰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문식성이 예전보다 많이 약화된 상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특정 국가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인공지능을 위시한기술의 발달로 접하게 되는 콘텐츠는 증가하지만, 그것을 구별하고 처리하는 사고력은 예전보다 약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학습에서 중요한 비판적 사고력은 직업 현장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직업 현장에서도 비판적 사고력은 무시할 수 없는 역량이라고 봐야 한다.

‘디지털과 직업 생활’은 2022 개정 교육과정 문화·예술·디자인·방송 전문 교과 교육과정의 전문 공통 과목이다. 예비 직업인이 디지털 전환에 따른 변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이론과 실습으로 구성된 과목으로, ‘디지털 역량, 문제 해결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랑, 자기 관리 역량, 비판적 사고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배우고 도달해야 하는 교육적 목표를 성취 기준이라고 하는데, 이 과목 성취 기준 중 ‘[디직 03-02] 디지털 콘텐츠를 검색·선택·열람·평가해 다양한 직업 생활에 활용할 수 있다’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검색하거나 열람하거나 평가하는 일은 직업 활동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부연 설명으로 제시된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검색·선택·열람·평가해 사운드, 이미지, 동영상, VR/AR, 슬라이드 등 여러 가지 형식의 디지털 콘텐츠를 다양한 직업 생활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에서 ‘비판적 관점’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인공지능이 업무에 활용되는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글, 자료, 데이터 동영상 등은 그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더욱 발전할 것이고, 대부분의 직업 활동에서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다양한 콘텐츠나 자료 및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는 비판적 관점은 직업 현장에서 꼭 갖춰야 하는 역량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직업 현장의 디지털화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비하려면 모든 것을 면밀하게 분석해 판단하는 고도의 비판적 사고가 필요할 것이다. 이 비판적 사고는 학습을 넘어서, 직업 현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