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수시모집 계열별 분석 ①의학계열] 의대 정원 ‘복귀’에 경쟁률 ‘급락’… 의학계열 수시 지각변동
2026 수시모집, 의대 정원 축소 발표에 지원자 수 20% 이상 급감 ‘충격’ 의대 ‘블랙홀’ 효과 사라지자 약학·수의대 등 경쟁률 동반 하락… 모집 비상 일부 지역인재, 논술전형은 ‘나 홀로’ 초고경쟁률…전형별 희비 극명히 엇갈려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의학계열'은 여전히 수험생들의 최고 관심사였지만,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입시 지형을 뒤흔들었다. 애초 의대 정원 확대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수험생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최종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백지화하고 2024학년도 수준으로 ‘복귀’시키면서 입시는 대혼란에 빠졌다.
이 같은 급작스러운 변화는 수험생들의 지원 전략을 전면 수정하도록 만들었고, 의학계열 전체 지원자 수와 경쟁률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종로학원 등 입시업체들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의학계열(의치한수약) 지원자는 전년 대비 21.9%나 감소하며 2022학년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의대 증원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지자 의학계열을 향한 폭발적인 지원이 잦아든 것이다.
■ ‘의대 증원’ 기대감 무산… 의학계열 지원자 대거 이탈 =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이상 확대가 예고되면서 입시업계는 ‘의대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최종 결정으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은 2024학년도와 동일한 수준으로 복귀했다.
이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지원 전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의대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의학계열을 목표로 삼았던 재수생과 고3 자연계열 상위권 수험생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전체 지원자 수가 급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가 무산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지원이 소극적으로 변했다”며 “합격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수험생들이 의대 지원 자체를 포기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6학년도 의대 수시 지원자는 전년 대비 29.2%나 감소하며 2022학년도 의학전문대학원에서 학부 전환이 시작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수험생들이 의대 증원이라는 ‘호재’가 사라지자 합격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지원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온 ‘문과 침공’ 현상과 ‘사탐런(사회탐구 선택 현상)’ 경향 역시 의대 지원자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미적분, 기하 등 수학 과목에 대한 부담감으로 사회탐구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의대 지원자 풀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 약학·한의학·수의대 경쟁률 직격탄… 치대만 유일하게 지원자 증가 = 의대 지원자 감소와 함께 의학계열 다른 학과들의 경쟁률도 동반 하락했다. 특히 약학대학과 한의과대학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약대는 전체 경쟁률이 전년 대비 16.7% 감소했고, 한의대는 11.4% 감소했다. 수의대 역시 20.7%나 지원자가 줄며 경쟁률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는 의대 증원이라는 이슈가 사라지면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의대를 향해 ‘선택과 집중’을 하기보다는, 의대 지원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상향 지원을 꺼리고 안정적인 지원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 정원 확대로 약학과 등 다른 의학계열의 경쟁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의대 증원 복귀로 인해 상위권 수험생의 이탈이 발생하면서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일하게 지원자가 증가한 학과는 치의예과였다. 치대는 전년 대비 0.5% 지원자가 늘어났는데, 이는 단국대(천안)가 지역인재전형을 신설하고, 부산대가 학제 개편 후 학부 신입생을 다시 선발하면서 모집 인원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모집 인원 증가에 따라 경쟁률 하락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지원자 수 증가가 이를 상쇄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경쟁률을 유지했다.
■ ‘나홀로’ 경쟁률 치솟은 대학은?… 전형별 희비 극명히 엇갈려 = 의학계열 전반의 경쟁률 하락 속에서도 일부 대학과 전형은 오히려 경쟁률이 치솟는 ‘나 홀로’ 현상을 보였다. 이는 수험생들의 전략적 지원이 특정 전형에 집중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논술전형은 모집 인원이 적고, 내신 성적 부담이 낮아 의대 지원의 ‘마지막 희망’으로 여겨지면서 초고경쟁률을 기록했다.
실제로, 가천대 의예과 평균 경쟁률은 무려 155.96대 1을 기록하며 수험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또한 아주대 약학과 논술전형은 708.2대 1이라는 경이로운 경쟁률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학과가 됐다.
지역인재전형 역시 경쟁률이 높게 형성됐다. 비수도권 의대들이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중을 늘리면서 해당 지역 수험생들이 몰린 것이다. 이는 지방 의대 합격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적 지원이 강화된 결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건국대 수의예과 논술전형은 63.5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경희대 한의예과(인문)는 35대 1, 연세대학교 치의예과(논술)는 39.26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처럼 2026학년도 의학계열 수시모집은 의대 정원 축소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전체적인 경쟁률이 하락했지만, 일부 대학과 특정 전형으로는 여전히 지원자들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이는 향후 입시에서도 의학계열 지원자들이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형별 특성과 유불리를 철저히 따져 지원하는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임성호 대표는 “2026학년도 입시는 의대 모집정원 축소로 최상위권인 의치한약수 지원자 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했다”며 “이는 의약학계열에 지원하는 상위권 학생들이 위축한 결과지, 의약학계열 선호도 하락으로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 또한 “(의대) 증원 취소의 여파로 지원 인원이 크게 감소했다”며 “특히 전년도에는 교과전형의 지원자수 상승이 눈에 띄었는데, 올해는 교과전형의 지원자수 감소와 경쟁률 하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