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본 대학경제] 서정대·부천대 등 전문대 장학금 상위 수도권 집중… 장학금 80%는 외부에 의존

본지, 교육부·사학진흥재단 전문대 장학금 통계 분석 전문대, 교내 장학금 비중 22%에 그쳐…80%가 교외 “등록금 절대액 낮아 구조적 한계… 기부 확충 필요”

2025-09-05     김의진 기자
서정대학교(왼쪽)와 부천대학교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전문대학 장학금이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전문대 학생들이 받는 장학금 가운데 약 80% 정도는 국가장학금 등 학교 밖 재원으로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재학생 2000명 이상 전문대 75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교내 장학금 비중은 약 20%에 불과했다.

5일 본지가 교육부·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입수한 전문대 장학금 현황 자료를 보면 전문대 학생들의 장학금은 대부분 외부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재학생 2000명 이상 전문대 75곳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 대학의 장학금 총액 평균은 약 159억 8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교내 장학금으로 지급된 액수는 전체의 22.2%에 그쳤다. 교외 장학금이 전체 77.8% 수준인 것으로, 사실상 전문대 장학금은 외부 재원이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교육학 박사)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의무적으로 등록금의 일정 비율을 장학금으로 책정하게 돼 있어 수치상 (모든 전문대가) 교내 장학금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은 된다. 하지만 국가장학금 등 외부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며 “전문대가 일반대보다 교내 장학금 비중이 낮게 나타나는 근본적 이유는 등록금 절대액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한 전문대 기획처장도 “사실상 국가장학금과 지자체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교내 재원만으로는 장학금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고 재정 여건상 성적 우수 장학금이나 일부 근로 장학금 정도밖에 운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재학생 1인당 장학금은 평균 약 410만 원 수준이었다. 본지가 교육부로부터 받은 전문대 등록금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전문대 평균 등록금은 연간 약 610만 원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전문대 학생들은 등록금의 절반 이상을 장학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일반대와 비교하면 전문대 등록금이 현저하게 적다는 점에서 대학 자체의 재정 지원 역량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한계도 동시에 가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수도권의 전문대 기획처장은 “외부 장학금 덕분에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대학이 독자적으로 설계한 장학 프로그램은 부족할 수밖에 없어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며 “지속 가능한 장학금 체계를 만들려면 대학 자체 재원을 늘릴 수 있는 등록금 인상 허용 등 제도적 지원과 기부금 유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기창 교수도 “전문대는 애초 등록금 규모가 작아 교내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장학금도 한계가 있다”며 “전문대의 낮은 등록금 구조는 학생 부담을 완화하는 장점은 있지만 동시에 대학이 자체 재원으로 장학제도를 다양화하는 데 제약이 된다. 지속 가능한 장학금 체계를 만들려면 대학 스스로 기부금이나 산학협력 수익을 장학금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수도권·대형사립대 쏠림… 지방 전문대는 ‘그림의 떡’ = 대학별 장학금 총액을 보면 수도권과 대형 사립전문대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장학금 총액 1위는 서정대로 약 360억 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영진전문대(316억 원), 부천대(305억 원), 구미대(301억 원), 인하공전(289억 원) 순이다. 이들 대학은 재학생이 6000~8000명 수준으로 규모가 크고 국가장학금·지자체 장학금 유치도 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대학신문 입수 전문대학 장학금 총액 상위 30개교 명단 (자료=한국대학신문)

반면 수도권 대학임에도 학생 수는 2000명 이상이지만 장학금 총액이 50억 원대에 그친 대학도 있었다. 지역에 따라서는 수도권 대학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지방대학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인당 장학금 수혜액도 큰 편차를 보였다. 구미대는 학생 1인당 평균 전국에서 가장 많은 572만 원을 지급했다. 등록금 전액을 사실상 모두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어 영남이공대(472만 원), 영진전문대(471만 원), 부천대(445만 원), 대구보건대(439만 원), 경복대(438만 원) 등도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한국대학신문 입수 전문대학 재학생 1인당 장학금 상위 30개교 명단 (자료=한국대학신문)

하지만 일부 대학은 정원 6000명 규모의 서울 소재 대학임에도 1인당 장학금은 300만 원대에 그쳐 차이가 컸다. 같은 학비를 내고도 대학별로 학생들이 체감하는 장학 혜택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서울 소재 한 전문대에 재학 중인 A씨는 “국가장학금 덕분에 등록금 부담에서 숨통이 트인 건 고맙지만 이외에 학교에서 운영하는 장학금이 거의 없다 보니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성적이나 소득 조건이 맞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고 결국 대부분 학생들이 국가장학금만 바라보게 된다”며 “같은 등록금을 내면서도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에 따라 혜택이 달라지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학금 규모 자체는 학비 부담 완화에 일부 기여하고 있지만 지금의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소속 한 국립대 교수는 “전문대는 등록금 의존율이 높고 자체 수익 구조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반대보다 장학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며 “국가장학금 비중도 크기 때문에 국가장학금 제도 개편이나 상황 변화가 발생했을 때 충격이 고스란히 학생에게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대도 교내·외 재원을 균형 있게 확충할 수 있도록 장학 체계 개편에 힘써야 한다”며 “산업체와 연계한 맞춤형 장학금이라든지 지역사회 기부금을 기반으로 한 장학제도로의 확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