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뿌리산업 외국인력’… “임금 수준·정주 여건 개선 필요”

뿌리산업 양성대학 취업률 약 70% 수준 유지, 입학생 계속 ↑ 전문대학가 E-9 이력 있는 외국인 ‘주목’ “취업 의지 강해” 직능연 “전문숙련 외국인력 정주 고려한 중장기적 방안 마련”

2025-09-03     주지영 기자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최근 기초 제조업 분야인 ‘뿌리산업’에 인력 부족이 이어지면서 외국인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와 고용주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임금수준을 책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외국인력의 뿌리산업군 진출 확대를 위해 국내외 업계 현황과 노동시장 변화 요소를 반영해 임금수준을 책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간한 ‘외국인력 숙련·자격 검증 방안 연구: 조선업, 뿌리기술 분야 중심’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조선업, 뿌리기술 분야 외국인 임금에 노동시장 변화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조선업은 외국인이 기량검증을 통과해 취업해도 기업에서 임금지급 기준(GNI 80%, 매년 고시 금액 기준 반영)을 충족해야 한다”며 “기업의 지불 의사와 시장 가격 등을 고려할 때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적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짚었다.

전문숙련 외국인력을 도입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저출생으로 지역소멸 위기가 이어지면서 외국인력의 지역정주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인력이 부족한 조선업, 뿌리기술 분야 등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E-7-3 비자 등을 확대하고 있으나 이를 양적, 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외국인력 도입 활용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숙련기술인력에 대한 외국인력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전향적인 관점에서 정주와 귀화까지 고려한 중장기적인 숙련인력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뿌리산업 인력 전체 종사자 약 73만 명 가운데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약 68%를 차지한다. 50대 이상은 36%로 고령화가 심화되는 추세다.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최근 5년 동안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비율은 평균 9.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제조업의 외국인 종사자 수는 소폭 감소한 것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뿌리산업 외국인력 도입은 지난 2013년 ‘뿌리산업 인력수급 원활화 방안’ 발표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방안에는 E-7 자격자에 ‘뿌리산업’ 분야 신설, 국내 대학/대학교 외국인 유학생 졸업생을 뿌리산업 기술인력으로 유입, (가칭)외국인 뿌리기술인력 육성대학(현재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 선정하고 수를 점차적으로 확대, 외국인 유학생은 ‘육성대학’ 졸업, 평가시험을 거쳐 전공분야 뿌리기업에 취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이하 뿌리산업 양성대학)은 △거제대 △경기과학기술대 △계명문화대 △군장대 △아주자동차대 △전주비전대 △서정대 △조선이공대 △동원과학기술대 △부천대 △인하공전 △충북보건과학대 등 12개 전문대학교가 있다.

뿌리산업 양성대학은 졸업생들의 취업 연계를 위해 뿌리산업 분야 기업으로 취업한 우수인력에 대해 E-7으로 체류자격 변경을 지원한다. 뿌리산업 양성대학 입학생은 2015년 32명에서 2023년 556명으로 증가했다. 졸업자 대상 취업률은 60~70%대를 유지하고 있다.

대학가에서도 유학생이 졸업 후 실제 뿌리기술 산업체로 취업하는 비율을 더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뿌리산업양성대학 참여대학 가운데 여러 곳이 E-9 체류 경험이 있었던 외국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E-9으로 국내 산업체 체류 경험이 있는 외국인은 한국조직 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고, 기본적인 한국어 능력도 되기 때문에 산업체 수요에 더욱 부합하다는 설명이다.

서정대의 경우 ‘E-9 리턴 프로젝트’로 E-9 체류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을 뿌리산업 양성대학 유학생으로 유치하고 있다. 신덕상 서정대 국제교류처장은 “E-9 학생들은 국내 산업체 경력이 있기 때문에 졸업 후 구직활동에 더 적극적이다. 빨리 졸업해 국내 산업체에 취업하고 싶어한다”며 “다만 E-9 이력이 있는 외국인이어도 유학 비자 심사는 동일 조건으로 보기 때문에 한국어능력시험(TOPIK, 토픽) 성적 준비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뿌리산업 양성대학 졸업생들의 비자 발급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뿌리산업 양성대학 졸업생들 일부가 지역특화형 비자(F-2-R) 즉 ‘취업 비자’에서 ‘거주 비자’로 이탈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기량검증 통과 대신 인구감소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지역특화형 비자라는 다른 경로를 선택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상대적으로 지역특화형 비자 요건이 간소해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이탈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어 “양성대학 기량검증 통과자가 부여받는 숙련기능인력(E-7-4)은 거주비자(F-2) 획득 요건에서 전문인력(E-7-1)과 차이가 있다”며 “전문인력에 준하는 비자를 발급해 거주를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