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이 미래다] 대학, 산업 현장 전문가 교수 영입 ‘러시’… 산학 연계 교육 강화 본격화

삼성전자·현대중공업·두산중공업·스타트업 출신, 대학 강단으로 본지, 교육부 자료 분석 올해 산업체경력 전임교원 1만명 돌파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 필수… “대학 주요 생존전략으로 확산”

2025-08-28     김의진 기자
동의과학대 반도체전자산업과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산학협력이 미래다]는 산업과 대학의 접점을 조명하고 산학협력의 새로운 흐름을 추적하는 기획 코너입니다. 대학과 산업이 함께 만드는 미래 전략을 소개하며 대학과 산업계의 상생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산업과 대학의 동행, 그 최전선을 기록합니다. [편집자주]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최근 산업계에서 오랜 실무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대학 강단에 대거 합류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이 앞다퉈 산업 현장 출신 인사를 교수로 임용하면서 산학 연계 교육의 깊이와 폭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진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내 대학들에서 산업 현장 전문가들을 교수로 영입하는 사례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대학 현장에선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산학협력과 실무 중심 교육을 강화하려는 대학들의 전략적 변화라는 해석이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와 고등교육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학 생존 전략이자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의 해법으로 현장 전문가 교수 영입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왼쪽부터 안용일 한국공학대 교수, 강호규 연세대 교수, 김용성 부산대 교수, 김주태 부산대 교수, 김이랑 경희대 교수

한국공학대는 최근 디자인공학부 신임 교수로 삼성전자 UX·CX 총괄 출신인 안용일 교수를 임용했다. 안 교수는 31년간 삼성전자에 몸담으며 UX 센터장과 CX 총괄 부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가 주도한 스마트싱스(SmartThings) 프로젝트는 전 세계 5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IoT 서비스로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안 교수는 ‘데이터 기반 UX(Data Driven UX)’ 개념을 도입해 사용자의 경험에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결합시킨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안 교수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삼성에서 실천한 경험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기업과 연계한 연구로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공대 관계자는 “안 교수의 합류로 학문·산업·실무를 잇는 다리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는 반도체 신설 학과에 삼성전자 반도체 R&D 센터장을 지낸 강호규 부사장을 석좌교수로 영입했다. 35년간 글로벌 반도체 공정을 이끌어온 인물이 직접 교육에 참여하면서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개설 초기부터 산학협력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대는 두산중공업 보일러 R&D 센터장을 지낸 김용성 교수와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 대표 출신 김주태 교수를 각각 영입했다. 이들은 기계·조선 분야에서 30년 넘게 쌓은 경험을 대학 현장에 전하며 실습·산학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의 실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대 관계자는 “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쓰일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경희대는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스타트업인 온코크로스의 창업자 김이랑 대표를 외래교수로 초빙했다. 의사 출신이기도 한 김 대표는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는 경희대에서 창업과 규제 대응 전략까지 아우르는 실전 경험을 학생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바이오 창업 사례와 최신 규제 흐름을 전달해 학생들에게 현장 친화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산업계 출신 교수, 왜 늘고 있나… 정책·산업 수요 맞물려 = 본지가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기준 산업체 경력 전임교원은 총 1만 736명이다. 전년 대비 5.0% 증가한 수치다. 특히 국공립대는 12.5%, 수도권 소재 대학은 7.0% 늘며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현장에선 교육부가 지원한 재정지원사업인 LINC 3.0, 라이즈(RISE) 사업 등 산업체 전문가 교수 임용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확산한 덕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대학들도 계약학과와 현장 실습 과목을 확대하는 등 정책과 연계해 영입을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LG전자에서 인사담당 업무를 맡았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기업의 인재 수요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며 “대기업에선 이론보다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 대학이 산업 전문가를 통해 교육과정을 재편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대학이 현장 전문가와 함께 캠퍼스를 산업의 전진기지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이 차별화된 교육 전략을 찾고 있는 만큼 대학의 산업계 인사 영입은 앞으로 더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성오현 대경대 경영부총장은 본지 통화에서 “AI, 반도체, 바이오 등 국가 전략 산업 분야에서는 이미 현장 전문가 교수 영입이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았다”며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계 요구가 교차하는 지금 이 같은 산학 연계형 교수 영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초학문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교수는 “실무 중심 교육은 필요하지만 학문적 기반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산업계도 손해”라며 “산업 전문가와 연구 교수진의 협업 체계를 강화해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