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도 학생부 본다… 2028 대입 앞두고 대학가 ‘학생부 반영’ 흐름
연세대·부산대·성균관대·한양대 등 2026 정시서 학생부 반영 전문가들 “실질 반영률 미미하지만… 2028 대비 신호탄” 해석
[한국대학신문 윤채빈 기자] 2028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앞두고, 대학들이 2026학년도 입시부터 정시 전형에서 ‘학생부’를 반영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맞춰 학생 개개인의 학업 과정과 성취를 균형 있게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2026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통해 예체능계를 제외한 전 모집단위에서 학생부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교과 성적과 출결을 평가 요소로 활용하며, 반영비율은 5%다. 교과 성적은 등급 구간별 차등 점수를 매기는데, 공통·일반선택과목은 1~2등급 7점, 3~4등급 6점, 5등급 5점, 6~7등급 3점, 8~9등급 0점으로 책정됐다. 절대평가 과목은 A 3점, B 2점, C 0점이다. 출결은 미인정 결석에만 감점을 준다.
부산대도 변화를 보였다. 2025학년도 의예과에만 적용했던 학업역량평가를 2026학년도부터는 치의예과에도 확대한다. 다만 ‘교육과정 이수 적절성’과 ‘학업성취도’를 보던 기존 평가 대신, ‘학업충실도평가’로 변경했다. 모집단위별 학업 준비도(교과 이수)와 학교생활 충실성(출결 등)을 기준으로 20% 반영한다.
성균관대는 사범대학에 한정해 학생부 종합평가를 적용한다. 반영비율은 20%로, 입학사정관 2인이 각각 점수를 매겨 합산한다. 점수 구간에 따라 감점하는 구조인데, A등급(10~5점)은 감점이 없고, B등급(4~3점)은 2점 감점, C등급(2점)은 5점이 깎인다.
한양대 역시 2026학년도부터 실기를 치르지 않는 모든 모집단위에서 학생부 종합평가를 반영한다. 평가항목은 교육과정 충실 이수, 과목 선택, 성취도 등으로, 반영비율은 10%다. 평가방법은 전임입학사정관 2인 1조가 정성평가를 진행하고, 점수 차이가 크면 재심위원회를 통해 조정한다.
지난해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됐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 1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028학년도 정시에서 내신을 반영하거나 확대할 준비가 있느냐”는 질문에 29.4%(30명)가 “현재 반영 중이며 확대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재는 반영하지 않지만 준비 중”이라는 응답도 24.5%(25명)에 달했다. 두 응답을 합치면 절반이 넘는 53.9%가 내신 반영 확대를 예고한 셈이다. 여기에 “현재 반영 중이나 확대 계획은 없다”(27.5%)는 답변까지 포함하면, 2028학년도 정시에서 전체 대학의 80% 이상이 학생부를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는 학생부의 실질 영향력이 미미하다. 연세대는 정시 총점 1000점 가운데 교과 성적이 50점이지만, 이 중 기본점수가 40점이어서 실질 반영률은 1%에 불과하다. 성균관대도 학생부 만점이 200점이지만, A·B·C등급별 감점폭이 0~5점에 불과해 사실상 기본점수 195점을 부여하는 셈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교육부가 고교학점제를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정시에서도 학생부를 일정 부분 반영하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2026학년도 정시부터 교과를 반영하는 건 수험생 혼란을 줄이려는 성격도 있다. 향후 정시에 학생부를 반영하는 대학이 늘거나, 반영비율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2028학년도부터 선택과목이 사라지면 수능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수단이 학생부”라며“대학들이 2028학년도에 대비해 정시에 학생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2028학년도 수능 체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실질 반영 비율은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