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수시모집 계열별 분석 ②첨단계약학과] 첨단·계약학과도 '안정 지원' 대세론 확산
교과·종합 경쟁률 하락 속 '수능·논술' 역량 승부 선택 증가 미래형 인재 양성 목표에도 '묻지마 상향' 대신 '신중한 지원' 신설 학과·전형에는 여전한 관심…옥석 가리기 시대 도래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미래 시대의 흐름을 읽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대학 입시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왔다. 그 중심에 바로 첨단학과와 계약학과가 있다. 첨단학과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할 반도체, 인공지능, 빅데이터, 바이오 등 핵심 기술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기술 패권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투자가 대학 학과 신설로 이어진 것이다.
계약학과는 더욱 직접적이다. 산업체나 국가 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특정 분야의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졸업과 동시에 해당 기관으로의 취업을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즉, 졸업 후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를 배출해 산업 현장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이 두 학과는 기존 학문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수험생들에게 ‘선취업 후진학’ 혹은 ‘확실한 미래’라는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해 왔다.
■ 지난 입시의 뜨거운 열기: ‘묻지마 지원’도 불사하던 첨단·계약학과 = 그동안 첨단학과와 계약학과는 대학 입시의 ‘블루칩’으로 통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 학과들은 최고 수준의 합격선과 경쟁률을 자랑하며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높은 취업률과 졸업 후 안정적인 직업 전망은 내신 성적과 학생부 관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을 과감한 상향 지원으로 이끌었다. “일단 붙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지원’이 성행할 정도로 이들 학과는 대입 판도를 흔드는 주요 변수였다.
이는 곧 대학 서열이나 특정 학과 선호도를 넘어, ‘미래 유망 분야’라는 기준이 입시 선택의 중요한 척도가 됐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올해 2026학년도 수시모집에서는 다소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 2026학년도 수시 결과: ‘안정 지향’ 속에서도 빛나는 ‘전략적 선택’ = 2026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결과는 전체적으로 ‘안정 지원’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경향이 과거 초인기 학과였던 첨단학과와 계약학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는 사실이다. 주요 대학의 첨단·계약학과는 전년 대비 전반적인 경쟁률 하락을 기록하며, 수험생들의 신중하고 현실적인 선택이 반영됐음을 보여줬다.
1) 서울 주요 6개 대학 경쟁률 하락세 분석
서울 주요 6개 대학(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의 첨단·계약학과 수시 경쟁률은 전년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2026학년도 이들 대학의 첨단·계약학과 총 모집인원은 1006명으로 전년도 877명보다 129명 증가했다.
반면, 총 지원인원은 1만 9998명으로 전년도 1만 8716명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결국, 전체 경쟁률은 21.34대 1에서 19.88대 1로 낮아졌다.
이는 단순히 경쟁률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입시 전문가들은 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서 내신 및 학생부 관리의 피로도가 가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수능과 논술이라는 ‘정량적 지표’에 강점을 가진 전형으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심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생부 관리 부담으로 인해 수능 및 논술 역량으로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첨단학과 및 계약학과 지원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2) 학생부 중심 전형의 고전과 논술 전형의 약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학생부 교과전형과 종합전형 모두에서 경쟁률 하락이 두드러졌다. 수험생 수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이 무리한 상향 지원보다는 합격 가능성을 고려한 안정 지원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모집 인원과 모집 단위가 확대되면서 지원자들이 여러 대학으로 분산된 것도 경쟁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논술전형은 상당수 대학과 모집 단위에서 경쟁률이 상승했다. 2025학년도 67.03대 1이었던 논술전형 전체 경쟁률은 2026학년도 71.77대 1로 상승했다. 이는 내신 성적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더라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고 논술고사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수험생들이 전략적으로 논술 전형을 택했음을 시사한다. 학생부의 정성적 평가 요소에 대한 부담감 대신, 객관적인 실력으로 합격의 문을 두드리려는 수험생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3) ‘신설’ 프리미엄은 여전한가: 여전히 높은 관심
이러한 전반적인 안정 지원 기류 속에서도 예외적인 현상이 관찰됐다. 바로 신설된 학과나 전형에는 여전히 높은 관심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성균관대 바이오신약·규제과학과(신설)나 한양대 면접형(공과대학 신설) 등은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수험생들의 신선한 학과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는 첨단학과와 계약학과 본연의 ‘미래 지향성’에 대한 수험생들의 근본적인 매력은 여전하며,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 첨단·계약학과의 미래: 더욱 치밀해지는 입시 전략 = 2026학년도 수시모집 결과는 첨단학과와 계약학과가 더 이상 ‘무조건적인 상향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수험생들은 이제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자신의 학습 역량과 강점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전형을 선택하는 전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학과 이름이나 전망만 보고 지원하기보다는, 자신의 내신, 학생부 기록, 수능 성적, 논술 실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격 가능성을 높이려는 현실적인 태도가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향후 첨단학과와 계약학과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더욱 치밀한 입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들은 학생부 중심 전형의 경우 탄탄한 교과 성적과 함께 관련 분야에 대한 심화 탐구 활동, 주도적인 학습 경험을 학생부에 녹여내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학생부의 약점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위한 꾸준한 학습과 더불어 대학별 논술 유형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연습이 동반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대학들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발맞춰 새로운 첨단학과와 계약학과를 지속적으로 신설하고 변화시킬 것”이라며 “수험생들은 이러한 신설 학과 및 전형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자신에게 유리한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