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K 혁신 대학을 가다/Interview] 이경백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 호남‧제주협의회장(한영대 혁신지원사업단장) “초특성화 전문대 구축 목표… 정부, 자율성‧안정성 보장해야”

이경백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 호남‧제주협의회장(한영대 혁신지원사업단장)

2025-09-23     김영식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올해 대한민국 고등교육 생태계에는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즉 RISE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2조 원이 넘는 대학 재정지원 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가는 이례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기존과는 완전히 달라진 재정지원 사업의 절차‧구조 등에 대해 치열하게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학들은 혁신지원사업 2주기를 마치고 3주기의 한 학기를 보냈다. 지금까지의 2주기 성과를 더욱 확산시키는 한편, 급격히 변하는 고등교육 환경 속 향후 3년간 대학 혁신을 어떻게 이끌지 3주기 사업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전문대학들은 RISE 체제라는 큰 틀 안에서 3주기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지역과 상생하면서 전문대학의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제고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해온 권역별 협의회장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를 통해 지난 2주기 사업 성과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3주기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정부에 바라는 핵심 정책 제안까지 심층적으로 살펴봤다.

이경백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 호남‧제주협의회장(한영대 혁신지원사업단장)

-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에 대한 개괄적 소개와 호남제주협의회 차원의 역할, 향후 추진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는 고등직업교육 기관인 전문대학이 모여 혁신지원사업의 성과를 공유하고, 공동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협력체다. 이 협의회는 권역별로 운영되며, 각 권역이 가진 특성과 지역적 수요를 반영해 현재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호남‧제주협의회는 미래직업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산학협력 기반 융복합 교육혁신, 지역특화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대학 간 네트워크를 통해 교육 자원과 우수사례를 공유해 개별 대학이 단독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협력적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향후 추진 방향으로는 정부의 교육정책과 발맞춰 호남‧제주권역은 초(超)특성화 전문대학을 만들기 위해 △지역산업 연계 초특성화 △AI·DX 기반 융합 초특성화 △지역정주 기반 글로벌·평생직업교육 초특성화 등을 통해 권역 내 대학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우수사례가 공유·확산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지난 1‧2주기를 돌이켜 봤을 때 일각에선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아쉬운 부분과 3주기를 통해 개선 가능한 부분에 대해 강조해 주신다면.
“대한민국 고등직업교육은 지금 거대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적 구조 변화는 대학 교육이 단순히 학문적 지식 전달에 머물지 않고, 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는 역할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는 등 다양한 변수 속에서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은 지난 3주기 동안 대학의 체질 개선과 혁신의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산업 수요 맞춤형 교육과정 개편, AI·DX 기반 실습·체험교육 확대,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강화 등을 통해 학생 역량 강화와 교육 품질 제고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3주기에서는 지난 성과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정착시키느냐가 중요하다. 정부는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유연성을 통해 전문대학이 지역과 산업 수요를 선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자율성과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동시에 대학은 혁신지원사업을 단순한 재정지원 사업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교육혁신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또한 단순한 직업교육을 넘어, 평생학습 사회를 이끌고 지역·산업과 상생하는 미래형 교육모델을 만드는 데 있다.”

- 최근 내년도 교육부 예산이 편성됐고,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얼개도 공개된 상태다. 특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혁신지원사업 예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대학 차원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의견이 있으시다면.
“매년 교육부 예산안에서 전문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중장기 발전전략 및 특성화 전략과 연계된 투자가 돼야 한다. 특히 우수사례 및 라이즈 연계 프로그램, 산업계와 지역사회와의 공동 프로젝트에 대해 집중 투자가 이뤄져야 하며, 그 결과가 곧바로 학생 역량 강화와 지역 상생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는 호남‧제주권을 비롯해 5개 권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3주기에선 ‘교육혁신’이 화두로 제기되는데, 호남‧제주권만의 차별화된 교육혁신 콘텐츠로 어떤 걸 짚어줄 수 있을지.
“전문대학 2주기를 통해 유연학기제, 모듈형트랙제, 학점은행제·마이크로디그리, 복수·융합전공 확대 등 학사제도 자율교육혁신이 보편화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광주·전남은 AI와 에너지 신산업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고, 전북은 농생명과 친환경 산업, 제주는 관광·문화콘텐츠 산업이 각각 특화돼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호남‧제주권 전문대학들은 지역산업 맞춤형 교육혁신에 집중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성인학습자에 평생직업교육을 제공해 생산가능인구 및 산업인력 확대와 전문대학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을 일손이 부족한 지역산업 인력으로 양성해 지역산업·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 나가겠다.”

