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수학 빠진 2028 대입… 첨단 인재 양성 공염불 되나
권장 과목으로만 남아… 5등급제도 적용되며 자연계 인재 확보 우려 “심화 수학 필요한 AI·반도체 등 첨단 학과… 추가 교육 불가피” 지적
[한국대학신문 윤채빈 기자] 지난달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028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을 확정·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기존 공개안과 큰 차이가 없지만, 여전히 심화수학이 수능 범위에서 제외되면서 교육계에서는 ‘수학 지식 공백’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AI·반도체등 국가 전략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한 미적분Ⅱ·기하 등의 기초 지식이 고교학점제의 ‘권장 과목’으로만 남아, 우수 인재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교육부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확정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8학년도부터는 과목별 유불리 해소를 위해 선택과목제를 폐지하는 ‘통합형 수능’을 도입한다. 또한, 학생 간 과잉 경쟁을 유발하는 9등급제를 해외 주요국 추세에 맞춰 5등급 절대평가로 개편한다. 미적분Ⅱ와 기하 등 심화수학은 통합형·융합형 수능 개편의 취지에 맞춰 제외됐다. 단, 이들 과목은 진로선택 과목(권장 과목)으로서, 대학들이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습 결과를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심화수학이 단순 평가 과목이 아닌, 교육 차원에서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첨단 인재 양성을 성공적으로 실현하려면 AI 등 첨단 학과에서 우수 인재를 배출해야 하는데, 이들 학과는 모두 심화수학을 기초로 한다”며 “수능에서 심화수학이 제외되면 수험생이 충분한 학습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첨단인재 양성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계도 즉각 반발했다. 대한수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미 선진국들은 AI를 주축으로 하는 미래 과학 기술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고등학교 수학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라며 “중국과 일본의 이공계열은 ‘미적분 II’와 ‘기하’가 대입 시험 범위에 포함돼 있으며, 인문사회계열도 ‘미적분 II’와 ‘기하’의 일부 내용이 시험 범위에 추가됐다”고 밝혔다.
대학가에서도 심화수학을 권장 과목으로 설정하더라도, 5등급제 개편과 맞물리면서 첨단 관련 전공은 신입생 대상 추가 교육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권장 과목만으로 학습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AI 등 심화수학이 필요한 자연계 학과들은 신입생을 대상으로 추가 심화수학 교과를 개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중앙대 등 주요 대학은 ‘2028학년도 자연계열 이수 권장과목’으로 심화수학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는 △자연과학대학 △간호대학 △공과대학 △농업생명과학대학 △수의과대학 △약학대학 △의과대학 △첨단융합학부 등 11개 단과대학에서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을 권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사교육 과열을 해소할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도 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입장문을 통해 “심화수학이 수능에 포함될 경우 고1·2 학기 동안 주당 2과목 이상 편성으로 수능 대비 사교육이 증가할 수 있다”며, “(이번 개편으로) 학생 부담이 줄고 교육과정 정상 운영과 사교육 수요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은 2025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현 고1부터 적용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4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시문항을 공개했으며, 대학별 전형계획은 2026년 4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