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유학 현장] 인력난에 흔들리는 ‘제조업’, 전문대학 ‘뿌리산업 양성대학’이 살릴까
제조업 숙련자 대부분 ‘50대 이상’… 기술 이을 청년들은 적어 뿌리산업 양성대학서 ‘외국인력’ 양성… ‘라이즈(RISE)’ 연계도 거제대 조선해양공학·기계공학과서 용접·소성가공 외국인력 배출 현장실습·현장학기제로 역량 강화, 대기업 출신 기술 배테랑 교수진
[거제=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제조업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뿌리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는 산업체에 30년 이상 근무한 ‘기술 장인’들이 있지만 36%가 50대 이상이다. 이들의 기술을 이어받는 청년들이 필요한데 지역에 남아 있는 청년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전문대학가는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뿌리산업 양성대학)’을 통해 기량 검증을 마친 외국인력을 지역에 배출하고 있다.
경남 거제에 있는 거제대도 뿌리산업 양성대학 중 하나다. 거제대는 지난 2016년부터 뿌리산업 양성학과로 조선해양공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기계공학과도 뿌리산업 양성학과로 운영 중이다. 두 학과 모두 외국인 전담반을 운영하고 있다.
거제의 주력 산업이 조선업이며, 경남도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일환으로 조선업 외국인력 양성 계획을 밝힌 만큼, 향후 거제대 뿌리산업 양성대학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비율은 평균 9.6% 수준이다.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뿌리산업 양성대학 입학생은 2015년 32명에서 2023년 556명으로 증가했다. 졸업자 대상 취업률은 60~70%대를 유지하고 있다. 뿌리산업 양성대학 졸업생들은 뿌리산업 분야로 취업하면 E-7으로 체류자격 변경이 가능하다.
■ 조선업 베테랑 기술자가 직접 교육 = 지난 10일 기자가 방문한 거제대 용접 실습장에는 기계공학과 외국인 유학생들의 교육이 한창이었다. 유학생들은 칸막이 쳐진 개인 실습 공간에서 보호장비를 갖춘 채 실습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날 실습 교육을 진행한 교수도 국내 대형 기업에서 현장 경험이 30년 이상인 베테랑이었다. 한쪽에서는 학생들이 작업한 결과물을 탁자에 올려놓고 서로 평가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용접 중 불꽃이 튀고 기계 소음이 컸던 실습장에는 남학생뿐만 아니라, 여학생들도 보였다. 머리를 묶고 용접용 마스크와 보호대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거제대는 거제와 인근 지역의 산업을 고려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여성 비율을 조금씩 확대할 게획이다.
신동철 거제대 기계공학과 학과장은 “경남도에서 조선업 외국인력을 양성해주길 바라고 있어서 계속 조선업 분야 외국인력은 양성할 계획”이라며 “또 사천에 있는 항공단지에서도 외국인력 수요가 있다. 항공 부품 제조업은 조선업보다 상대적으로 부품 무게가 가벼워 여학생들을 항공 부품 제조 분야로 취업시키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제대에 재학 중인 외국이 유학생 수는 132명(학위과정), 172명(한국어교육센터)이다. 이 가운데 뿌리산업 양성학과 외국인 유학생 수는 총 103명이다, 유학생 국정은 베트남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우즈베키스탄, 네팔, 몽골 순이다.
뿌리산업 양성학과는 마지막 학기에 기량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이론과 실습 교육이 철저하게 이뤄진다. 뿌리산업이라는 특정 기술을 배울 수 있어 유학생 가운데 비전문취업(E-9) 비자로 한국에서 근무했던 청년들도 있다.
