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3강’ 외치지만… 교실 속 디지털 활용은 ‘세계 최하위’

한국 학교 디지털 인프라 및 기술 환경 접근성 세계 상위권 수업 내 실질 활용 수준은 OECD 평균 이하… 세계 최하위 가구 소득·부모 학력 높을수록 디지털 리터러시 점수 높아… 교육 불평등 우려

2025-09-09     김소현 기자
인공지능 이미지.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8일 공식 출범하며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한 정부 정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의 디지털 전환은 접근 수준에서 ‘세계 최고’지만, 활용 수준은 ‘세계 최하’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9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디지털 교육. 새로운 기회의 확대인가. 격차의 또 다른 이름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교의 디지털 인프라 및 기술 환경에 대한 접근성은 국제적으로 상위권에 위치했다. 청소년의 디지털 리터러시 자기 효능감은 OECD 평균을 상회했고, ‘학교 밖 디지털 자원 접근 기회’는 0.260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업 내 실질 활용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학습지원, 수업 중 활용도 등에서 한국은 OECD 평균 이하였고, 특히 ‘수업 중 디지털 자원 활용도’ 점수는 ‘–0.279’로 조사 대상 43개국 중 최하위권에 속했다.

남신동 연구위원은 “한국의 디지털 전환은 접근 수준에서는 세계 최고, 활용 수준에서는 세계 최하라는 이중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조건에서는 질적 활용의 우위가 교육격차를 심화시키는 결정적 매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격차의 폭과 양상은 가정 배경 등 귀속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은 학업 성취와도 연관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PISA 2022 분석에 따르면, 학업 상위 집단은 수업 시간에 디지털 자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읽기 영역에서 상위 집단(–0.118)과 하위 집단(–0.545) 간 점수 차이는 0.43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경향은 수학, 과학 영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즉, ‘공부 잘하는 학생일수록 디지털도 잘 활용한다’는 결론으로도 이어진다.

또한 가구 소득과 부모 학력이 높을수록 디지털 리터러시 전 영역의 점수도 높게 나타나 교육적 대응이 부족할 경우 교육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남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이 초래한 교육환경의 변화와 교육격차 양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육적으로 개입 가능한 범위에서 학술적 논의가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다중복합 리터러시 개념에 기반해 교육과정의 목표, 내용, 형식 전반을 재구성하고,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적합한 학교효과 실천 모델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2008년 폐지된 과학기술부총리가 17년 만에 부활하는 등 정부 주도로 AI 정책이 힘을 얻는 가운데,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방안 또한 마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