- 대학별 재정적 상황이 천차만별인 가운데 혁신지원사업비가 전문대학 혁신을 이끄는 마중물이 됐다는 평가도 동시에 제기된다. 개별 대학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3주기 대학혁신지원사업의 비전과 핵심가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도 궁금하다.
“지속성장 가능한 고등직업교육 생태계 고도화를 위해 대학별 ‘초특성화 대학’ 차별화 전략이 중요하다. 모든 대학이 같은 방식으로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각 대학이 가진 산업·지역적 특성과 강점을 살려 교육과정을 특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AI·DX 기반 융합교육을 확대해 미래 신산업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전문 인재를 길러내고, 학사제도를 유연화해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 경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기반 성과관리 체계를 고도화해 교육성과를 정량적·정성적으로 관리하고 환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산학협력과 지역사회 연계를 강화해 대학이 지역혁신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평생직업교육 거점을 구축해 성인학습자와 재직자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

- 타 권역과의 교류·협력도 중요하겠지만, 호남‧제주권 내 교류·협력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측면에서 호남‧제주권 회원교 간 정보교류 및 협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회원교 간 정보교류와 협력은 매년 간담회와 워크숍을 통해 각 대학이 추진한 혁신 사례와 우수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권역 내 공동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성과 확산 모델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일부 대학이 앞서 운영한 AI·DX 융합교육, 캡스톤디자인, 산학협력 프로젝트 등은 공유돼 권역 전체의 교육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비교과 과정, 취·창업 지원, 평생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이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다양한 학습 기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협력 구조를 더욱 고도화해 권역 전체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 전문대혁신지원사업발전협 분과 기획위원회 임원으로도 활약 중이신데, 발전협 차원의 다가오는 일정이나 행사 등에 대해 소개한다면.
“‘2025년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해외 선진직업교육 혁신사례 벤치마킹’이 오는 2026년 12월~1월 진행될 예정이다. 그 목적은 4차 산업혁명시대 고등직업교육혁신을 위한 제반 선진사례 벤치마킹을 통해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참여대학의 성과 창출 도모 및 교육혁신, 산학협력혁신, 기타혁신, 공유협력 강화 관련 고도화된 방안 등에 대한 아이디어 도출이다.”

- 호남ㆍ제주협의회 회장으로서 역할과 향후 계획도 듣고 싶다.
“호남ㆍ제주협의회 회장으로서 저는 무엇보다 회원 대학 간 가교역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협의회가 단순한 네트워크를 넘어, 대학이 가진 혁신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해 권역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플랫폼이 되도록 이끌어가는 것이 제 역할이다. 그리고 호남‧제주협의회 21개 대학이 지속성장 가능한 대학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봉사해 나가겠다.”

- 마지막으로 교육 당국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급격한 기술 변화로 인해 대학 현장은 학과 구조조정과 교육과정 개편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여기에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이 더해지면서, 특히 지역 전문대학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지역경제 침체와 산업 기반 약화는 신입생 유치뿐 아니라 졸업생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문대학은 여전히 지역과 산업을 지탱하는 핵심 인재 양성 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교육부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단기적 성과 중심의 재정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학과 구조개편 지원, 지역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 평생직업교육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성인학습자 및 만학도 등 n모작 전문대학 진학시 횟수와 관계없이 등록금 지급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4년제 간호학과 신입생 지원 횟수 동일화(전문대학은 지원횟수 무제한으로 2월 말까지 대학 이동 현상이 나타남) 등 방안을 들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