기계공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하산보이(29, 우즈베키스탄) 씨는 “E-9 비자로 한국에서 용접 일을 했었다. 비자 만료로 우즈베키스탄에 귀국했다가 유학으로 한국에 다시 오게 됐다”며 “용접일을 했었기 때문에 대학에서 용접 자격증을 취득하고 조선소에서 일하고 싶다. 졸업 후 거제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하산보이 씨는 “E-9으로 와서 일할 때는 일을 하며 기술을 배워나갔는데, 대학에서 용접 실습을 하며 전문적으로 기술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조선해양공학과 외국인 유학생 졸업 대상자 27명 중 24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호반타이(26, 베트남) 씨도 거제에 취업하는 걸 목표로 조선해양과에서 유학 중이다. 호반타이 씨는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자서전 《세계는 넒고 할 일은 많다》로 거제와 한국 조선업에 대해 알게 됐다”며 “베트남에서 한국어 독학으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을 취득했다. 대학 졸업 후 거제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거제대는 장기적으로 외국인 전공심화과정도 운영도 고려하고 있다. 조선해양공학과와 기계공학과에서 외국인 전공심화과정을 개설하고 고숙련 외국인력 양성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기술 숙련도를 갖춘 외국인력을 배출하는 셈이다.
■ 마일리지형 ‘라이즈 생활 장학금’ 계획 = 올해 라이즈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거제대의 뿌리산업 외국인력 양성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거제대는 경남라이즈로 1차 년도 48억 5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거제대는 지난 2023년 라이즈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연간 6억 4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유학생 유치-교육-취업 연계를 모두 지원하고 있다.
거제대는 라이즈 예산을 활용해 장학금과 생활 지원에도 나선다. 나아가 해외 거점센터를 기반으로 거제대에 입학할 예비 유학생들의 한국어 능력을 높일 계획이다.
신동철 학과장은 “해외 기술계 고등학교와 전문대학과 연계해 현지에 거점센터를 설립하고 이곳에서 사전 한국어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또 라이즈 프로그램으로 거제대에서는 뿌리산업 기량 향상을 위한 용접 특강 혹은 한국어 특강을 개설하고자 한다. 본 특강을 들은 학생을 대상으로 생활 장학금 마일리지를 적립해 장학금 형태로 주는 ‘라이즈 생활 장학금’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 “기업 입장 고려해 기량검증 시기 앞당겨야” =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뿌리산업 양성대학은 뿌리산업진흥센터에서 주관하는 뿌리산업 외국인 근로자 기량검증시험과 한국어능력검증을 통과하면 숙련기능인력(E-7-4) 비자 발급이 가능하다.
그런데 기량검증시험 시기가 1, 2월이여서 현장실습과 현장학기제를 마친 학생들은 이 기간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기업에서는 졸업예정 유학생을 대신할 단기 근로자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권현웅 거제대 국제교류원장은 “여름방학 동안 현장실습하고, 졸업학기에 현장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산업체에서는 미리 학생들 파악도 가능하고, 학생들도 회사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기량검증이 마지막 학기에 진행돼 학생들 역량이 올라올 때 대학에 다시 와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권현웅 원장은 “기량검증 후 비자가 변경되기까지 유학생들은 구직비자(D-10)로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근무가 어렵다. 비자가 나오기 전까지 공백이 생기는 셈”이라며 “회사에서도 그 기간에 단기 근로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될 것이다. 기량검증 기간을 기존 4학기보다 조금 앞으로 앞당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직 기간 동안 발급되는 D-10의 발급 기준도 더 명확해야 한다는 제언도 더해졌다. 하영록 조선해양공학과 학과장은 “D-10을 발급할 때 실제 구직하고 있다는 목적성을 분명하게 하는 기준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동철 기계공학과 학과장도 “D-10은 여러 분야에서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 향후 학생이 취업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면 괜찮다”면서도 “그런데 단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D-10을 유지하는 게 계속되면 국내 인력이 부족한 산업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동철 학과장은 “유학생들의 인턴십과 취업 연계가 실제로 이뤄지도록 D-10 발급의 명확한 기준이 생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제도적 공백과 현장 수요 간의 간극은 단순히 대학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안정적으로 학업과 취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산업체가 함께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기량검증 시기 조정과 비자 제도의 세밀한 보완은 산업과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거제대는 현장실습과 현장학기제를 기반으로 유학생들의 역량을 높이고 산업현장과 교육과정의 간극을 줄이는 ‘산업 친화적’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유학생들이 3학기 만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한국어교육과 기술교육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